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수요일에 가져간 짐이, 26일 금요일 오늘 들어오기로 되어 있었다.
어제 무리해서라도 후쿠오카에 들어온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원래 누가 살고 있는 집이라 그런지 적적한 것도 없고,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잠은 되게 잘잤다.

알람도 없이 여섯 시에 일어나서 여기저기 청소도 하고 짐 놓을 장소도 마련했다.

거실의 반절과 그리고 왼쪽에 보이는 주방.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내가 살아본 집에서 가장 넓다.

내 방 사진. 이곳이 내 방으로 쓰일 공간. 매트리스는 전에 방을 쓰던 분 것. 창이 북향이다. 그리고 창밖 멀리 학교 건물이 다 보인다.

또 내 방. 다른 한 쪽에 벽장이 있다. 안으로 꽤 깊다.

베란다에서 본 풍경. 안그래도 논밭 밖에 없는 곳인데, 그 와중에 주말농장 같은 곳이 바로 옆에 있다.

현관 문 밖에서 찍은 풍경. 완전 정겹다. 그러고보니 교토에서나 후쿠오카에서나 이삿짐 나가고 들어오는 시간에 날씨가 좋아서 참 다행이다.

그리고 짐이 들어왔다.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2시간 정도? 교토에서도 그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이 사람들 정말 일 잘한다;


그리고 이삿짐 센터에 추가금을 내서 대학까지 책 열 몇 박스를 옮겨놓았다. 근데 자리를 직접 보니 좀 후회 중이다. 처음 설명과 달리 대학에 있으면서 연구는 절대 할 수 없을 거 같았다...


내 자리.완전 한 가운데 있어서 집중도 안되고, 여기 있음 없던 일도 계속 생길 듯.

짐정리를 대충 끝마치고, 같이 일할 동료와 함께 점심. 학식이 조금씩 더 저렴해서 놀랐다. 교토대에 200엔대 메인 매뉴는 없었다. 여기 나오지 않았지만 샐러드류도 반값은 싼 듯. 후쿠오카 물가가 교토보다 싸다는 건 들었는데, 학식도 쌀 수가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학생들의 군것질을 유도(?). 계산대 바로 옆에 음료수를 두었다. 가격은 보통 자판기 가격의 거의 반 값.

학생들의 군것질을 유도 (2). 아이스크림까지 저렇게 놓았다! 근데 금방 밥 사서 자리로 가는 사람들이 저걸 사갈까? 다시 줄 서서 사는 사람도 별로 없을 거 같기도 하고...뭐, 점심시간만 장사하는 건 아니니까!


바깥에 나와서 집에 가기 전에 한 컷. 이 대학에서 일하게 된다. 학교 참 멋있게 잘 지어놨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 학교 근처는 다 논밭이다.


너무 논밭이라, 정말 농담안하고 윈도우XP 바탕화면 보는 줄 알았다.


그리고 향한 곳은 이토시마시청. 후쿠오카현 최서단에 위치하고 인구 10만이 안된다. 애매하게 후쿠오카시 끄트머리에 사느니, 화끈하게 시골에 살아본다!!고 생가하면 좀 위안이 된다.

이곳에서 전입신고. 특이하게도 시청직원 분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신기해...

전입신고는 끝났고, 건강보험 기다린다. 옆에 준 책자는 외국인용 홍보책자인듯. 표지에 미야지마 이츠쿠시마 같은 토리이가 하나 보인다. 딱 봐도 되게 새거다ㅎㅎ

모든 절차를 끝마치고 나왔다. 하늘이 왠지 우중충. 스쿠터 백미러에 비친 하늘은 맑다.

집에 가는 길. 뇌산강이라는 특이한 강이 있었다. 수원지가 뇌산이라서 뇌산강인가? 어쨌든 이걸 넣은 이유는, 이번 AMD 라이젠 성능 괜찮으면 컴퓨터 업그레이드나 하려고 한다.

그리고 방에 돌아 와보니 한국 집에서 택배가 와 있었다!!


택배 안에 들어있던 새 지갑. 예전 지갑 잃어버려서 한국에서 하나 사서 보냈다...예전 것만큼은 아니지만 이것도 마음에 든다.

