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어딘가 심기일전 할 곳에 가고 싶었다.
구글맵을 켜서 여기저기 고르다, 결국에 고른 곳은 교토!!
외국인이 이런 이야기하는 것도 어색하지만, 일본에서 유일하기 고향 같이 느껴지는 곳이 바로 교토!!!

 

세상에, 정말 급하게 정해서 갔었다. 
가기 전 두 시간 정도 전에 정한 거 같다.

 

여튼 출발!!

 

급하게 구한 신칸센 표. 출발시간이 늦어서 가장 멀리갈 수 있는 곳은 히로시마였다ㅎㅎㅎㅎㅎㅎ

결국 새해 아침은 히로시마에서 맞게 되었다. 역 근처는 한산했다. 히로시마는 강이 많은 아름다운 도시였다. 친구 말에 의하면 시내에만 7개의 강이 흐른다고 한다. 다리로 이어져 있지 않으면 적어도 여섯 곳이 섬이란 말인가?!

신오사카역 도착. 오사카에서도 가고 싶은 곳이 있어서. 고양이가 반겨주었다. 뭐지 저 가방은??

 

오사카역 도착. 오사카역에서 찍은 그랜드 프론트 오사카. 있을 땐 몰랐는데 오사카 정말 도시였어...

오사카역에서 한큐우메다역으로 걸어가는 길.

오랜만에 보는 한큐열차ㅠㅜ 저 크림슨 색만 봐도 정말 감동...
향했던 곳은 오사카대학. 내 일본 유학의 출발점!! 정말 많은 추억을 쌓은 곳이다. 잘 생각해보니 요때 쌓은 추억을 원동력으로 이후 커리어가 진행된 느낌 같다.

한다이 고갯길을 걸어서, 호수까지 올라가는 길. 이곳만 대체 몇 번을 지나다녔는지...등하교 때도 돌아다녔지만, 근심걱정이 있을 때도 다녔었다. 그 이유는!

오사카대학 호수. 바로 이곳 때문이다. 근심 걱정이 있을 때마다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내려왔다. 특히 교토대 입시 준비 때 정말 많이 다녀왔다. 저기서 노래를 몇 곡을 불렀는지...
갑자기 교토대학. 사실 오늘의 정말 진짜 목적지는 이곳! 2008년 교토 여행 때,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었었다. 그땐 뭐하는 대학인지도 몰랐었는데, 어쩌다보니 모교가 되었다. 세상에 이런 인연이...나의 학문적인 미숙함과 자유도를 모두 보장해준 정말 멋진 대학이다! 마음의 고향!!
그리고 시내를 거닐었다. 산죠 근처에 돈키호테가 생겼었다. 내가 교토를 떠날 때 한창 공사중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뭐가 있었는지 생각이 안나^^;
그리고 기린 시티에서 혼술ㅠㅜ.. 교토는 정적인 도시다. 변화가 크지 않다. 그래서 너무 좋다. 여전히 너무 맛있었다.
시모가모 신사.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요것이 교토의 매력!! 나름 남녀 연을 맺어주는 신사.
매년 장난으로 그랬듯, 제비를 뽑았다. 결과는 대길(大吉). 대길 처음 뽑아봤다ㅠㅜ 운세는 왼쪽에 써있는데, 먼저 "여자친구의 감정은 당신을 향해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대시하세요!!"라고 써있다. 대체 누굴 얘기하는거여...? 그리고 "이상적인 사람과 만날 수 있습니다. 바람 고대로의 미래가 찾아올 것입니다"라고 써있다. 오 요건 좋은데...?
다시 찾은 교토대. 저번엔 너무 어두워서리;; 와 정말 예쁘다. 저~~기 건물 위에 달린 시계탑은 교토대의 자랑! 찍은 시간도 바로 알 수 있는 편리함!
북한틱한 이런 간판들도 여전하다. 너무너무 반가웠다. 요런 빨간 맛이 교토대지!!ㅎㅎㅎ
그리고 오늘은 아사히에서 혼술! 기이이이일쭉한 갈릭빵부터 일단 주문하고, 학생시절 돈 없어서 못먹었던 (ㅠㅜ) 스테이크를 시켰다. 맥주는 당연히 흑맥! 사이즈는 제일 큰 1500cc 짜리 잔으로! 너무 맛있어서 두 잔 마셨다!!!!!
그리고 예~~전에 딱 한 번 잠깐 들렀던 폰토초(先斗町) 이자카야, 이치하나(一花). 나를 기억하고 계셨다. 정말 신기했어. 이 정도 기억력이 되야 교토에서 장사하는구나 싶었다. 예전에 교토 마이코들은 명함대신 부채를 쓴다고 알려주시고 몇 장 주셨었다. 어딘가에 있을거야. 이번에도 좀 주셨다.가장 괜찮은(?) 마이코 씨 거라고 한다. 나중에 한 번 초대해주신다고. 우리집으로 교토 선물도 보내주신다고 한다.
다른 날, 라쿠라쿠라쿠(楽楽楽). 교토에서 가장 많이 간 라멘집이자 식당이었다. 대학에서 가깝기도 하고 너무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너무 취향이어서. 사실 오늘까지 세 번 갔었다. 나름 삼고초려였어^^ 잘 먹고, 예전에도 그랬듯이 "잘먹었습니다"하고 일어났는데, 아저씨가 정말 놀랄 정도로 큰 목소리로 "항상 고맙습니다!!" 이래 주셨다. 문 열고 나오는데 울컥했다. 나는 이런 곳을 놔두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후쿠오카에 갔던거지?!?! 과거의 냉정했던 내가 너무 밉다. 이젠 내 소중한 것들을 너무 쉽게 놓지 말아야지.
다른 날 아침. 코메다 커피. 이건 나고야에 몇 번 다녀오고 나서부터 생긴 습관. 아침마다 코메다 커피에 간다. 커피 한 잔 값으로 빵까지 주는데 이보다 좋은 카페가 있을까? 신문도 무료로 읽을 수 있으니 개이득!!
또 다른 날. 교토 애플 스토어. 호랑이가 너무 귀여워서 한 컷 ㅎㅎ" 올해엔 듬뿍, 복이 찾아오기를!"이라고 적혀있었다.
마지막 날, 키요미즈데라. 마지막 교토를 떠날 때엔 공사중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키요미즈데라는, 세상 아름다웠다. 교토 시내도 한 눈에 보이고. 너무나 유명하고 누구나 한번쯤은 가는 곳. 그렇기에 무시당할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소중한 장소.
그리고 키요미즈데라 근처, 니넨자카 스타벅스. 이곳에는 추억이 있다. 심한 말을 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기억. 누군가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걸 나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어야 겠다고, 후회를 많이 했었다. 
스시노무사시. 마지막 점심은 스시노무사시! 나름 일본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일본에서 이곳보다 맛있는 초밥집은 없었다. 사실 교토에 있으면서 두번이나 찾아갔었다 ㅎㅎ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티켓샵에서, 철도 할인권! 신오사카에서만 쓸 수 있는 권인데, 50% 할인해준다(4,350엔). 일단 신오사카까진 가야되니, 우메다까지 차표도 샀다(390엔). 그러고보니 거리는 후쿠오카 이상인데, 교통비가 후쿠오카에 비해서 왜 이렇게 저렴하지?? 한큐가 저렴한걸까?

