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정말 정말 정신없는 한달이었다.
새로운 도시로 이사갈 집을 구해야 했고,
박사연구를 거의 마무리 지었으며,
그와 동시에 지금 있는 대학 일 또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자세가 변했다.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기로 했고, 서서히 내가 좋아했던 걸 되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정신 붙들고 살기 위해서 운동 또한 꾸준히 했고.
그래서 시간이 더 없었다^^

아래엔 12월 중 찾은 내가 좋아하는 걸 하나 하나 사진과 함께 정리해두고자 한다.

먹을 것,

운동 후, 집 근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거하게. 조이풀(Joyfull)이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인데, 도쿄, 간사이에선 본적이 없었다. 큐슈 위주로 활동하는 브랜드 인듯. 단언컨데, 패밀리 레스토랑 중에 제일 났다. 메뉴는 치즈 스테이크 + 사이코로 스테이크 + 샐러드. 특히 저 부쉬맨 빵이 정말 맛있다.
돈키호테에서 구입한 양념치킨. 맛은 소소. 그래도 일본에서 이런 거까지 팔아준 비비고에 경의를 표한다.


모임과 술,

한국 술집 한잔. 일단 한국 술집부터 엄청 다녔다. 난 내가 이렇게 술 좋아하는 사람인지 첨 알았다. 노미호다이(술 무제한) 넣고 1200엔이었나? 교토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물가.
야쿠인 역(薬院駅) 근처, 마당쇠돼지갈비. 여긴 정말 퀄리티가 높았다. 물론 가격도.
삼겹삼겹. 이것저것 시켜먹었더니, 4명이서 가서 한 사람 당 4천엔 정도 나온 듯;
한국 술집 한 잔에서 2차.
모임 멤버. 저렇게 오뎅탕 하나 시켜 놓고, 소주 마실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 가성비도 좋고, 한국적인 분위기도 괜찮았다.
대학 근처에 교자노오쇼가 생겼다길래 반가워서 가봤다. 교토 출신 브랜드라 교토에 있을 땐 자주 갔었다. 다만 먹으면 배가 너무 더부룩해진다는 단점이^^;;
술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술 이름을 알고 마신 적은 없었다. 메이노하마역(姪浜駅) 근처 바에 가서 사장님께 좀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이것저것 추천 받아서 마셔보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요 라프로익. 훈연 냄새가 장난 아닌데, 술 맛이 내 입맛에 너무 잘 맞았다. 나중에 공부를 좀 더 했는데, 훈연 냄새를 피트(peat)라고 한다고 하더라. 이제 덕분에 어디가서 못 알아 듣진 않겠다 ㅎㅎㅎ
아래에 설명한 일(?) 끝나고 회식으로 간 한국식당, 친정.
친정에서 먹은 감자탕. 정말 감자탕이었다!!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야 맛이 좀 약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정말 정말 감동이었다. 일본에서 뭔가 일하고 감자탕 먹는 기분이 정말 신기했다...
텐진 크리스마스 마켓. 하카타와 텐진에서 각각 열리는 크리스마스마켓에서 서로 다른 컵을 준다길래...참을 수 없잖아? 가서 슈톨렌에 뱅쇼 한잔 했다^^
텐진 크리스마스 마켓2. 역쉬 나름 큰 마켓이라고 공연까지!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 시간 잘 보냈다.


목욕탕,

어잌후, 알고보니 집 근처에 큰 목욕탕이 있었지 뭐야. 이런 거도 모르고 이사갈 뻔 했다. 화끈하게 가서 함 지졌더니, 이것저것 생각났다. 생각해보니 도쿄-오사카-교토에 있으면서, 우연히도 주변에 목욕탕이 있어서 자주 가서 생각을 정리하곤 하였다. 출신대학 T교수님도 나한테 조언하곤 하셨었다. 생각이 복잡하면 목욕탕엘 가라고.
목욕 끝나고 마시는 우유 한 잔. 가격은 좀 비싸지만, 타이밍 값이라고 생각하면 납득^^ 정말정말 시원하고 맛있다.