저녁밥으로는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있는 라멘집 "젠(膳)". 라멘이 무려 320엔...물가가 싸다싸다 했지만, 정말 이래도 되는거야? 교토에서 먹던 것의 반 값도 안된다!

보니 320엔 짜리 라멘엔 토핑이 별로 없었다. 아마 취향대로 +@로 먹는걸 가정하고 320엔 짜리를 기본 메뉴로 설정한 듯?

오는 길에 쓰레기 봉투를 사왔는데 알고보니 타지 않는 쓰레기용이었다. 교토에선 노란색 봉투가 타는 쓰레기라 여기도 당연히 노란색이 그런 줄......

(2019.7.29)

교토에서 마지막 일정.
오전에는 연구실 일을 하고, 방에 돌아와서 마무리를 한 뒤,
부동산 쪽에서 방 수리에 필요한 견적을 내고, 그리고 나서 후쿠오카로 가는 일정이었다.


이 포스트는 후쿠오카에 들어가야되나 교토에 들어가야 되는지 고민했는데,
고민 끝에 이 포스트부터 후쿠오카 쪽에 넣기로 하였다.

아침에 찾은 카라후네야 커피점. 여기도 참 오랫동안 찾은 곳이다. 많은 추억이 있다.

아침 세트. 양과 맛이 참 괜찮다. 가격은 630엔 정도.

그리고 일하러 향한 학교. 괜시리 대학의 이곳저곳이 평소보다 더 예뻐보여서 여기저기 사진을 촬영했다.

일이 끝나고 지도교수가 식사를 사준다 해서 요시다 캠퍼스로. 저 시계탑 안에 "라 투르 (La Tour)"라고 하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그곳에서.

코스요리라 모두 사진에 담진 못했지만, 이런 식이었다. 큰 접시 한 켠에 감질나게 조금 요리를 주는 게 특징이었다...

식사 후 시계탑 지하에 있는 생협에서 기차표 날짜를 변경하였다. 처음엔 날짜만 변경할 셈이었는데, 알고보니 애시당초 잘못된 날짜로 발급해주셨더라. 변경후 들린 시계탑 지하 카페. ATM에서 돈 찾으려다 한 컷. 비싸서 저 카페를 자주 쓰진 않았지만, 저 자리만은 많이 빌려 썼던 기억이 난다ㅎㅎ

법학부 건물. 날이 좋으면 저기에 앉아서 빵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곤 했다.

부속도서관. 정말 많이 머무른 곳이다. 방과 가깝고 아는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기 때문에, 할 일에 마음 편하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털레털레 집에 가는 길. 대학 외벽에서 도마뱀을 보았다. 아니, 이런 게 대학에 살고 있었단 말야?

집에 돌아와서 마지막 정리. 방이 드디어 텅 비었다. 이렇게 넓고 좋은 방이었나 싶어서 조금 놀랐다. 이렇게 깨끗하게 정리한 건, 부동산에서 방 수리 견적을 내러 온다고 해서였는데, 깨끗하게 잘 썼다며 다행히 아무 것도 청구되지 않았다.

저 불쑥 들어간 공간이 참 유용했다. 덕분에 방을 더 크게 쓸 수 있었다.

냉장고가 있던 주방. 냉장고가 빠지니 정말 넓다.

벽장. 벽장이 정말 큰 게 이 방의 장점이었다. 정말 갖고 있는 거의 모든 잡스러운 물건이 들어간 듯.

그리고 이제 슬슬 떠나려니 비가 왔다. 우산도 없고 조금 더 기다리기로 하였다. 이삿짐 센터 분이 "우산을 다 가져갈까요?"라고 했었는데, 이런 이유였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마지막 짐.비오는 사이에 한 컷. 이삿짐 센터 분들 덕분에 짐이 매우 간소해졌다. 생각해보니 우산이 있었던들 짐 때문에 어차피 쓸 수가 없었을 듯.

어제보다 비구름이 꽤 크다. 비 세기는 비슷했다. 나갈 수 없을 정도로 꽤 강했다.

