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들어가게 되는 대학에서 인수인계도 받고, 새로 잡은 방도 보고, 그리고 기분전환도 할 겸 해서, 미에를 찾았다.
물론 새로 가는 대학 회의비로ㅎㅎㅎㅎㅎ💰
이렇게 인수인계 첫날을 마무리했다.
인수인계 작업은 요기까지. 일 사진은 뭐 촬영할 게 없으니 생략!
그리고 그 다음날인 2월 11일. 나고야에 살고 있는 헬로KT님과 이세(伊勢) 지역으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마음이 좀 복잡하긴 하다. 아직까지도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지, 일본이라는 나라에 그렇게 애정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얻고 싶은 혹은 도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외국인인데.
하지만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사랑하고, 후회하지 않을 결과를 내가면서, 그때그때 다음 목표를 설정해나가고, 또 완수해나가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그때그때 보이는 게 또 있겠지.
그리고 세상이 원래 그텋게 되어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든, 어차피 비슷한 고민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완벽한 게 어딨겠어. 심지어 목표조차도!
이번에 가게 되는 도시는 평범한 시골, 대학은 평범한 지방대학이다. 지금까지와 같이 그 도시에, 그 대학에 소속된 것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내가 노력한 만큼, 지금 내가 인정받는 만큼의, 그 이상도 하물며 그 이하도 아닌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곳인 건 분명하다. 이게 내가 바라던, 허세를 버리고 담백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그런 곳인 건 분명하다. 그런 도시, 그런 대학이기 때문에야 말로, 그 어떤 조건에서보다 내 공허함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정말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특별함을 일상에 갖고 오려고 발버둥 치지 않아도 되는 곳, 일상 그 자체의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곳.
둘째날이 밝았다. 대학측에서 2차 면접에 부를 때, 이야기 할 내용은 저번 면접과 동일하게 해도 된다고 했다. 덕분에 면접에 대해서는 별다른 준비 없이 편하게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친구와 저번에 못다 둘러본 오스칸논(大須観音) 주변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저번에 간 기록). 처음엔 도쿄로 치면 아키하바라요, 오사카로 치면 닛폰바시 같은 곳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가보니, 회사 건물이 많아서 약간 세련된 느낌이 드는 아키하바라 같은 느낌은 아니고, 상점가+서브컬처 성지인 남바+닛폰바시 같은 느낌인듯.
새삼 느낀 거지만, 상점가가 크고 잘되어 있어서 물가도 싸고, 일본문화(?)를 체험하기 좋은 곳이었다.
2년전인 2019년 5월, 후쿠오카에 면접을 보러 갔다는 글을 남긴 적 있었다 (링크). 그리고 2년 뒤인 11월 4일 목요일 현재, 이번 면접의 행선지는 나고야(정확하게는 나고야 근처 중소도시 대학)가 되었다. 거의 정확하게 1년만의 나고야행. 예전엔 여행이었다 (링크).
이번에 혹시나 이직에 성공해서 나고야 쪽으로 가게 되면, 삿포로를 제외하고 인구 100만이 넘는 일본 도시권은 다 살아본 게 된다. (도쿄,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
처음에 나는 내가 무슨 역마살이 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 직업이 그런거였다. 나를 필요로하고, 내게 맞는 자리를 제공하는 대학으로 가는 수밖에.
오만한 생각일지 모르나, 이번 면접에 불리고 이 직업에 대해 회의감을 갖기도 하였다. 나는 한 지역에 오래토록 머물며 자신만의 환경, 인맥을 구축하는 게 불가능한 것인지... 이 직업을 그만둘 각오로, 그 지역에서 어떻게든 먹고 살 길을 찾으며 뿌리내려야 하는 것인지...
그렇지만 아직까진 다른 어떤 직업으로도 이 직업이 주는 재미와 보람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직업을 바꾸면 바꾼대로, 나다움과 마음의 여유를 잃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일본 어디에 가더라도 굶어죽지 않을 만큼 인맥을 만들어두자고 다짐하였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나고야로 출발!
그리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질문은 어렵다면 어려우나, 잘 생각해서 대답하면 대답 못할 건 없는 그런 질문이었다. 엄청나게 잘 대답한 건 아니었으나, 무난무난하게 대답은 잘 했다고 생각했다.
앗 요기서 나고야대학 사진을 넣으려고 했는데 하나도 없었따. 찍는 걸 잊었다... 도서관에 스타벅스, 그 앞에는 분수대, 또 그 앞에는 노천공연장이 있어서 완전 예뻤거늘... 노벨상 탄 대학은 역시 클래스가 다르구나 하며 감탄하며 캠퍼스를 거닐었거늘...
라멘을 다 먹고 다음 목적지인 도요타 기술 박물관을 가는 길, 면접을 본 대학에서 합격 연락을 받았다. 세상에 하루 만에 연락이 오다니!! 다만, 총장 면접이 남아 있다고 하니, 아예 된 건 아직 아닌 모양이었다.
나고야 면접 & 나들이 감상. 일본생활이 길어서 그런지, 새삼 어딜가도 아는 사람이 적지 않은 사람이 되어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역시 언제까지 이렇게 이동로 인해, 사람 그리고 도시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야 하는지,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나의 이러한 불안한 마음을 긍정적으로 승화시켜서, 모든 만남에 대해 감사해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경험많고 친절한 사람이 아닌, 오랫동안 정을 쌓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