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 다시 손을 댄 오늘은 12월 27일. 2021년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래저래 잡생각도 많이 나기도 하고, 생각도 추억도 정리할 겸, 여행 다녀온 포스트를 남겨보려고 한다.

논문 본문(1~6장)을 완성시키고, 기분전환 겸 2주 정도 설렁설렁 일+휴가를 즐기기로 했다.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렇게하지 않으면 정말 다시 번아웃이 올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쉬려고보니 할 게 딱히 생각이 안났다 ㅠㅜ...
그도 그럴게, 후쿠오카, 큐슈에 와서 어디엔가 가보려는 생각을 일절 해본적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대체 어딜갈까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난 곳이
예전에 어떤 분께 추천 받은 적이 있는 긴린코 였다.

갑작스럽지만 바로 출발ㅎㅎㅎ
이것저것 준비가 끝나니 한 8시반 정도 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9시 반 정도에 차가 있길래 후닥닥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집 근처 강어귀. 하늘이 이보다 청명할 수 없었다. 저기 멀리 보이는 섬은 노코노시마. 저길 가도 괜찮을 거 같았다. 후쿠오카에선 꽤 유명한 관광지인데, 그러고보니 우리 집에서 엎어지면 닿을 곳에 저런 유명관광지가 있다니...새삼 놀랐다.
텐진 버스터미널. 후쿠오카 버스터미널 시설이 이렇게 좋은지 처음 알았다ㅎㅎㅎㅎㅎ
아침식사. 바로 옆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받고, 그 옆 로손에서 카츠샌드를 사먹었다. 냠냠.
버스 기다리는 중. 정말 잠깐 들려서 휙휙 지나가는 버스들. 사람이 붐빌 때를 ㄷ비해서 저렇게 탑승 줄을 분리해놓은 것도 참 스마트하고 좋았다.
버스도 세상 스마트하고 좋았다. 와이파이도 되고 콘센트도 있었다. 예~~전 큐슈 여행 왔을 땐, 운이 좋아야 그런 버스에 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여행온 건 7년전. 나이 먹었음^^)
쾌적한 버스 안. 좌석간 간격도 꽤 넓직넑집.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요때가 월요일(11월 29일)이었다...
날씨가 참 좋다. 후쿠오카 시내 한번씩 올때마다, 살기 좋다고들 하는 이유가 확 느껴진다. 없는 게 없고 참 잘 디자인된 동네인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본에 평생 산다면 후쿠오카에 살고 싶다. 가능하면 돈 많이 버는 대학교원으로, 그리고 이번엔 제발 시내에^^


https://youtu.be/fqSFnl6r43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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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 버스터미널에 도착! 이때부터 뭔가 설레기 시작했다. (왜 이것만 썸네일이 제대로 안나오지...?ㅠㅜ)

약 2시간 반 정도 걸려서, 긴린코가 있는 유후인에 도착!
남들이 잘 안가는, 멀리 돌아가는 길 X 완전 시골길로 가봤다. 세상 멀긴 했는데, 이것저것 생각하고 싶은 지금 기분에 딱 좋았다. 영상이 길어서 50분 가까이 된다. 생각해본 건 주로 '후쿠오카에서 보낸 2년은 나한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지?!(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고...)'.