비가 조금 잦아 들고, 콜택시를 불렀다. 교토, 오사카 지역에 새로 나온 "MOV"라는 앱이었는데, 지금 쓰면 무려 2,000엔 쿠폰을 준단다. 교토가 내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냉큼 쓰기로.

택시가 오는 시간에 맞추어 바깥으로. 그리고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한 컷.

택시 안에서. 차창 바깥으로 보이는 게 무슨 주마등처럼 보인다.

5년 간 저 앞에서 신호등을 기다렸다.

햐쿠만벤. 저 맥도날드, 사이제리야도 정말 많이 찾은 곳들이다.

이마데가와 다리. 이 다리를 건너서 미스터 도넛에 가곤 했다.

기사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쿠폰을 써서, 심지어 앱 상에서 계산된다고 하니까, '얘가 왠 헛소리지?'하는 느낌으로 보시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거셨다.

무사히 교토역에 도착. 잘보니 택시에 아예 MOV 도장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요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시다니...요금은 830엔. 일본 택시비 생각하면 정말 저렴하게 나온 거다.


곧 출발하는 열차가 있길래 냉큼 탔다. 급하게 먹을 것을 사왔는데 비싸서 깜놀. 이렇게 사고, 천 엔이 넘었다. 승강장 근처에 세븐일레븐이 있을 거라고 착각했었다...

가는 길. 히로시마 야구장. 한창 야구경기가 진행중이었다.


가는 길2. 히로시마 어느 다리. 이곳을 여행했던 것도 추억으로 남아 있다.

가는 길. 도쿠야마에서 어느 공장. 불빛이 번쩍번쩍 한것이 참 예쁘더라. 있을 법한 지명인데 들어보는 건 처음이라 도쿠야마가 어디인지 찾아봤는데, 역시나 정말 작은 도시였다. 신칸센이 들리는 도시 중 가장 작은 도시라고 한다.

​​

혼슈에서 큐슈로 건너기 전 한 컷. 이 이후에는 GPS가 한참 안되서 다음에는 코쿠라에서 잡히더라. 그나저나 이때라도 배터리를 충전했어야 했다. 이때 아슬아슬 할 때까지 써서 그런지 이후 배터리 닳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후쿠오카 지하철에 타서. 바닥이 QR코드처럼 되어 있는 게 특징이었다. 그리고 전혀 읽히지 않는다는 게 또 하나의 특징이었다.

가장 눈에 띈 건 USJ 광고. USJ는 이제 정말 큰 맘 먹고 가야되는 곳이 되었다.

목적지인 하타에 역 도착. 생각보다 작고 아담한 역이었다.

하타에역 개찰구. 정말 작고 아담한 역이었다.

뭐가 되게 오밀조밀하게 모여서 시끄럽게 하길래 봤더니, 전깃줄 위에 새들이 빼곡히 앉아있었다. 여기 뿐만 아니었다. 다른 곳들도 많았다. 교토에선 카모가와가 있어도 이런 걸 본 적이 없었는데...시모가모 쪽은 이랬을려나?

첫 날 룸메이트와 찾은 "못코리". 일본어로 하면 약간 속어가 아니었던가...?


이름은 좀 그랬을지 몰라도 맛 하나는 정말 좋았다. 가장 맛있었던 니쿠미소히얏코. 차갑게 식힌 두부에 고기쌈장을 얹은 요리이다.

이발소. 가격이 저렴한 것도 놀랍고, 이렇게 휘황찬란한 이발소는 처음이라 또 놀랐다.

편의점에서 물 구입. 같은 브랜드 샘물인데도, 이곳은 아소산의 물이었다. (교토는 오쿠야마의 물이었던가?) 내가 있는 곳이 큐슈란 걸 새삼 깨달았다.

​(2019.7.29)


​후쿠오카 쪽으로 완전히 옮기기에 앞서, 이삿짐을 먼저 나르게 되었다.

이곳에서 5년 지내면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방이 텅텅 비어가는 걸 보면서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당일 아침. 트럭이 와 있었다.

작업 중인 방. 점점 텅 비어가는 방을 보고 있자니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 사이 옆에 있는 목욕탕엔 기름 배달차가 왔었다.

