지금 하고 있는 연구는 주로 문헌을 통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문헌이 학교에 놓여져 있지 않거나, 심지어 일본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점들에 있어서 이런 자료를 구할 때 마다 약간의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또, 일본 내 어딘가 도서관에 문헌이 있다고 하더라도,
도서관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사용하여야 한다.
이 서비스가 좀 문제인데, 보통 2천 엔 정도로 가격도 비싸고,
대출기한도 짧으며, 도서관내 이용인 경우가 많아서 불편하다.
그래서 왠만큼 비싼 문헌이 아니면, 헌책으로라도 구해서 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러한 헌책들 중에는, 개인이 소유했었던 것들도 있으나,
어느 대학 도서관에서 일정 기한이 지나서 폐기 처분 된 것도 적지 않다.

이런 대학 도서관에서 온 책들을 만지고 있자면,
'아 이런 책이 서가 한 켠에 놓여져 있었구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돌고 돌아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거구나'
그리고 뭐라 잘 표현은 못하겠으나, 내가 한 번 가본 도시면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가본 적도 없고, 가볼 일이 없을 것 같은 도시라도, 마치 여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요즘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책을 들고 위와 같은 상상에 빠지는 게 요즘 나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버밍엄 대학. 잉글랜드 제2의 도시인 버밍엄에 위치한 대학. 그러고보니 버밍엄에는 예전에 카디프에 가던 길에 잠깐 들렀던 기억이 난다. 카디프 출신 할아버지와 뉴캐슬에서부터 쭈욱 같이 다녔다. 이야기를 할 시간이 많았는데, 억양이 알아 듣기 힘들어서 제대로 된 대화를 못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런던대 골드스미스 컬리지, 잉글랜드. 런던대 시스템에 속한 컬리지인 것 같다. 찾아보니 런던 동남쪽에 위치한다. 정말 한번도 갈 일이 없었던 곳이라 생소하다. 언젠가 가볼 수 있었으면...저 뒤에 보이는 수 많은 날짜들은 이 책을 빌려간 사람들의 흔적이다. Holmberg의 원격교육이론에 관련된 책인데, 이렇게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구나.

쉬롭셔 앤드 스태포드셔 간호 산파 컬리지, 잉글랜드. 지금은 스태포드셔 대학에 합병되었다. 이름이 정말 생소하서 찾아보니 리버풀과 노팅엄 사이에 있는 Stoke-on-trent 시 라는 곳에 있는 대학인 것 같다. 그리고 알고보니 이곳은 Stoke city 축구팀의 소재지이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어디 축구팀인지도 모르고 이름만 알고 있었다. 나름 신선하다!

레바논 밸리 컬리지, 미국 펜실베니아에 위치하는 대학이다. 미국은 너무 넓고 가본적이 없어서, 대학에 대한 감이 없는 게 좀 아쉽다. 그나저나 이 좋은 책을 빌려간 흔적이 전혀 없다. 당시 총장이 직접 쓴 오픈 유니버시티의 초기 8년 간의 경험에 대한 책인데...혹은 너무 많이 빌려 가서 종이를 한 번 갈은 것이기를 바란다.

MIT가 아니고 CIT. 지금은 크랜필드 대학으로 개명했다. 내 기억이 맞으면, 오픈 유니버시티 근처에 있는 대학으로, 교내에 무려 공항을 갖고 있다. 오픈 유니버시티에 밥먹듯 다녔을 무렵, 도서관에서 이곳에서 왔다는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참 반가운 책이었다!

샐포드 대학. 생소해서 찾아보니 무려 잉글랜드 맨체스터에 있는 대학이란다! 꼭 가보고 싶은 도시다. 뉴캐슬에 갔을 때 사심으로 한 번 들러볼까도 했는데, 시간과 자금적인 이유 때문에 그러지 못하였다...

요건 대학은 아니고 도서관. 노스햄프턴셔 카운티 도서관에서 온 녀석이라고 한다. 노스햄프턴셔가 어딘가 찾아보니, 노팅엄셔와 버킹엄셔의 사이에 있는 곳이었다. 노팅엄도 다녀왔으니 아마 지나가보긴 했을 것이다. 것보다 중요한 건, 이 녀석은 오픈유니버시티가 개교하고 첫 1년간의 경험을 담은 책인데, 살짝 힘들게 구한 정말 소중한 녀석이다. 표지도 퍼런 것이 참 예쁘기도 하고. 그래서 대학이 아니지만 굳이 올려보고 싶었다!

뭐 책으로 다녀온(?) 대학은 이 정도다.
좋아하는 문학 작품 중에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란 게 있다.

©四畳半主義者の会 (http://yojouhan.noitamina.tv/)

그 에피소드 중에 좁은 방 안에 틀어 박혀있지만 심해 탐험 하듯 여기저기를 관찰하는 장면이 있는데,
지금 딱, 방 안에 틀어 박혀서 방 안에서 세계일주하는 그런 기분이다.

그래도 사실은, 하고 있는 연구가 연구인지라 실제로 가본 대학들도 적지 않다.
이 포스트는 책에 대한 것이긴 하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녀본 대학에 대한 감상을 조금씩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대학은 보통 놀러가는 곳은 아니라 재미는 없을 것 같지만, 이런 것도 쌓이고 쌓이면 꽤 보람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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