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들어 아무 목적 없이 여기저기를 걸어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가방에 노트북이네 연구자료네 이것저것 싸서 들고 다닌다.
쉬고 싶을 땐, 한적한 스타벅스나 카페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노트북도 하고 연구자료도 보곤 한다.
대학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밖에서 하면 웬지 개방감 같은 게 있다.
그리고 어쩔 때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커피만 홀짝이며 생각에 빠지곤 한다.
요 포스트에는 그럴 때 생각했던 것도 정리할 겸,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해 되짚어 보고자 한다.
그리고 내가 나에 대해서 생각해본 반성들.
자조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꼭 지켜나가고 싶은 것들.
- 소중한 사람과의 어긋남에 대해서
누구나 장점과 단점은 있다. 굳이 누군가를 미화해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사이가 멀어진 다음, '이렇게 맞추면 됐겠구나'라는 후회는 아무 소용 없다.
혹여나 내가 그렇게 맞췄더라도, 어긋났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 사람이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무언가 끈이 이어져있을 수록,
그 순간의 선택에 대해 매우 신중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것이 무언가를 검증하는 질문이나 반응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나는 이러한 점에 있어 너무너무 어리고 미숙했던 것 같다.
마음은 급하고, 뭐든지 빠른 결론을 내려고 했다.
소중한 사람에게 나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만약에, 정말 만약에 다시 기회가 오면, 그땐 내가 크게 바뀌어 있어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소중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다.
- 타인의 삶에 대한 나의 태도에 대해서
나는 어쩌면 후쿠오카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최근 상심이 커서 외로움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후쿠오카에서 알고 지낸 사람들에게 한명씩 인사 겸 잡담을 나누러 돌아다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잘 살고 있니?"라는 질문을 했을 때였다.
문득, 내가 다른 사람의 삶을, 내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정적인 것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최악인 점은, 그 사람의 삶의 재미와 고통에 공감해주지 못하고 이러한 평가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어제 (11월 15일), 대학원 친구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는 "그럼 니가 원하는 삶은 뭔데?"라고 되물어왔다.
세상에, 대답을 못하겠더라. 나 조차 내가 어떻게 살길 바라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타인의 삶을 내 잣대로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나는 타인에게, 그러한 삶의 형태에 대한 나의 불안감을 이야기하곤 했었다.
나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테니 오히려 불편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신뢰하고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은 어땠을까? 그런 사람일 수록, 나의 말을 귀담아 듣고,
나의 이러한 말이 불편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내가 잘못 살고 있나?'며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태도로는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을 것이다.
- 내 고집을 꺾기 위한 나의 노력에 대해서
헬스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가 나에게 운동을 권해도, '이 정도 몸매면...', '너무 바빠서...'라며,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다.
나는 이 고집부터 꺾기로 했다.
나를 일부러 고통스럽게 만들고, 나 자신을 바꾸는 것에 대한 희열을, 나 자신에게 선물 해보기로 했다.
물론 연구 시간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신체능력을 높임으로써, 연구 시간에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타인의 희노애락에 잘 공감하는 사람이었다.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다망함(多忙함)과 나이를 먼저 운운하는 고집불통이 되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시련을 주고 싶다.
그래서 나 자신을 한번 무너뜨려보고 싶다.
이는 무언가를 다시 쌓아나갈 기회가될 것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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