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본 건 4월 22일 토요일이었다. 벌써 1달 넘게 지났지만, 기억을 가다듬어 글을 남겨본다.)


 학부생 때 TOEIC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본 영어 시험이었다. 듣기, 쓰기, 읽기 시험이 한 번에 이루어졌으며, 두 시간 정도의 대기 시간을 받은 후에 말하기 시험이 진행되었다. 신청한 순서에 따라서 말하기 시험 대기 시간은 짧아질 수도 있다고 한다. 시험은 매우 어려웠다. 내가 지금까지 본 영어 시험 중에 가장 까다로운 녀석이었는데, 덕분에 시험 내내 다음 시험을 언제 보면 좋을 지 생각했다.


시험 공부에 대해

 주로 대학에서 나누어 준 교재와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 강의로 공부하였다. 실질적으로 공부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IELTS 공부는 그 사이 논문이나 발표 등 다른 작업이 많이 겹쳤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아쉽긴 하다. 이것도 시험은 시험인지라, 일정한 패턴만 파악했으면 0.5점 이상은 더 받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서 그렇다.


학교에서 나누어 준 IELTS 교재. 친구가 받아서 나에게 준 것이다.


저 귀여운 글씨는 내 것이 아니다.

시험 당일

 지우개와 연필 여러 자루를 준비해야 하는 것 같았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다 시험장에서 제공하는 줄 알았는데, 빌리려고 하니까 그런 것도 안 챙겨 왔냐면서 꾸중 들었다 (ㅜ.ㅜ)


듣기

 영어에 그런 억양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억양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말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영어가 들렸어도 어휘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꽤 있었다.


읽기

  어떻게 하다 유럽에서 감자를 먹게 되었나에 대해 다룬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생각보다 글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레벨이 논문 정도라서 어휘나 내용이 어려울 때도 있었다.


쓰기

 영국인 여성과 남성이 각각의 취미생활에 소비하는 시간에 대한 그래프가 제시되고 이를 말로 풀어내는 문제가 출제 되었다. 시험 전에 유튜브로 동영상 강의를 조금 보고선, 그래프대로 쓰면 되는 쓰기가 제일 간단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쓰기 실력도 중요하지만, 논리적인 사고를 요하는 과목이었다. 요구받는 양이 생각보다 많은 것도 문제였다. 1번 문제 150 단어, 2번 문제 250 단어 였는데, '단어'라는 단위 때문인지 쓰다보니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말하기

 생각보다 처음 질문은 쉬웠다. 이름이나 직업, 좋아하는 색깔에 대한 질문이 거의 전부 였다. 그런데 점점 난이도가 상승하더니, 내 친구들은 무슨 색깔을 좋아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물어왔다. 내 대답은 "확신할 수 없지만 빨간색일 것 같다. 고향에 야구팀 유니폼 색이 빨간색인데, 그래서 그렇다"라는 취지의 대답을 하였다. 모국에서 요즘 가장 존경받는 사람과 그 이유는 무엇일 거 같은 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마침 영어권 친구에게 설명하느라 '탄핵(impeachment)'이라는 단어를 배운적이 있었는데, 이걸 써먹었다. "이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롭게 대통령이 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아닐까 싶다"는 취지의 대답을 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인터넷을 어려서 배우는 게 좋을까, 나이 먹어서 배우는 게 좋을까를 물어보더라.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였다. 딱히 개인적인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낫다라기보다는 대강 장단점을 모두 이야기하였다.


시험 결과

 결과가 나온 건 약 2주 뒤였는데, 봉투를 열어보기 까지 얼마나 두근두근 거리던지.


듣기 6.0

읽기 7.0

쓰기 5.5

말하기 7.0

총점 6.5


 뭐지 이 10점 만점 점수는? 지금까지 TOEIC이나 TOFEL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 점수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 Band 7: Good User
    때로 부정확하거나 비적절한 언어를 구사하고 일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언어를 잘 구사하고 자세한 내용의 이해가 가능한 응시자임을 나타냅니다.

  • Band 6: Competent User
    부정확하고 부적절한표현을 사용하거나 익숙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복잡한 언어, 특히 친숙한 상황에서는 상당히 잘 구사할 수 있는 전체적으로 효과적인 정도의 언어의 구사가 가능한 응시자임을 나타냅니다.

(출처 : 나무위키 https://namu.wiki/w/IELTS)


 이렇다고 한다. 그럼 6.5는 뭐지?? 어쨌든 아직 'Good'까지는 아니고 '그럭저럭'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인 것 같다. 별 거 아니라면 별 거 아니지만, 기대하던 것보단 잘 나온 거여서 정말 기뻤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IELTS 시험을 본 건 원래 쉐브닝 장학금을 신청하기 위해서 였는데, 알고보니 나는 자격미달로 신청 조차 할 수 없었다...직장 생활을 2년 이상 해야 한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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