쇼핑,

그 동안 금방 죽을 사람 마냥 필요한 것 조차 사지 않고 있었다. 오랜만에 청바지 두 벌 구입. 같은 거 두 벌을 살 생각이었는데, 같은 건 가격뿐이었다. 이 사진 찍으려고 태그도 다 떼어냈다. 내 정신좀봐^^;;
니토리 이불 커버 구매. 겨울인데 아무런 준비도 안하고 있었다. 정말 그 동안 정신줄 놓고 살았나봐.
그리고 대망의 카메라. 올해 최대 투자인듯. 이거 사느라 레이싱휠이네 뭐네 다 정리했다. 생각보다 너무 퀄이 좋아서 후회는 없어!


선물,

아는 동생이 새로 장사를 시작하는데, 꽃바구니 하나 해주고 싶었다. 여긴 후쿠오카 Effect라고 하는 대형 꽃매장. 정말정말 좋은 매장이었다. 꽃만 파는데 이렇게 대형 매장이 있다고?! 내부도 너무 너무 예쁘게 잘 해놔서 동영상으로 촬영.
Effect 안에 있는, 실내 매장을 또 촬영. 탐험하는 재미가 있는 꽃 매장이었다.
점원 분께 오래가고 관리 쉽고 화사한 것이 좋다고 했더니 시쿠라멘을 추천해주셨다. 그 중에서도 요 사카모토 씨라는 분이 키운 게 좋다고 추천해주셨다. 누구 이름 걸고 파는 꽃은 또 처음이다;; 근데 그만큼 정말 예쁘긴 예뻤다.
저 리본에 글씨는 일본에 없는 문화라고 해서 당황했다. 리본만 500엔 주고 사서 내가 직접 펜으로 썼다. 새삼 양국의 문화가 이렇게 다름을 느꼈다.


일, 봉사활동(?),

아는 동생이 족발 장사를 시작. 팝업 스토어 처럼 족발 도시락을 만들어 팔기로 했다. 날짜는 무려 크리스마스 이브. 별로 중요한 날도 아닌데 잘 됐지 뭐ㅎㅎㅎㅎㅎㅎ
매장은 이런 느낌. 옷+잡화점에서 크리스마스 부대행사처럼 족발 판매를 추진하였던 거라고 했다.
판매중 사진.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이 모였고, 무려 완판됐다;; 매워서 고전할 줄 알았던 불족발 도시락까지도;;;; 족발 사업 시작하려는 동생 분들 나중에 정말 대성할 분들이었다.
판매 한 곳 전경. '하카타 빠삐용 가든'.