교토에서의 특별한듯 평범했던 여행이 끝나고,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와서 평범한듯 특별한 일상의 시작.

커피 티켓. 바로 대학 근처 코메다 커피로! 커피 티켓부터 샀다. 일종의 회수권인데, 요걸 사두면 계산도 간단하고, 할인률도 높다! 그런데 사용 가능한 가게가 한정되어 있다.
이토시마시내 상점가 이탈리안 레스토랑. 마카로니. 지인 추천으로 갔다. 
런치 메뉴. 까르보나라가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나중에 페페로치노도 먹어봤는데, 까르보나라가 정말 제일 맛있는 것 같아. 바게뜨도 너무 맛있었어.
안전라멘. 여기가 뭐라고 이렇게 줄을 서서 먹지?! 한번 시험해봤다.
기본 라멘. 어 음...평범했다. 왜 그렇게들 줄 서서 먹지?!
괜히 드라이브를 가고 싶어서, 유명하다는 시라이토 폭포란 곳에 가봤다. 어..음...너무 작았다. 이거 정말 폭포 맞어....?
시라이토 폭포. 폭포는 생각보다 별로 였지만 경치가 참 좋았다. 탁 트여 있어서 오랜만에 기분전환이 됐다.
새로 나온 스파이더맨을 보러 캐널 시티. 와 태어나서 IMAX는 처음 봤는데, 빨려 들어가는 줄!!!! 세상에!!!!!!!!!!
캐널시티 내 공연. 아는 동생이 여기서 공영한 적이 있는데, 그냥 신청해서 통과되면 공연할 수 있다고 한다. 길가다가 들을 수 있는 이런 생음악이야 말로 대도시의 매력이쥐!! 후쿠오카는 합격!!!!!
아타고 신사. 아타고 신사 한 백번은 다녀온듯. 새해이고 해서 또 제비뽑기. 설마 설마 했는데, 또 대길(大吉). 머라고 써있냐 하면..., 바라는 일: 생각대로 이루어지나 방심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귀인: 옵니다, 잃어버린 물건: 늦을지몰라도 나오긴 나온다 (ㅎㅎㅎㅎㅎ), 여행: 이익이 있다 가, 상업: 사라, 학문: 안심하고 면학하라, 거래: 사라, 지금이 좋아(相場가 근데 정확하게 뭐지?), 쟁사: 이길수 있으나 져주는 게 길, 연애: 적극적으로 가라, 이사: 별 일 없다, 병: 신을 믿어라, 낫는다, 연담: 생각대로 하라, 근데 우쭐거리면 망함. 대길 치고는 별로 안 좋은 거 아녀??ㅠㅜ 뭐 방심하거나 우쭐하면 다 망한대. 원래 사람 일이 그런 거 아녀;;?
연구실에서 동전을 정리하는데, 우연히 가장 최신 동전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우측 하단). 디자인이 좀 다르다. 그게 그거고만 왜 바꿨지??

 

오늘은 1월 31일. 새해 1월을 정리할 겸, 포스트를 남겨보았다.

1월 하이라이트는 교토 여행.

이런 모험도 참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날 설레게 하는 여행도.
한때 평범했던 일상이, 시간이 지나 여행이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정말 카트린 지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특별하지만 평범한 여행이었다.

 

여행의 잠점은, 돌아온 뒤의 내 일상이 특별하게 느껴진다는 것. 
말그대로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이다. 

저번달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후쿠오카는 정말 좋은 곳이다. 
내 안의 무언가가 나를 둘러싼 좋은 것들을 받아들일 수 없게, 막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미에에 가면, 교토, 오사카, 나고야, 도쿄가 가까워져서, 반대로 후쿠오카에 가는 게 모험이 될 것이다.
그때 후쿠오카엔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을까?
교토와 같이, 후쿠오카에 나를 설레게 하는 장소가 있을까?
후쿠오카는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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