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 솔릭, 20호 시마론이 다녀간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바로 21호 제비가 찾아 왔다.
이전 것은 왔어도 약하거나, 교토가 영향권에 없어서 그럭저럭 지나갔었는데,

이번 건 일본 기상청이 25년 만에 지정한 <매우 강한 태풍>이라고 해서 좀 긴장했었다.
게다가 교토 상공을 완전히 관통한다고 하니...


그리고 오늘이 딱 태풍이 오는 날이었다.


화요일 오전 9시 오늘이 딱 교토를 관통하는 날이었다. 그림 상에서는 火(4日)부분에 해당한다.


정말 어찌나 바람이 세던지, 집이 흔들릴 정도였다.
그냥 지나보내기 아쉬워서 동영상도 남겨두었다.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방 바로 옆에 전선이 지나는데 이러다가 끊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위태위태해 보였다.


풍속이 빨라서 그런건지 태풍 자체는 금방 지나갔고, 저녁에는 비도 완전히 그쳤다.
날도 시원해져서 이전보다 오히려 돌아다니기 좋은 날씨가 되었다.


그래도 피해는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뉴스를 보니, 교토역에서는 유리창이 깨져서 밑에 있는 사람이 다치고, 아라시야마 도게츠교는 난간이 무너졌고,
간사이 공항은 활주로가 물에 잠기고, 유일한 육로인 연락교가 파손되어서 오고 가는 사람들이 고립된 상태라고 했다.


난 우리 동네는 괜찮은지 궁금해졌고, 학교 주변만 좀 돌아다녀 보기로 하였는데,
내 방 주변이야 아무 것도 없으니 괜찮았지, 역시나 다른 곳은 피해가 좀 있었던 것 같다.


먼저 대학 주변에서 가장 가게가 많이 모여 있는 햐쿠만벤(百万遍) 먼저.
이곳은 내 방의 북쪽에 위치한다.

돌아본 곳 중에 가장 피해가 심한 곳이었다. 나무가 쓰러져 있었는데...

쓰러진 나무가 자취방 베란다에 까지 닿은 경우였다. 방주인은 어떤 기분일까?

아까 그 나무가 쓰러져 있는 곳에서 조금만 더가면 학교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Boogaloo(부갈루)라는 카페가 있다. 화분이 깨져있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더니...

그 옆을 보니, 가게의 상징물인 거대한 케이크와 간판이 있었다.

그런데 케이크에 구멍이...원래 먹음직스러운 딸기가 올려져 있던 곳이다ㅠㅜ

그리고 간판은 산산조각 ㅠㅜ...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다시 길을 돌아 남쪽으로 향했다.

서로 묶어 놓은 철책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묶어 놓았기에 망정이지 그러지도 않았으면 도로에 돌아다닐 뻔 봤다. 그리고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은행이 보인다. 다행인건 아직 향기가 강하지는 않다.

남쪽으로 조금만 더가면 대학 체육관과 학생회관 그리고 동아리방 건물이 줄지어 나온다. 그런데 대학 체육관과 그 옆 학생회관을 남북으로 잇는 다리가 완전 수영장이 되어 있었다. 잘 안보이지만 저 멀리 의자들이 쓰러져 엉켜 있는 것도 보인다.


학생회관 앞. 자전거들이 편하게 누워 있었다...

학생회관과 동방 건물 가운뎃길. 어디서 날아왔는지 크고 작은 나뭇가지가 쓰러진 자전거와 엉켜 있다. 그 옆에는 뭐 간판 같은 게 하나 쓰러져 있는데...

마침 어제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 있어서 비교해 보았다. 쓰러져 있던 간판은 경음악부 간판이었다. 지못미...


그리고 다시 방으로.

일본스러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동네 사람들이 바깥에 나와서 일사불란하게 청소를 하고 있었다. 사진에 담긴 건 편의점이지만, 일반 가정집도 마찬가지 였다.

사진 가운데 보이는 주민 분들은, 어떤 커다란 조각(?)들을 보시면서, 이놈이 대체 어디서 떨어져 나온 것이당가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잘 보이진 않지만 사진 오른쪽에 희끄무레 하게 보이는 건 교토부립의대 학생들인 듯했다. 자기네들 기숙사 앞을 청소 중이었다.


이렇게 폭풍 같은 하루가 끝났다.
이렇게 잘 대비하고도 놀라웠던 태풍은 처음이었던 듯.


그리고...

오후 8시 25분 다시 비가 오네?


이 밑에는 9월 5일에 새로 추가.

학교에 가보니 이거 뭐 난장판이 따로 없길래 조금 더 추가해보고자 한다.


먼저 학교 가는 길부터,

어쩐지 학교 가는 길부터 심상치 않더라니...

학교 앞 정문으로 통하는 길은 나뭇가지로 완전 난장판이었다. 사진상으로는 잘 안보일 수도 있지만 오른쪽은 인도가 완전히 막혀있었다.


그 다음 학교 안.

나름 상징물인 시계탑 앞에 있는 소나무가 뿌리가 뽑혀 있었다. 심은지 얼마 안되었는지, 뿌리가 자리를 잘 못잡았던 모양.

그 근처에는 뿌리는 자리를 잡았지만, 바람에 줄기가 꺾인 불쌍한 나무가 있었다...

이건 또 다른 나무. 완전히 끊어져 길을 막고 있다. 누군가 길을 막아놓았다.

요 녀석은 뿌리가 뽑힐 뻔 했지만, 무사하다.


하굣길.

하굣길 횡단보도. 길을 건너려는데 신호등을 못찾았었다. 잘보니 신호등이 딴데를 보고 있었다;; 아침에 한 번 건넜던 곳인데, 등굣길에는 저 신호등을 등지고 서게되기 때문에 눈치를 못챘었다.

간사이공항은 물이 차서 당분간 못쓴다지, 유일한 연락로는 배에 부딪혀서 못쓰게됐다지,
심지어 공항 안에 3천 여명이 갖혀서 구조가 되고 있다질 않나...
괜히 <매우 강한 태풍>인 건 아니었나보다.

그나저나 나 한국은 어떻게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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