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들어가게 되는 대학에서 인수인계도 받고, 새로 잡은 방도 보고, 그리고 기분전환도 할 겸 해서, 미에를 찾았다.
물론 새로 가는 대학 회의비로ㅎㅎㅎㅎㅎ💰
이렇게 인수인계 첫날을 마무리했다.
인수인계 작업은 요기까지. 일 사진은 뭐 촬영할 게 없으니 생략!
그리고 그 다음날인 2월 11일. 나고야에 살고 있는 헬로KT님과 이세(伊勢) 지역으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마음이 좀 복잡하긴 하다. 아직까지도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지, 일본이라는 나라에 그렇게 애정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얻고 싶은 혹은 도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외국인인데.
하지만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사랑하고, 후회하지 않을 결과를 내가면서, 그때그때 다음 목표를 설정해나가고, 또 완수해나가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그때그때 보이는 게 또 있겠지.
그리고 세상이 원래 그텋게 되어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든, 어차피 비슷한 고민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완벽한 게 어딨겠어. 심지어 목표조차도!
이번에 가게 되는 도시는 평범한 시골, 대학은 평범한 지방대학이다. 지금까지와 같이 그 도시에, 그 대학에 소속된 것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내가 노력한 만큼, 지금 내가 인정받는 만큼의, 그 이상도 하물며 그 이하도 아닌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곳인 건 분명하다. 이게 내가 바라던, 허세를 버리고 담백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그런 곳인 건 분명하다. 그런 도시, 그런 대학이기 때문에야 말로, 그 어떤 조건에서보다 내 공허함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정말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특별함을 일상에 갖고 오려고 발버둥 치지 않아도 되는 곳, 일상 그 자체의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곳.
거리가 거리인 만큼(약 800km), 차로 어떻게 갈지 이동 방법 선정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차로 10시간 정도 이동하면 되는 줄로 알고 좌절중이었는데, 이게 웬걸? 섬나라인지라, 섬 사이를 이동하는 훼리가 꽤 잘되어 있었다!🚢
요번에 내가 이용하는 훼리는, 메이몬 타이요 훼리(名門大洋フェリー)!!🚢🚢 (한국어 홈페이지) 무려 일본 내해를 쑥 훑어서 키타큐슈에서 오사카까지를 이어주는 훼리이다.
훼리라고 해서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여전히 운전을 해야 되서, 후쿠오카에서 키타큐슈까지 1시간 반 정도, 오사카에서 미에현까지 2시간 정도 걸리긴 하지만, 10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고속도로 톨비를 아낄 수 있으며(밑에서 계산해 볼 것임),
배 안에서 1박을 할 수 있기에, 어쩌며 10시간 운전 중 어딘가에서 1박을 하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저렴하다.
심지어 차까지 저절로 날라준다는데!! 다른 선택지가 있겠어?😏
먼저, 후쿠오카→미에현 톨비를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그렇다고, 훼리라고 해서 톨비가 안드는 건 또 아니라서, 후쿠오카 집 - 출발 항구(키타큐슈시), 도착항구(오사카시) - 미에까지 톨비를 내기는 해야 한다. 각각, 2,840엔, 2,480엔 정도로, 합하면 5320엔이다.
그래서 최종비용 비교! 각각 (A)훼리+육로와 (B)오로지 육로만, 이라고 하였을 때, (A)의 경우, 훼리 19,110엔+톨비 5320엔+기름값 2,000엔(예상치)으로, 합계 26,430엔. (B)의 경우, 톨비 16,940엔, 호텔비 6,000엔+기름값 7,000엔(예상치) 정도로 합계 29,940엔,
단순계산으로도 이렇게 이득인데, 그것에 더해서 운전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 안전하게 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거 같다!!