여차저차 긴린코에 도착. 돌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엄청 멀었다. 이젠 걸로 안가는 걸로^^ 요 사진은 입구 근처에 물을 담아 놓은 절구(?). 이런 물 촬영하기 좋은 곳을 볼 때마다, DSLR과 CPL필터 생각이 간절해진다.
기대했던 천연온천수로 인한 뭉게뭉게는 없었지만, 그래도 엄청났다. 할슈타트 생각이 날 정도로 고풍스럽게 아름다웠다. 멀리 보이는 가운데 큰 건물은 호텔. 문득 저 호텔에 온 적이 있었음이 기억났다. 그땐 일로 왔고 어두워서 몰랐는데, 호텔이 긴린코 바로 옆이었다!!
긴린코를 뒤로 하고, 어느 소바집으로. '이즈미(古式手打そば 泉)'란 곳이었다.
여느 카페 뺨칠 정도로 내부가 참 에뻤다. 한국인 관광객들 많았을 땐 정말 필수코스였겠는걸?
메뉴는 세이로 소바. 오리 고기가 좀 곁들여 나오는 버전으로 골랐더니 완전 비쌌다. 맛은 음...쏘쏘. 뭐, 오이타가 소바로 유명한 곳도 아닐테고! 기대하는 거 자체가 이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식당에서 보이는 긴린코 경치 감상 하나로도 갈만은 한 곳이었다. 가격은 1800엔 정도.
그리고 다시 역 쪽으로. 이번에는 가게가 많이 늘어선 지름길 쪽으로 걸었다. 처음 눈에 띈 가게는 유리점, 등불점(?). 대체 뭘 파는 가게지?
대체 뭘 파는 곳인지 들여다보니, 유리공예품을 파는 곳인 것 같았다. 세상에, 유리공예란 게, 이렇게 가을과 잘 어울리는 물건이었구나...
어느 카페. 난 가게가 이렇게 넓은지 모르고 나무만 보고 들어간거였는데, 나무가 있는 곳이 이미 가게 안이었다. '이랏샤이마세!!'하면서 반겨주셨는데, 시간상 뭘 마시지는 못해서 죄송했다. 다음에 꼭 갈게요 ㅠㅜ...
어느 레스토랑. 이 정도면 정말 유후인은 뭘 갖다놔도 예쁘다고 봐야 한다. 고풍스러운 일본식 건물과 나무의 조화가 정말 정말 예뻤다. 이날 유독 날씨가 좋아서 그런걸지도 모르겠고!
바구니 가게. 바구니만 파는 가게가 있다고?? 세상에!!
또 유리공예 가게. 유후인이 유리공예로 유명한걸까? 아님 큐슈가? 예전에 후쿠오카 포트타워 근처에서도 유리공예점을 본 적 있는 것 같다.
당시가 11월 말인데, 할로윈이라고 요렇게 오밀조밀하게 유리통 안에 넣어놓으셨다. 어린왕자 장미꽃이 할로윈 코스춤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참 귀엽고 예뻤다.
그 옆, 테디베어가 타 있는 비틀. 가득 차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좋은 날씨, 나무, 돌길이 어우러져서 어딜 가도 경치가 참 좋았다. 이런 좋은 풍경과 접할 때면 제작년에 후쿠오카에 오면서 보낸 카메라 생각이 많이 난다 ㅠㅜ
본격적인 상점가 쪽 입구. 고양이가게와 개가게가 있었다. 이런 거 볼 때마다 둘 중 하나는 꼭 키우고 싶어진다. 개도 좋고 고양이도 좋지만, 굳이 하나 고르라면 개 같은 고양이...?
상점가 풍경. 사람도 많았고 파는 게 어딘가 비슷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만 담았다. 예전에 일로 왔을 땐 참 삭막했는데 지금은 활기로 넘쳐나는 게 참 좋아보였다.
유후인 역. 천장이 높아서 위에서 빛이 쏟아진다. 너무 아름다웠다.
역 앞에서 사진으로 담은 상점가. 좌우로 기념품 샵이 크게 들어서 있었다.
요 '미츠에몬'이란 게, 4월하순까지 한정으로 고구마맛이 나왔다길래 사무실 직원분들 드리려구 사보았다. 이땐 아무 생각 없이 샀었는데, 생각해보니 요때가 11월인데 4월까지 한정이면, 거의 한정이 아닌 거 아녀?!
그리고 역 앞에선 이런 일이... 멀리서 보고 무슨 트럭이 저렇게 생겼지? 라고만 생각했는데...세상에 난 내가 정말 잘못본 줄 알았다!! 그리고 말이 무슨 뭐 저렇게 커?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버스. 원래는 유후인 여행만으로는 좀 아쉬워서, 비교적 가까운 쿠마모토 쪽으로 빠져 보려고 했는데, 버스가 하루 두 편 밖에 없고, 두 편째는 벌써 놓친지 오래 였다는^^ 이래서 무계획 여행은 안되나벼...
돌아가는 길은 다른 버스 회사였다. 앞 좌석 밑쪽 가운데에 달린 게 콘센트. 아무래도 버스 회사마다 실내구조가 조금씩 다른 모양인가보다. 저렇게 달려있으니 어댑터가 자꾸 빠졌다. 아침 버스가 편하긴 더 펀했다.
와 역쉬 온천의 고장. 가정 집 있는 데서도 저렇게 모락모락. 아까 긴린코에서 못 본 뭉게뭉게를 여기서 다 보네!! 하고 좋아했는데, 그냥 밭 태우는 거였다... 벼 타는 냄새 때문에 아찔했다.
하카타 버스터미널에 도착. 갈 땐 텐진이었는데, 올 땐 하카타로. 왜냐?
유후인에서 버스 기다리는 동안 크리스마스 마켓이 떠올랐거덩. 이것도 긴린코 추천해주신 같은 분이 추천해주신 곳. 새삼스럽게 그 분 안목이 대단했구나 싶다. 흠흠... 하여튼 정말 너무 너무 에뻤는데, 이 분위기는 동영상으로 남기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두 번이나 촬영했다.
하카타 크리스마스 마켓. 입장하기까지 과정! 나름대로 검역을 확실하게 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샷. 크리스마스 트리가 정말 거~~대하고, 화려했다. 역 주변도 일루미네이션으로 완전 꾸며졌는데,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 살면서 크리스마스마켓에 가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혼자) 너무 감동받았다.
게다가 공연까지. 완벽했다. 내가 잊고 있었던 여행의 재미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기대 그 이상의 재미 같은...?
뱅쇼(핫와인)과 슈톨렌. 요때까지도 계속 생각했다. '후쿠오카에서 보낸 2년...., 무슨 의미...?'. 흠, 나름의 결론을 이 포스트의 말미에 남겨두고자 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한 가지 더. 뱅쇼는 언젠가 한 번 내손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어렵지 않을 거 같아서.
알고보니 컵도 크리스마스마켓 한정 컵이었다. 컵 자체의 퀄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는데, 참 예뻤다.
알고보니, 텐진에 있는 크리스마스마켓에선 또 다른 모양의 컵을 받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괜히 한 번 더 가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실은 12월 초순 정도에 텐진에 나가본 김에 가봤다.)
집에 돌아가는 전철역. 신발이 망가졌다. 집에 와서 새 신발을 샀는데, 조금 의미부여하자면 새출발을 의미하는 것 같다ㅎㅎ
그렇게 많이 걸은 것도 아니었다. 15000보 정도야 평상시도 도서관 다닌 날은 걷는 정도잖아?