기름 배달차와 동시에 내가 버린 대형 쓰레기를 수거하러 트럭이 또 한 대. 이건 뭐, 완전 혼돈...

​​

이삿짐 작업은 의외로 빨리 끝나서 점심 전에 마무리 되었고, 나는 마지막으로 단골 이발소에 들렀다. 5년이나 나의 머리를 책임져 준 정말 고마운 분들.

그리고 집에 가려는데,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하였다;;

저 큼직큼직한 물방울을 어떻게든 담아내고 싶었다.

길 건너 편에 오토바이 가게가 있는데, 그곳 차양에 다른 학생들과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ㅎㅎㅎ

비구름 지도를 확인해보니, 으아니 어쩜...딱 대학이 위치한 곳 정도에만 비구름이 와있었다.

빗방울이 작아졌을 때 쯤,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확인 한 이삿짐 짐 목록 종이. 꼼꼼하게 일일히 적어준다. 돈값한다^^

밖에는 아직도 비가 오고 있었다. 한때 너무나도 당연했지만 당분간은 보지 못할 이 풍경...

이제 짐은 딱 이만큼 남았다. 이 짐으로 하루 생활하고 내일 (25일)엔 완전히 후쿠오카로 이동하게 된다.

몇 번 남지 않은 교토에서 먹는 저녁밥으로 미소카츠를 먹으러 먼 길을 갔건만...임시휴업이었다 ㅠㅜ

그래서 학식이나 먹으러 갔다. 미소카츠 집에서 잔뜩 약오르고 와서, 학식에서 먹고 싶은 거 다갖고 와봤다.

(2019.7.29)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일본에서 본 JLPT이다.

2008년, 2011년, 2017년에 이어 네 번째 보는 시험.
항상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생각보다 어렵고, 내가 몰랐던 부분을 파고 드는 느낌이 든다.

이번에도 어려운 게 꽤 있었는데 3문제 정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먼저, 1교시 독해, 
13번 문제: 의성어의태어 문제 (사장이 되보니까 그 마음이 "〇〇"하게 알겠더라 중 〇〇에 들어갈 말),  
24번 문제: 어휘 문제 (様相가 가장 알맞게 쓰인 문장) 

13번 정답은 "ひしひしと"이고 확실히 틀린 거 같다. 24번 정답은 "社会の様相"인데, 이건 운 좋게 맞은 듯.  
두 문제 다 내가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부분이라 공부가 되긴 했다. 

다음으로 2교시 청해, 
3-5번 문제: 일단 강연을 듣고 주제를 맞추는 문제. 
"요즘 임업(林業)에 젊은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게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 
는 내용이었는데, 보기 2번은 인재확보의 필요성, 3번은 해결방법이었다 

2번을 듣고 체크하고 있는데, 3번이 그럴듯하게 들려서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었다. 
"젊은 사람=인재" 인지 아닌지 모르겠고,
마지막에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고 해서 해결방법인 거 같기도 하고... 
일단 3번으로 하긴 했는데, 요건 아직까지도 답을 잘 모르겠다.

이번에도 만점이 나오면 좋긴 하겠지만,
경우의 수를 따져야 되는 축구 팀마냥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봤을지가 중요할 거 같다.
그래도 뭐, 대강 만족할만한 점수를 받을 거 같다.

아, 그리고 다음 시험을 위해서 스스로에게 조언을 하자면,
마실 것, 간식거리는 필수다!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닌데도, 편의점까지 다녀오는 게 얼마나 귀찮고 힘들던지.
왔다갔다 하느라 쉬는 시간 다 빼앗기고.

마지막으로 이번 시험이 이 학교에서 보는 마지막 일본어능력시험이 될 것 같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시험을 볼 수 있어서 참 고마웠다.

28일에 보는 토익시험은 후쿠오카 쪽으로 신청해놨는데, 곧 장소가 나오는 날이다.
그곳에서도 다니고 있는 대학에서 볼 수 있었으면!

12시 10분 쯤. 삼삼오오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 시험시작은 12시 30분.

(2019.7.7.)