그리고 배로 하는 이사라는 게, 나름 설렌다는 장점도 있다. 섬나라 문화체험인걸로 😁
예약차 알아보니 하루에 2편이 있어서, 17시 정각, 19시50분 출발이었고, 각각 새벽 5시반, 아침 8시반 도착이라고 한다. 나 같은 경우, 후쿠오카에서 키타큐슈까지 운전으로 가야되는 시간이 있으니, 19시 50분 출발을 골랐다.
그리고 바로 예약!! 더 이상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것도 없었다. 이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을 것 같아서 바로 예약했다.
3월 15일엔 일이 있어서, 다시 후쿠오카에 잠깐 들어오긴 해야 할 거 같은데 그때도 같은 방법을 쓸까 생각중이다. 차를 갖고 왔다갔다 해야 한다면 지금으로선 가장 좋은 방법인듯!
친구 에피소드가 생각났기 때문! 예전에 친구 한 명이 후쿠오카 시내에서 이사를 하려고 이사견적사이트에 자기 정보를 올렸더랬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각 업체가 견적을 내서 소비자에게 연락을 하는 방식)
만저 '니코니코 이사'에서 연락이 와서 상당히 싼 가격을 불렀기에, 그 업체로 하려고 했는데, 그 뒤 또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 업체가 꼬치꼬치 캐물었기 때문에 친구가 마지못해 '니코니코 이사'에선 얼마얼마를 받기로 했다고 알려주자, 그 회사 사람이 놀라서는, "진짜 싸다!!!"(安っ!!!)라고 외치고선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친구도 결국 그 회사로 계약을 했더랬지.
바로바로 '스타일 이사'라는 곳이었다🚚
요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많이 웃어서 인상에 남았고, 나도 싸게 줄 거 같아서, 바로 견적을 맡겼다.
3월 성수기임에도, 짐 몽땅+에어컨 해체, 설치까지 해서, 10만엔이 조금 못되는 99,000엔에 맞춰주셨다. 그 자리에서 계약했다😎 (참고로, 2019년 7월에 있었던 교토→후쿠오카 이사때에는, 이번 이사보다 거리도 더 가깝고 성수기도 아닌데 15만엔이었다!!)
다른 업체는 알아보지도 않았다. 잘한 거겠지...?🙄 그나저나 "진짜 싸다!!!(安っ!!!)"라고 하신 분과 같은 분이실까? 정말 싹싹해보였다. 나보다 조금 젊으신 분이었는데, 한국 카지노에 가서 30만엔을 딴 기억이 있다고 한다😮 (일본어로 도박에서 돈을 땄다고 할 때 かった라고하는 줄 처음 알았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쉽게 결정할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던 게, 바로 요 이사갈 집 구하기였다.
먼저, 오랜 친구 헬로KT🐱의 도움을 받아 기준을 몇 가지 세워보았다. -안전: 지진, 해일에 안전할 것 (철근콘크리트건물, 해안에서 멀 것. 미에현은 태평양에 직접 접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았다. 이점은 지금까지 살았던 교토, 후쿠오카와 가장 큰 차이점🌊) - 넓이: 적당히 넓을 것 (30~40평방미터 정도. 한국집과 다르게 일본집은 너무 춥다. 너무 넓으면 냉난방에 불리하다. 지금 집이 그렇다. 혼자 사는데 3LDK라니😅) - 위치 - 중심역에서 가까울 것 (츠역(津駅)에서 가까운 곳을 고르고 싶었다. 기분전환할 때, 나고야, 교토, 오사카로 금방 놀러갈 수 있도록! 일본을 대표하는 세 대도시와의 접근성이 좋다는 점은 미에현의 어마어마한 장점이다🚄) - 집 주변에 학생들이 적을 것 (학생들 마주치면 어색할 것 같아서🧑👧🙅♂️) - 필수는 아니지만, 관공서, 수퍼, 헬스장, 편의점, 카페 등이 가까웠으면 좋겠다! (스타벅스는 시내에 세 군데나 있었지만 아쉽게도 집 근처는 아니었다☕)
그 외 조건 - 주차장: 주차장이 있을 것 (지방 소도시에서 차는 필수인 거 같아서! 🚗) - 인터넷: 인터넷 광케이블이 처음부터 설치되어 있을 것 (후쿠오카 이사오고 인터넷은 당연한 게 아니란걸 깨달았다^^💻)
후보1: 선어스하임 (링크) 태양과 지구의 힘을 모두 받은 것 같은 어마어마한 네이밍 센스!! 집도 깔끔하고, 구조도 마음에 들고, 주차장도 있고, 방세도 저렴한편이었다. 츠역 근처에 있었고, 주변에 이온(초대형할인마트 체인), 메가돈키호테, 코스모스 등, 쇼핑할 곳도 매우매우 많았다.
