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 다시 손을 댄 오늘은 12월 27일. 2021년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래저래 잡생각도 많이 나기도 하고, 생각도 추억도 정리할 겸, 여행 다녀온 포스트를 남겨보려고 한다.
논문 본문(1~6장)을 완성시키고, 기분전환 겸 2주 정도 설렁설렁 일+휴가를 즐기기로 했다.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렇게하지 않으면 정말 다시 번아웃이 올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쉬려고보니 할 게 딱히 생각이 안났다 ㅠㅜ... 그도 그럴게, 후쿠오카, 큐슈에 와서 어디엔가 가보려는 생각을 일절 해본적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대체 어딜갈까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난 곳이 예전에 어떤 분께 추천 받은 적이 있는 긴린코 였다.
갑작스럽지만 바로 출발ㅎㅎㅎ 이것저것 준비가 끝나니 한 8시반 정도 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9시 반 정도에 차가 있길래 후닥닥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유후인 버스터미널에 도착! 이때부터 뭔가 설레기 시작했다. (왜 이것만 썸네일이 제대로 안나오지...?ㅠㅜ)
마지막으로, 자기반성이다. 약간 옛날 싸이월드 중2병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뭐 가끔 나도 읽기 좋으니까.
여행 내내,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12월말 아직까지도 생각한 '후쿠오카에서 보낸 2년은 나한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지?!(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고...)'에 대한 나의 결론은, '세상에 그런 의미가 어딨냐??'였다 ㅎㅎㅎㅎㅎㅎㅎ
특정시기에, 특정장소에 있었다고해서 그 의미를 일일히 정의내릴 수는 없는 것 같다.
후쿠오카에 와서 좋지 않은 일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후쿠오카가 아니었어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후쿠오카라서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위로를 받아서, 겨우겨우 해낸 걸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
나는 한 때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무언가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 자신 또한 번아웃으로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슬럼프를 겪게 되는 것 뿐이었다.
지금의 나는 나의 평범함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특별해지기 위해서가 아닌,평범해지기 위해서지금과 같은 노력을 해 온 것 같다.
평일- 아침 6시 기상, 운동, 식사, 7시까지 출근, 밤9시까지 작업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종일- 휴식, 방청소 일요일- 8시 기상, 9시 출근, 저녁6시까지 작업
연초에 이런 다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 이런 일정이 가능해?? 지금 읽어봐도 숨이 턱 막힌다. 그런데 논문 본문을 모두 완성할 때까지 정말 이렇게 해냈다. (그리고 얻은 나만의 휴가가 이번 여행!)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평범한 나를, 나는 좀 더 믿어도 되는 거 아닐까? (물론 나보다 더 열심히 한 사람이 보면 비웃을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주변에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ㅠㅜ...)
2년간 나는 내 인성(人性)의 바닥을 보았다. 나는 내 성격이 그렇게까지 무너질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성격이 무너진 기간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상처를 준 나의 모습으로 인해 나 또한 상처 받았다.
원인은 결국 다 나다.
그러니 내가 해야 할 일은 일단 나부터 괜찮은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기엔 마음의 여유를 찾고, "나 다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삶에 있어 이 점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요기까진 좋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 올해는 올해대로 또 엄청 무리를 했었던 것 같다.
나 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아가 타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나만의 정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걸, 이 나이 먹고서야 깨달았다.
위에서 언급한 포스트에 요렇게 썼었다(링크). 야 그런데 세상에나. 벌써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사실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했다. 좀 살아보니 애당초 사람이 저런 살인적인 일정으로는 뭘 기대할 수가 없더라. 나는 "특별해지려면" 저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좀 착각한듯ㅎㅎ;;;;; 저렇게 하면, 내가 뭘 좋아했는지조차 잊더라. "특별"은 무슨, "평범" 근처에도 못간다. 더 최악인 건, 그게 무엇이든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 등등), 몇 가지 안되는 것에 집착하게 되더라. 거야 뭐, 내 알맹이가 텅텅 비어있으니... 그러니 때때로 멈추어 서서 나 자신을 즐겁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11월 말 긴린코 여행이, 그런 의미에선 참 좋은 여행이었다.
오늘은 12월 27일, 아직 논문의 마무리가 남아 있다. 너무 무리 하진 말구, 즐길 수 있는 선에서 조금만 더 분발해보자!
둘째날이 밝았다. 대학측에서 2차 면접에 부를 때, 이야기 할 내용은 저번 면접과 동일하게 해도 된다고 했다. 덕분에 면접에 대해서는 별다른 준비 없이 편하게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친구와 저번에 못다 둘러본 오스칸논(大須観音) 주변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저번에 간 기록). 처음엔 도쿄로 치면 아키하바라요, 오사카로 치면 닛폰바시 같은 곳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가보니, 회사 건물이 많아서 약간 세련된 느낌이 드는 아키하바라 같은 느낌은 아니고, 상점가+서브컬처 성지인 남바+닛폰바시 같은 느낌인듯.
새삼 느낀 거지만, 상점가가 크고 잘되어 있어서 물가도 싸고, 일본문화(?)를 체험하기 좋은 곳이었다.
2년전인 2019년 5월, 후쿠오카에 면접을 보러 갔다는 글을 남긴 적 있었다 (링크). 그리고 2년 뒤인 11월 4일 목요일 현재, 이번 면접의 행선지는 나고야(정확하게는 나고야 근처 중소도시 대학)가 되었다. 거의 정확하게 1년만의 나고야행. 예전엔 여행이었다 (링크).