박사과정 졸업에 앞서 취업이 되어서,
후쿠오카에 있는 한 대학 쪽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예전에 시내 한 가운데 좋은 곳에 있었던 그 대학이,
지금은 어디 산골짜기로 이사를 가있었다.

대학로의 번화함은 비교도 안되지만, 위치만큼은 딱 서울대 느낌이다.
역 느낌마저도 서울대입구역과 비슷해서,
대학에서 무지막지하게 멀다.
한 4킬로미터 정도?

그리고 대학 주변이 나름 신도시인듯,
신축이 많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방값이 비교적 비싸고, 혼자 살기 적당한 크기의 빈방이 부족하다.
즉, 방이 무지막지하게 크면서 비싼 곳 밖에 안 남아 있다.

오래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토가 정말 좋은 곳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적당한 크기였고, 방세도 적당했다.
주변에 목욕탕도 있고,
조금만 찾으면 좋은 카페들이 많고,
차도 적당히 돌아 다니고, 평지이고...
역도 나름 가깝고...

취업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정리하려고 한다.
곧 「2019~현재 후쿠오카」가 추가 될 것 같다.

(2019.6.7)

19호 솔릭, 20호 시마론이 다녀간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바로 21호 제비가 찾아 왔다.
이전 것은 왔어도 약하거나, 교토가 영향권에 없어서 그럭저럭 지나갔었는데,

이번 건 일본 기상청이 25년 만에 지정한 <매우 강한 태풍>이라고 해서 좀 긴장했었다.
게다가 교토 상공을 완전히 관통한다고 하니...


그리고 오늘이 딱 태풍이 오는 날이었다.


화요일 오전 9시 오늘이 딱 교토를 관통하는 날이었다. 그림 상에서는 火(4日)부분에 해당한다.


정말 어찌나 바람이 세던지, 집이 흔들릴 정도였다.
그냥 지나보내기 아쉬워서 동영상도 남겨두었다.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방 바로 옆에 전선이 지나는데 이러다가 끊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위태위태해 보였다.


풍속이 빨라서 그런건지 태풍 자체는 금방 지나갔고, 저녁에는 비도 완전히 그쳤다.
날도 시원해져서 이전보다 오히려 돌아다니기 좋은 날씨가 되었다.


그래도 피해는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뉴스를 보니, 교토역에서는 유리창이 깨져서 밑에 있는 사람이 다치고, 아라시야마 도게츠교는 난간이 무너졌고,
간사이 공항은 활주로가 물에 잠기고, 유일한 육로인 연락교가 파손되어서 오고 가는 사람들이 고립된 상태라고 했다.


난 우리 동네는 괜찮은지 궁금해졌고, 학교 주변만 좀 돌아다녀 보기로 하였는데,
내 방 주변이야 아무 것도 없으니 괜찮았지, 역시나 다른 곳은 피해가 좀 있었던 것 같다.


먼저 대학 주변에서 가장 가게가 많이 모여 있는 햐쿠만벤(百万遍) 먼저.
이곳은 내 방의 북쪽에 위치한다.

돌아본 곳 중에 가장 피해가 심한 곳이었다. 나무가 쓰러져 있었는데...

쓰러진 나무가 자취방 베란다에 까지 닿은 경우였다. 방주인은 어떤 기분일까?

아까 그 나무가 쓰러져 있는 곳에서 조금만 더가면 학교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Boogaloo(부갈루)라는 카페가 있다. 화분이 깨져있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더니...

그 옆을 보니, 가게의 상징물인 거대한 케이크와 간판이 있었다.

그런데 케이크에 구멍이...원래 먹음직스러운 딸기가 올려져 있던 곳이다ㅠㅜ

그리고 간판은 산산조각 ㅠㅜ...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다시 길을 돌아 남쪽으로 향했다.

서로 묶어 놓은 철책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묶어 놓았기에 망정이지 그러지도 않았으면 도로에 돌아다닐 뻔 봤다. 그리고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은행이 보인다. 다행인건 아직 향기가 강하지는 않다.