하지만! 깐깐한 내 기준을 만족시킬 순 없었다🤨 안전면에서 바닷가에서 너무 가까웠고, 비용면에선 초기 비용이 너무 많았다 (238,525엔). 방세도 71,150엔으로, 만만치 않은 비용이었다.
위치가 내륙이고, 1층이지만 단이 좀 높아서, 지진해일에 안전할 거 같았고, 벌레나 역류 등, 1층의 단점은 어느 정도 커버될 거 같았다. 집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다는 점도 장점!
위치도 마음에 들어서, 일단 도시 메인 역(+상업시설), 대학에 가깝고, 공원, 미술관, 종합문화센터(+도서관), 헬스장, 위에서 언급한 이온, 돈키호테 등등, 시골이긴 하지만 나름 이 도시에서는 꽤나 괜찮은 주택가인 것 같았다.
심지어 초기비용은 88,000엔이다. 방세는 66,050엔💴 게다가 2월 입주로 하고 대신 방세를 무료로 해주 걸로 계약했다. (아마 계약 갱신 시에는 조금 신경쓰일 수도 있겠지만^^;;) 여튼 요 비용 메리트가 정말 컸다 아낀 돈으로 미래도 준비하구, 사진 같은 취미생활도 즐기고 싶었거든!!🗺🏯📷
도쿄,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 그리고 이번에 미에까지, 이번에 나는 일본에서만 다섯번째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정말 일본 이사 업계에 기둥 하나는 세웠다는 기분으로, 쪼끔 뿌듯하기도 하다^^
처음엔 언젠가 한국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단순히 유명한 몇몇 스폿이 아니라 그 도시에 대해 입체적으로 알 수 있었기에, 여러 도시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도 나름 좋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일본에 있는 기간이 길어지니, 이동하는 건 정말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되어버렸다. 돈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형성한 커뮤니티를 통째로 날리는 일이 되버리는 게 슬프거덩😥
그래도 이번에는 교토, 오사카, 나고야와 가까운 지역이기도 하고, 드디어 어느 한 군데에 정착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한 번 가보려고 한다!! 기다려랏 미에!!
그런데 미에는 어떤 곳이지?🗾🗾
놀랍게도 미에현은, 일본의 전라북도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현청 소재지이자 내가 근무하게 될 츠시(津市)는, 일본의 군산 같은 곳이었다.
인구도 170만과 28만 정도로 각각 비슷하고, 대도시(각각 나고야, 대전)과 같은 어중간한 위치나, 그러 인해서 인구유출이 심각하다는 점도 비슷하다.
환경도 나름 비슷해서, 공단과 자연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동부 해안가엔 공업단지가 조성되어있구, 서부 내륙에는 지리산 뺨치는 대자연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미에현에 있는 6차산업형 목장을 전북에 도입하신 분도 있으시다더라🐔🐮🐷 (교토에서두 유명한 모꾸모꾸 농장이 바로 그곳!!) 아, 그리고 그 대자연에 닌자마을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금에서야 도로나 마을이 있지, 당시엔 절대 잡히지 않았을듯…🥷
다만 군산과 다른 점이 있다면 츠시(津市) 자체가 나름 교통의 요지에 있다는 점이다. 일본을 여러 대도시권역으로 나누었을 때, 동쪽부터 도쿄권, 나고야권, 오사카권, 후쿠오카권 정도로 볼 수 있다. 그 중 츠시는, 나고야권과 오사카권 사이에서, 어느쪽으로도 환승 없이 직통열차가 다니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각각 1시간, 1시간30분 정도 거리이며, 비용도 편도기준 2-3천엔 정도로 저렴하다.