 

마지막으로, 자기반성이다. 약간 옛날 싸이월드 중2병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뭐 가끔 나도 읽기 좋으니까.

여행 내내,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12월말 아직까지도 생각한 '후쿠오카에서 보낸 2년은 나한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지?!(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고...)'에 대한 나의 결론은, '세상에 그런 의미가 어딨냐??'였다 ㅎㅎㅎㅎㅎㅎㅎ

특정시기에, 특정장소에 있었다고해서 그 의미를 일일히 정의내릴 수는 없는 것 같다.

후쿠오카에 와서 좋지 않은 일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후쿠오카가 아니었어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후쿠오카라서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위로를 받아서, 겨우겨우 해낸 걸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

 

나는 한 때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무언가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 자신 또한 번아웃으로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슬럼프를 겪게 되는 것 뿐이었다.

 

지금의 나는 나의 평범함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특별해지기 위해서가 아닌, 평범해지기 위해서 지금과 같은 노력을 해 온 것 같다.

올해 겨울에 남긴 글(링크)에도 남겼듯, 

 

평일- 아침 6시 기상, 운동, 식사, 7시까지 출근, 밤9시까지 작업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종일- 휴식, 방청소
일요일- 8시 기상, 9시 출근, 저녁6시까지 작업

 

연초에 이런 다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 이런 일정이 가능해?? 지금 읽어봐도 숨이 턱 막힌다. 
그런데 논문 본문을 모두 완성할 때까지 정말 이렇게 해냈다. (그리고 얻은 나만의 휴가가 이번 여행!)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평범한 나를, 나는 좀 더 믿어도 되는 거 아닐까?
(물론 나보다 더 열심히 한 사람이 보면 비웃을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주변에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ㅠㅜ...)

 

2년간 나는 내 인성(人性)의 바닥을 보았다.
나는 내 성격이 그렇게까지 무너질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성격이 무너진 기간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상처를 준 나의 모습으로 인해 나 또한 상처 받았다.

원인은 결국 다 나다.

그러니 내가 해야 할 일은 일단 나부터 괜찮은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기엔 마음의 여유를 찾고, "나 다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삶에 있어 이 점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요기까진 좋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
올해는 올해대로 또 엄청 무리를 했었던 것 같다.

나 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아가 타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나만의 정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걸, 이 나이 먹고서야 깨달았다.

위에서 언급한 포스트에 요렇게 썼었다(링크).
야 그런데 세상에나. 벌써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사실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했다.
좀 살아보니 애당초 사람이 저런 살인적인 일정으로는 뭘 기대할 수가 없더라.
나는 "특별해지려면" 저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좀 착각한듯ㅎㅎ;;;;;
저렇게 하면, 내가 뭘 좋아했는지조차 잊더라. "특별"은 무슨, "평범" 근처에도 못간다.
더 최악인 건, 그게 무엇이든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 등등), 몇 가지 안되는 것에 집착하게 되더라.
거야 뭐, 내 알맹이가 텅텅 비어있으니...
그러니 때때로 멈추어 서서 나 자신을 즐겁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11월 말 긴린코 여행이, 그런 의미에선 참 좋은 여행이었다.

 

오늘은 12월 27일, 아직 논문의 마무리가 남아 있다.
너무 무리 하진 말구, 즐길 수 있는 선에서 조금만 더 분발해보자!

 

2년 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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