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쯤 갑자기 한국 쪽 신용카드사에서 메일이 왔다.
해외거래를 정지하겠다는 것이다.
내용은 이러 했다.


안녕하십니까! 〇〇카드()입니다.
저희 〇〇카드를 이용해 주시는 고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객님의 〇〇카드 해외 승인 내역 中, 부정사용으로 우려되는 거래가 있어,
당사에 등록된 유선전화로 연락을 드렸으나, 연결이 되지 않아 사고 예방을 위해
해외거래에 한하여 일시 정지 조치 하였습니다.

[일시정지 관련 회원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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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에 의한 거래가 부정사용 또는 비정상거래로 판단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처음에 몇몇 거래는 승인이 되었으나,
그 다음부터는 뭔가 의심쩍게 생각한 카드사에서 거래를 정지하였다는 것이었다.
이메일에는 거래 시도 내역이 담겨 있었는데,
처음에는 액수가 적더니 나중에는 수백 달러 이상이 되어 있었다.
일단 피해를 최소화 한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먼저 든 생각은, '이거 사기 아냐?'였다.

정보가 누출될만한 곳에서 한국 카드를 쓴 적이 없고,
저번에 한 번 KLOOK(클룩)이라는 여행업체에서 정보가 누출되었다고 하여,
카드를 재발급 받은 후였다. 보안에는 약간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메일 주소에 속임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나에게서 무언가 뜯어낼만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지 않았다.


다음에 든 생각은, '만약에 사실이라면 어디서 누출된걸까?'였다.

먼저 의심이 간 건 내 앞에 있는 중국산 노트북이다.
소름이 확 돋았다.
그렇다고 한다면 거의 모든 정보가 누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것은 오해이거나 혹은 그들이 아직 내 정보를 악용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길로 집에 돌아와 한국 폰을 확인하니,
마침 전화가 걸려왔다.
"카카오톡 메시지 또한 보냈었다"고 하시길래,
"그럼 카톡으로 전화를 드려도 되느냐"고 여쭈어보자, 그렇다고 하셨다.
그래서 냉큼 끊고, 공유기를 켰다.
로밍 전화는 받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요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와이파이를 연결시키고 다시 확인해보니,
전화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몇 개씩이나 와있었다.
카톡으로 다시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원인은 KLOOK(클룩)이라고 하셨다.
이때 깨달았다.

예전에 KLOOK에서 결제한 카드가 한국 쪽 카드였다는 것을.
그때 재발급 받은 카드는 일본 쪽 카드였던 것이다.
KLOOK 홈페이지에는 결제에 쓰인 카드나 내역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일본 쪽 카드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직원 분은 덧붙여서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하셨다.
체크카드이기 때문에 승인과 동시에 돈이 빠져나갔지만,
"이의 제기 신청"을 통해 어느 정도 돌려받을 수 있고, 30일 정도 걸린다고 하셨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았지만,

이 시점에서 어느 정도 마음을 쓸어내렸다.
일단 통장에 있는 대부분의 돈이 빠져나갔지만,
처음부터 많은 돈이 들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해외에 있음에도 이렇게 국내 은행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음에,
약간은 감동을 받았다.
거래를 정지하여 준 것과 전화, 메일, 카톡까지.
일본이었으면 같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었을까?
특히 카톡은 아니었을 것 같다.



이런 카톡이 와있었다. 이 밑으로 대화가 이어진다.


잘 보면 엄청 평범한 곳들에서, 엄청나게 빠른 시간 내로 결제한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결제한 다음에는 그걸 어떻게 하는거지? 저렇게 물건을 마구잡이로 결제한 다음에 장물로 어딘가에 팔아넘기는 걸까? 가장 밑에 두 건을 포함하여, 총 세 건이 인출되었다.


통장에 돈이 많았으면 난리 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여러 번도 시도하였다. 담당자 분께서 보내주신 것은 사실 일부에 불과하였을 것이다.


(2018.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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