남쪽으로 조금만 더가면 대학 체육관과 학생회관 그리고 동아리방 건물이 줄지어 나온다. 그런데 대학 체육관과 그 옆 학생회관을 남북으로 잇는 다리가 완전 수영장이 되어 있었다. 잘 안보이지만 저 멀리 의자들이 쓰러져 엉켜 있는 것도 보인다.


학생회관 앞. 자전거들이 편하게 누워 있었다...

학생회관과 동방 건물 가운뎃길. 어디서 날아왔는지 크고 작은 나뭇가지가 쓰러진 자전거와 엉켜 있다. 그 옆에는 뭐 간판 같은 게 하나 쓰러져 있는데...

마침 어제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 있어서 비교해 보았다. 쓰러져 있던 간판은 경음악부 간판이었다. 지못미...


그리고 다시 방으로.

일본스러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동네 사람들이 바깥에 나와서 일사불란하게 청소를 하고 있었다. 사진에 담긴 건 편의점이지만, 일반 가정집도 마찬가지 였다.

사진 가운데 보이는 주민 분들은, 어떤 커다란 조각(?)들을 보시면서, 이놈이 대체 어디서 떨어져 나온 것이당가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잘 보이진 않지만 사진 오른쪽에 희끄무레 하게 보이는 건 교토부립의대 학생들인 듯했다. 자기네들 기숙사 앞을 청소 중이었다.


이렇게 폭풍 같은 하루가 끝났다.
이렇게 잘 대비하고도 놀라웠던 태풍은 처음이었던 듯.


그리고...

오후 8시 25분 다시 비가 오네?


이 밑에는 9월 5일에 새로 추가.

학교에 가보니 이거 뭐 난장판이 따로 없길래 조금 더 추가해보고자 한다.


먼저 학교 가는 길부터,

어쩐지 학교 가는 길부터 심상치 않더라니...

학교 앞 정문으로 통하는 길은 나뭇가지로 완전 난장판이었다. 사진상으로는 잘 안보일 수도 있지만 오른쪽은 인도가 완전히 막혀있었다.


그 다음 학교 안.

나름 상징물인 시계탑 앞에 있는 소나무가 뿌리가 뽑혀 있었다. 심은지 얼마 안되었는지, 뿌리가 자리를 잘 못잡았던 모양.

그 근처에는 뿌리는 자리를 잡았지만, 바람에 줄기가 꺾인 불쌍한 나무가 있었다...

이건 또 다른 나무. 완전히 끊어져 길을 막고 있다. 누군가 길을 막아놓았다.

요 녀석은 뿌리가 뽑힐 뻔 했지만, 무사하다.


하굣길.

하굣길 횡단보도. 길을 건너려는데 신호등을 못찾았었다. 잘보니 신호등이 딴데를 보고 있었다;; 아침에 한 번 건넜던 곳인데, 등굣길에는 저 신호등을 등지고 서게되기 때문에 눈치를 못챘었다.

간사이공항은 물이 차서 당분간 못쓴다지, 유일한 연락로는 배에 부딪혀서 못쓰게됐다지,
심지어 공항 안에 3천 여명이 갖혀서 구조가 되고 있다질 않나...
괜히 <매우 강한 태풍>인 건 아니었나보다.

그나저나 나 한국은 어떻게 가지...?

금년도 학기 시작과 함께 목표를 몇 가지 세웠는데,

그 중 하나가 이 학회에서 발표하는 거였다.

일본 국내 학회에 참가해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정말 설레였다.

(그러고보니 정말 교토대학 외의 장소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가하는 건 처음인 거 같다.)


개최 도시는 히로시마!

정말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2014년에 청춘18로 와본 적이 있지만, 이동시간이 하도 길어서 충분히 돌아보지는 못했었다.

(이번에도 학회 때문에 돌아보진 못했지만...)


이번에 올리는 건 0일차.

학회 일정이 시작하기 하루 전에 히로시마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이다.

고속버스를 타서 그런지 별별 일이 다있었고, 할 말도 많다.


교토역 주변. 이곳에서 버스를 탄다. 바람이 세차긴 했지만, 하늘은 참 예쁜 날씨였다.

이번에 이용하는 윌러(Willer) 버스. 히로시마까지는 중간에 5번을 정차해서 7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짧지 않아 야간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야간버스에는 트라우마가 있어서 타지 않는다.