가장 가까운 공항은 중부국제공항인데, 나름 일본 3대공항에 든다. 배를 이용해야 해서 뱃시간에 제약이 좀 있긴 하지만, 직통으로 40분이면 닿는다. 어떤 의미로는 나고야 시내에서 가는 것보다도 간단하고 가깝다. (심지어 주차장 무료!!)
코로나 위기가 끝나면 여기저기 놀러 다니면서 즐겁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름 관광지도 많아서, 일본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신을 기리는 신사, 일본 신도의 성지와 같은 이세신궁(관련 링크), 맛있는 소고기로 유명한 마츠자카, 진주양식으로 유명한 토바(관련 링크) 등등, 정말 여러 볼 것, 먹을 것들이 존재하는 현이었다. 물론 시골이라 넓~~~~은 지역에 이따금씩 하나씩 나온다는 점은 가슴아프지만^^
12월은 정말 정말 정신없는 한달이었다. 새로운 도시로 이사갈 집을 구해야 했고, 박사연구를 거의 마무리 지었으며, 그와 동시에 지금 있는 대학 일 또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자세가 변했다.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기로 했고, 서서히 내가 좋아했던 걸 되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정신 붙들고 살기 위해서 운동 또한 꾸준히 했고. 그래서 시간이 더 없었다^^
아래엔 12월 중 찾은 내가 좋아하는 걸 하나 하나 사진과 함께 정리해두고자 한다.
먹을 것,
모임과 술,
목욕탕,
쇼핑,
선물,
일, 봉사활동(?),
그리고 다시금 느끼는 후쿠오카 일상, 내가 좋아했던 걸 하나 하나씩 찾아가면서 다시 느끼는 후쿠오카는, 이전보다 훨씬 따뜻하고 좋은 곳처럼 느껴졌다. 여러 경험을 하면서, 내 안에 굳어진 무언가가 녹아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급 교토여행 결정!
그리고 이번 포스트의 마무리는 자기 반성 생각해보니 이게 올해의 마지막 자기반성이 되는구나.
- 스스로를 즐겁게 살게 해주자. 그 일을 즐겁게 하지 못하면 인생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박사논문 쓴다고 틀어박힌지 1년이 지났다. 1년이 지나고 가장 놀란 건, 내가 원래 뭘 좋아했는지 다 잊어버리고, 무슨 감정 없는 로봇처럼 된 부분이었다. 나름 되게 밝고 사교적이고 공감능력이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자신을 좋아하는 거도 좀 하게 해주고, 즐겁게 좀 살게 해주자.
- 스스로 학대하지 말자. 2021년 내내, 나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너무 궁지에 몰아 넣은 것 같다. '이걸 지금 하지 않으면 내 인생 망해!', '난 능력이 안되니까 이렇게 자신을 학대해야해!' 이런 식으로. 근데 다 지나고 나서 되돌이켜보니, 이건 이거대로 일종의 '허세' 아니었을까? 뭐 1년도 안되서 박사논문 본문을 다 집필한 거 보면 효과가 있긴 있는 거 같지만... 그래도 두 번 다시 자기자신을 학대해선 안된다. 불평불만이 많아져서 주변 사람들 다 떠나간다ㅠㅜ
- 타인에게 공감하자. 다른 게 나 자신에 대한 배려였다면, 이건 타인에 대한 배려. 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1년간 그러지 못한 것. 다들 마음 속 한 켠, 공허한 부분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나의 공허함을 어필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허함을 공감해주고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지난 1년간,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다. 반성하고 또 반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