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많은 분들이 고생하시는 지금,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본에 있는 김에, 일본, 특히 제가 있는 대학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1. 일본 정부 및 지자체 대응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대응은 이상하리만치 미적지근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일이 있었는데요, 바로 올 올림픽 연기입니다. 올림픽 1년 연기가 공식적으로 결정되고 나서(출처), 같은 날 코이케 도쿄도지사는 "감염 폭발 중대국면"이 될 수 있다는 공식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출처). 이 발표를 전후하여, 감염자 수가 급증하고, 미온했던 대응이 적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쿄도를 기준으로 추가 확진자수는 3월 23일 16명, 24일 17명, 25일 41명, 26일 47명, 27일 40명, 28일 63명 등으로 급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3월 22일 추가 확진자 수가 2명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죠. 이러한 변화는 확진자 누적자수 추이 그래프를 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첫 확진자가 발견된 1월 24일 (1명) 부터 3월 22일 (2명) 까지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데 비해, 3월 23일 16명, 24일 171명, 25일 212명, 26일 259명, 27일 299명, 28일 362명 등으로 점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도쿄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사이트, 2020년 3월 29일 12시 확인)

위에서 말씀드렸듯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27일에 코이케 도지사의 발표가 있었던 것이구요, 28일에는 아베 총리 또한 "장기전을 각오"하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습니다(출처). 말 그대로 수일 동안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일본 국내에 위기의식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이 시기 전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정확한 집계 자료를 확인하지 못했는데요, 아마 수도권 전체, 다른 경제권 (간사이, 추부)에도 비슷한 경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며, 앞으로 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간사이권의 경우에는 현지사로부터, 최악의 경우 28일부터 4월 3일까지 3천 여명 증가를 예측한다는 공식 발표도 있었습니다(출처). 29일 현재 일본 국내 감염자 수가 2605명이니(출처), 이는 사실 엄청난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일본 대학의 대응 사례(교토대학교, 오사카대학교, 큐슈대학교)

한국 대학에 비하면 최근까지 일본 대학은 꽤 여유가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발표에 의하면 코로나 사태가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개강 시기가 4월로 한국보다 늦기 때문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교적 느긋했던 태세도 올림픽 연기 결정 전후로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일본 내 모든 대학을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구요, 어느 정도 내부 사정을 파악하고 있는 교토대, 오사카대, 큐슈대를 중심으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한국과 같이 정부에서 일괄적인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직 아니라, 각 대학의 대응이 제각각인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토대, 오사카대, 큐슈대에 대한 간단한 설명

일본에서는 보통 연구실적이 우수한 국립대학 7교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는 편인데요, 교토대, 오사카대, 큐슈대는 그러한 7교 중 3교이며, 각각 교토부, 오사카부, 후쿠오카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학생 수는 학부생, 대학원생을 포함하여 2만 명~2만 6천여 명 정도로, 대학의 규모나 예산은 우리나라 서울대 정도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개강일은 각각,
교토대 4월 8일 (변경없음) (출처)
오사카대 4월 9일 (변경없음) (출처)
큐슈대 4월 8일 → 15일 (일주일 연기) (출처


수업 방식에 대해서는 각각, 

교토대에서는 일부 강의에 대한 온라인 강의 도입을 공식화하였으며, ICT 환경 관련 앙케이트 조사를 진행하는 한 편, 온라인 강의 운영을 담당할 TA를 모집 중에 있습니다.

오사카대에서는 4월 30일까지 모든 강의를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지침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상태입니다.

반면, 큐슈대에서는두 대학과는 다르게 아직 구체적인 결정사항은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25일에 학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 모의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출처). 다른 지역보다 확진자가 적기 때문에 (29일 현재, 후쿠오카 현내 26명), 아직 적극적이진 않으나 어느 정도 준비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 일본 대학의 대응에 대한 분석

일본 대학에 있어 온라인 강의에 대한 법적인 근거는 이미 마련된 상태입니다(출처). 하지만 문제는 인프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상황과 비교하자면, 한국 대학은 비교적 온라인 강의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온 편인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각 권역별 이러닝 지원센터 선정, KOCW (한국형 오픈코스웨어) 사업, K-MOOC (한국형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 사업 등이 이루어져 왔으며,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같은 정부기관이 지원을 해왔습니다. 각각은 별개의 사업이지만, 온라인 강의의 도입과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과 노하우 축적에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을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국가 연구비를 획득하거나 대학이 굳이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지 않는 한, 인프라를 갖출 수가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MOOC 플랫폼에 참여한 대학이나, JMOOC (일본형 대규모온라인공개강좌)에 참가하는 대학을 중심으로 노하우를 축적해온 대학 또한 적지 않습니다 (회원교 36교). 또, 국립정보학연구소(NII)를 중심으로 각 대학의 경험을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중입니다 (출처). 교육 관련 전문기관이 아닌, 국립정보학연구소에서 주도를 하는 점에 의문을 느끼시는 분이 계실 것 같은데요, 일본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을 통해서 단순히 온라인 강의를 늘리는 게 아니라, 학습 분석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는 기회로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각 대학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을 각 대학의 정보학 관련 연구소에서 담당하는 경우를 꽤 볼 수 있었습니다. 

한계도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정부의 긍정적인 전망, 4월 학기)로 인하여 한국에 비하면 준비시간이 있었던 것에 비해, 너무 갑작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다른 두 대학 내부 사정까지는 알 수 없으나, 제가 근무 중인 대학을 기준으로, 수업 콘텐츠 제작, 촬영 장비 및 지원 인력 보충은 물론이고, 서버 확충, 필요한 프로그램 라이선스 획득, 교원 연수 및 매뉴얼 제공, 온라인 수업 출석, 평가에 대한 기준안 마련, 장애학생에 대한 배려, (어쩌면 가장 어려운) 교원 설득 등에 대한 논의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특히 저희 대학은 4학기제를 도입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었을 경우를 감안하여, 봄 학기 수업에 대한 커리큘럼, 학사일정 조정이 시급히 필요할 거구요. 또, 어쩌면 이번 일로 수업을 잃는 (혹은 진행을 하지 못하는) 시간강사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될 것 같습니다.


4. 마치며

어떤 블로거 분께서 근무 중이신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시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신 것을 읽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출처). 반면, 아직 일본 대학 전체가 그렇기도 하지만, 근무 중인 대학에서 조차 별 다른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상세하게 전달해드릴 수 없어서 참 아쉽습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저희 대학 내에서 온라인 강의 시험운영 및 앙케이트 조사가 진행된 바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아쉬우나마 이에 대해서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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