간소한 짐. 조그마한 캐리어가 하나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유가 생기면 생각해보자.

버스 내. 좌석은 꽤 편안했다. 그런데 저 유모차 덮개 같은 게 꽤나 걸리적 거렸다.

중간에는 오사카 우메다 스카이 빌딩에 있는 버스터미널에 정차하였다. 두 빌딩 가운데는 여전히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두 빌딩 가운데에 있는 공터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 행사 중이었다. 독일과 관련이 있는 듯 했다. 점원들이 모두 서양인인 게 신기했다. 어디서 데리고 온 거지?

히메지 근처에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정차했을 때. 한신 타이거즈 샵이 있더라...대단해 정말.

휴게소에 있는 롯데리아. 여기에서 점심을 테이크아웃 했다. 햄버거 크기가 너무 작아서, 무슨 미니어처인 줄 알았다.

그리고 콜라에 시럽과 프리마를 껴주었다. 이 지역에선 원래 이렇게 먹는 건가? 아님 실수?

그렇게 달리고 달려...

저녁 6시 반쯤에 히로시마 역 앞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번화하지는 않았다. 알고보니 내가 묵는 현청 근처가 더 번화가인 모양이었다.

역 앞에서 촬영한 사진. 스마트폰 GPS가 잘 동작하지 않아서, 길을 많이 헤맸다.

역에서 꽤 멀었지만 아시아나 항공 블로그에 올라왔길래 들렀던 식당 初ちゃん(하쓰 쨩). 빈 자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 할머니에게 "안돼(だめ)" 소리를 들었다. 히로시마에 와서 처음으로 들은 일본어가 "안돼(だめ)"라니...안돼 돌아가도 아니고...슬펐다.

노면 전철을 타고 현청 근처로 향했다.

갖고 있는 SUICA는 작동하지 않았다. ICOCA는 사용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놀라웠던 건, 저 기계에서 무려 충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교토에서는 일부러 넣지 않은 거 같기도 하다. 500엔 카드를 쓰는 사람도 많고, 내릴 사람이 밀리면 곤란할테니까.

한 대형 수퍼. 어딜 가도 야구 관련 상품이 꼭 보였다. 빨간색이라서 어딜 가도 눈에 띈다.

그리고 결국 밥을 먹은 곳은 이곳. 마쓰야는 적어도 손님을 거절하진 않아서 좋다. 규동에 야채, 날계란 세트 + 생맥주 까지 주문했다. 그러나 여전히 배고팠다.

그래서 후식으로 라면집을 찾았다. 히로시마 라면은 무슨 맛일까?

오노미치 라멘. 미소 라멘이었고 돈코쓰는 아니었다. 잘게 썰은 오징어가 구국물에 듬뿍 들어있어서, 면을 씹거나 국물을 마실 때면 입 안에 오징어 씹는 느낌이 참 좋았다. 그치만 역시 교토의 라멘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다리를 찍었다. 참 예뻤다. 옆에 원폭돔도 보인다.

그리고 숙소! 3박 4일에 수건(200엔)과 조식(600엔/2식) 포함 6,500엔 들었다. 연구비를 받고 한 연구가 아니라서 이런 부분에서 참 열악하다. 그래도 지금 아니면 해볼 수 없는 경험이기도 한 거 같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마트에 갔는데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다.

토야마현산​ 고시히카리 소프트 아이스크림?!


그래서 구입해보았다.

​무엇이? 밥알(こめ粒)까지 들어갔다고?!


 결과는 실패. 맛은 그냥 아이스크림 그대로였다. 오히려 우유맛이 너무 약한 거 같아서 별로였다. 

 뭔가 이상해서 성분표를 보니,


우유, 당류, 식물기름, 콘(옥수수), 멥쌀, 식염 등등. 어차피 들어 있는 건 다른 아이스크림과 비슷했다.

거기에 쌀만 조금 들어있을 뿐이었다.

생각해보니 저번에 후쿠이에선 쌀맛 콜라를 마셨다가 낭패를 봤었지...

앞으로 쌀맛 〇〇는 좀 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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