이번에 혹시나 이직에 성공해서 나고야 쪽으로 가게 되면, 삿포로를 제외하고 인구 100만이 넘는 일본 도시권은 다 살아본 게 된다. (도쿄,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
처음에 나는 내가 무슨 역마살이 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 직업이 그런거였다. 나를 필요로하고, 내게 맞는 자리를 제공하는 대학으로 가는 수밖에.
오만한 생각일지 모르나, 이번 면접에 불리고 이 직업에 대해 회의감을 갖기도 하였다. 나는 한 지역에 오래토록 머물며 자신만의 환경, 인맥을 구축하는 게 불가능한 것인지... 이 직업을 그만둘 각오로, 그 지역에서 어떻게든 먹고 살 길을 찾으며 뿌리내려야 하는 것인지...
그렇지만 아직까진 다른 어떤 직업으로도 이 직업이 주는 재미와 보람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직업을 바꾸면 바꾼대로, 나다움과 마음의 여유를 잃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일본 어디에 가더라도 굶어죽지 않을 만큼 인맥을 만들어두자고 다짐하였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나고야로 출발!
그리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질문은 어렵다면 어려우나, 잘 생각해서 대답하면 대답 못할 건 없는 그런 질문이었다. 엄청나게 잘 대답한 건 아니었으나, 무난무난하게 대답은 잘 했다고 생각했다.
앗 요기서 나고야대학 사진을 넣으려고 했는데 하나도 없었따. 찍는 걸 잊었다... 도서관에 스타벅스, 그 앞에는 분수대, 또 그 앞에는 노천공연장이 있어서 완전 예뻤거늘... 노벨상 탄 대학은 역시 클래스가 다르구나 하며 감탄하며 캠퍼스를 거닐었거늘...
라멘을 다 먹고 다음 목적지인 도요타 기술 박물관을 가는 길, 면접을 본 대학에서 합격 연락을 받았다. 세상에 하루 만에 연락이 오다니!! 다만, 총장 면접이 남아 있다고 하니, 아예 된 건 아직 아닌 모양이었다.
나고야 면접 & 나들이 감상. 일본생활이 길어서 그런지, 새삼 어딜가도 아는 사람이 적지 않은 사람이 되어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역시 언제까지 이렇게 이동로 인해, 사람 그리고 도시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야 하는지,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나의 이러한 불안한 마음을 긍정적으로 승화시켜서, 모든 만남에 대해 감사해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경험많고 친절한 사람이 아닌, 오랫동안 정을 쌓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서, 기억되고 싶다...
11월 들어 아무 목적 없이 여기저기를 걸어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가방에 노트북이네 연구자료네 이것저것 싸서 들고 다닌다. 쉬고 싶을 땐, 한적한 스타벅스나 카페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노트북도 하고 연구자료도 보곤 한다. 대학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밖에서 하면 웬지 개방감 같은 게 있다.
그리고 어쩔 때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커피만 홀짝이며 생각에 빠지곤 한다. 요 포스트에는 그럴 때 생각했던 것도 정리할 겸,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해 되짚어 보고자 한다.
그리고 내가 나에 대해서 생각해본 반성들. 자조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꼭 지켜나가고 싶은 것들.
- 소중한 사람과의 어긋남에 대해서 누구나 장점과 단점은 있다. 굳이 누군가를 미화해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사이가 멀어진 다음, '이렇게 맞추면 됐겠구나'라는 후회는 아무 소용 없다. 혹여나 내가 그렇게 맞췄더라도, 어긋났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 사람이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무언가 끈이 이어져있을 수록, 그 순간의 선택에 대해 매우 신중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것이 무언가를 검증하는 질문이나 반응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나는 이러한 점에 있어 너무너무 어리고 미숙했던 것 같다. 마음은 급하고, 뭐든지 빠른 결론을 내려고 했다. 소중한 사람에게 나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만약에, 정말 만약에 다시 기회가 오면, 그땐 내가 크게 바뀌어 있어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소중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다.
- 타인의 삶에 대한 나의 태도에 대해서 나는 어쩌면 후쿠오카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최근 상심이 커서 외로움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후쿠오카에서 알고 지낸 사람들에게 한명씩 인사 겸 잡담을 나누러 돌아다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잘 살고 있니?"라는 질문을 했을 때였다. 문득, 내가 다른 사람의 삶을, 내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정적인 것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최악인 점은, 그 사람의 삶의 재미와 고통에 공감해주지 못하고 이러한 평가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어제 (11월 15일), 대학원 친구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는 "그럼 니가 원하는 삶은 뭔데?"라고 되물어왔다. 세상에, 대답을 못하겠더라. 나 조차 내가 어떻게 살길 바라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타인의 삶을 내 잣대로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나는 타인에게, 그러한 삶의 형태에 대한 나의 불안감을 이야기하곤 했었다. 나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테니 오히려 불편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신뢰하고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은 어땠을까? 그런 사람일 수록, 나의 말을 귀담아 듣고, 나의 이러한 말이 불편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내가 잘못 살고 있나?'며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태도로는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을 것이다.
- 내 고집을 꺾기 위한 나의 노력에 대해서 헬스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가 나에게 운동을 권해도, '이 정도 몸매면...', '너무 바빠서...'라며,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다. 나는 이 고집부터 꺾기로 했다. 나를 일부러 고통스럽게 만들고, 나 자신을 바꾸는 것에 대한 희열을, 나 자신에게 선물 해보기로 했다. 물론 연구 시간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신체능력을 높임으로써, 연구 시간에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타인의 희노애락에 잘 공감하는 사람이었다.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다망함(多忙함)과 나이를 먼저 운운하는 고집불통이 되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시련을 주고 싶다. 그래서 나 자신을 한번 무너뜨려보고 싶다. 이는 무언가를 다시 쌓아나갈 기회가될 것임에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