그리고 다시금 느끼는 후쿠오카 일상,
내가 좋아했던 걸 하나 하나씩 찾아가면서 다시 느끼는 후쿠오카는,
이전보다 훨씬 따뜻하고 좋은 곳처럼 느껴졌다.
여러 경험을 하면서, 내 안에 굳어진 무언가가 녹아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귤과 함께 한 아타고 신사 야경. 마음이 안정되는 곳이다. 얼어죽을 뻔한 거 빼곤.
아타고 신사에서 새로 구입한 카메라로 야경 연습도 해보고.
집 근처 고양이는, 나날이 비대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준호랑이 아닌가?
대학에 눈이 많이 온 날. 이렇게 예쁜 대학인지 2년만에 깨달았지 뭐야? 이전엔 지나갈 때마다 무슨 조건반사마냥 스트레스 호르몬 뿜뿜이었는데.
고등학교 학생들 연구 발표회가 있던 날. 무려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날씨가 참 좋았다. 고등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지 않았을까?
본 회의장. 발표가 생각보다 엄청나서 놀랐다. 식품 생산 중 폐기되는 부산물을 갖고 동물 사료를 만들어서 아예 사업을 벌이는 고등학생 분들이 있었다. 나 좀 써달라고 하고 싶었다.
빛 내림이 아름답던 출근길. (빨간불에 찍은거임)
빛내림이 아름답던 출근길2. 대학 근처에 건물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햇빛과 구름이 정말 예쁠 때가 많다.
빛내림이 아름답던 출근길3. 일찍 일어나서 일찍 출근해본 날이었다. 빛내림이 정말 아름다웠다.
빛내림이 아름다운 대학. 떠나려니 섭섭...까진 하지 않고 얼렁 떠나고 싶지만, 하여튼 나의 커리어를 함께해준 고마운 대학이다. 예쁘게 보였다.
논문 작업. 영원히 끝날거 같지 않았는데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막판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1월 중 제출은 이미 포기했지만 후회는 없다. 왼쪽 뒤에 써있는 건 올해의 목표였는데 "'된다; '안된다'가 아니라 '어떻게 되게 할지' 생각하자"였다. 정말 이 말 한마디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후회 없이 죽어라 한 번 노력해봤다.
나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한 말2. 대충 하늘이 그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하면 일단 괴롭혀서 시험한다는 말. 내가 큰 일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학원 문제로 괴로워 하는 사람 공감 하나는 기똥차게 잘 할 자신이 생겼다.
연구실 크리스마스 파티(?). 케익을 사서 간단하게 연말 모임을 했다. 저 간달프 아저씨는 초콜릿이라곤 하는데, 결국 아무도 드시지 않았다 ㅎㅎㅎㅎㅎ
아는 동생과 차 점검+청소. 차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았는데, 동생이 싹 보고 이것저것 알려주니 완전 신세계였다. 이제 잘 관리해야지.


마지막으로 대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급 교토여행 결정!

12월 31일. 아무리 후쿠오카가 좋아졌다지만 연말연시에는 내가 있고 싶은 곳에 있고 싶어서 급하게 교토 여행을 걸졍했다. 어딘가 가보려고 차에 기름을 가득 넣었는데 아무리 지도를 봐도 큐슈엔 가고 싶은 데가 없어서리.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보낸 곳, 교토로! (근데 출발 시간이 너무 늦어서 요날은 일단 히로시마까지ㅠㅜ)


그리고 이번 포스트의 마무리는 자기 반성
생각해보니 이게 올해의 마지막 자기반성이 되는구나.

- 스스로를 즐겁게 살게 해주자.
그 일을 즐겁게 하지 못하면 인생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박사논문 쓴다고 틀어박힌지 1년이 지났다.
1년이 지나고 가장 놀란 건, 내가 원래 뭘 좋아했는지 다 잊어버리고, 무슨 감정 없는 로봇처럼 된 부분이었다.
나름 되게 밝고 사교적이고 공감능력이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자신을 좋아하는 거도 좀 하게 해주고, 즐겁게 좀 살게 해주자.

- 스스로 학대하지 말자.
2021년 내내, 나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너무 궁지에 몰아 넣은 것 같다.
'이걸 지금 하지 않으면 내 인생 망해!', '난 능력이 안되니까 이렇게 자신을 학대해야해!' 이런 식으로.
근데 다 지나고 나서 되돌이켜보니, 이건 이거대로 일종의 '허세' 아니었을까?
뭐 1년도 안되서 박사논문 본문을 다 집필한 거 보면 효과가 있긴 있는 거 같지만...
그래도 두 번 다시 자기자신을 학대해선 안된다.
불평불만이 많아져서 주변 사람들 다 떠나간다ㅠㅜ


- 타인에게 공감하자.
다른 게 나 자신에 대한 배려였다면, 이건 타인에 대한 배려.
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1년간 그러지 못한 것.
다들 마음 속 한 켠, 공허한 부분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나의 공허함을 어필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허함을 공감해주고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지난 1년간,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다.
반성하고 또 반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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