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기
  • 아픈 손가락: 2년 정도 사용해온 싱크패드 X1 요가 1세대는 장점이 훨씬 많았지만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키보드가 너무 단단하여 손가락이 아팠고, 배터리가 4시간을 넘기지 못하였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연구실에만 놓고 쓰게 되었다. 하지만 직업의 특성상 이동시에 쓸 노트북이 필요했다.
  • 가난하지만 욕심쟁이: 그런데 욕심이 많았다. 항상 갖고 다녀야하는 만큼 울트라북처럼 가벼웠으면 했고, 좋은 생각이 날때마다 바로 메모할 수 있도록 맥처럼 부팅속도가 짧았으면 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컴퓨터에 거금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은 최소한으로 투자하고 싶었다. 이것저것 알아보니 답은 크롬북이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 호기심과 개성: 첫 삼성노트북이자 첫 크롬북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또한 남들이 잘 쓰지 않는 물건이란 점이 좋았다. 예전 2012년 맥북을 처음 샀을 당시에 그랬다. 맥북을 처음 써본다는 설레임이 있었다. 그리고 정답이었다. 당시 출시된 윈도우 랩탑에 비해서 저렴하기도 하고 성능도 우수했으니. 크롬북으로부터 당시 맥북 에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가격이 당시 맥북 에어의 반 값 정도 된다! 

2. 구입기

  • 크롬북 중 가장 관심이 갔던 제품은 삼성 크롬북 프로 였다. 국내나 일본에는 판매처가 없어 처음부터 이베이에서 알아보았다. 예산 문제상 새 제품을 사지는 못하고 공장 리퍼비시 제품을 구입하였다. 가격은 본체값 40만원과 배송료 및 관세 10만원 정도로 합계 50만원 정도.
  • 삼성 크롬북 프로는 모델명이 24로 끝나는 2017년 제품과, 25로 끝나는 2018년 제품이 있다. 차이는 키보드 백라이트이다. 또 리퍼비시 제품이다보니 상대적으로 25제품이 상태가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25제품을 사기로 하였다. 이베이 시스템을 잘 몰랐고, 비몽사몽한 가운데 주문한 탓에 실수에 실수가 겹쳤다.
  • 처음에 24제품을 주문했다가 (첫번째실수), 24제품을 취소하고 25제품을 주문했다가, 24제품이 취소를 거부당했길래 오기로 다시 한번 더 취소하려다가 실수로 25제품을 취소하고...(두번째실수), 이건 취소가 된 줄 알고 25제품을 하나 더 샀다 (세번째 실수). 그런데 결국 셋 다 취소가 안된 것이었다. 30일 이내 반품은 무료라고 하나, 그 동안의 관세나 배송료 등은 내가 다 물어내야 할 판이었다. 결국 다행히도 친절한 상담원 덕분에 일이 잘 해결되었다. 반품에는 몇 주 정도 걸릴 망정, 한 대만 받아서 며칠 째 잘 쓰고 있다.
  • 이로서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먼저, 이베이에서 반품 할 때는 확인을 반드시 받은 후에 다시 주문해야 한다. 또, 판매자는 물건이 글로벌 배송센터에 도착할 때까지 국내배송까지만 책임을 지고, 글로벌 배송센터부터 해외배송부터는 이베이가 책임을 진다. 따라서 판매자가 자세히 확인을 하지 않으면 이 물건이 해외에 팔린 건지 국내에 팔린 건지 모를 수도 있다. 이번 판매자는 인지하지 못하였던듯 하고, 따라서 나에게 30일 이내 무료 반품이 되는데 무엇이 걱정이냐는 말을 되풀이 하였다. 배송료와 관세가 비싼 해외배송의 경우에는 당연히 무료 반품이 불가하다.마지막으로 비몽사몽할 때는 잠이나 자야 한다!


3. 사용기

<외관 및 무게>

  • 디자인 1: 예전에 학부 수업시간 때, 커텐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맥북에어를 비춘 적이 있다. 그때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물건이...'하면서 이리저리 돌려보며 새삼스럽게 감탄했었다. 크롬북 프로는 절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들어서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깔끔하고 단단하게 그리고 알차게 잘 만들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디자인 2: 디자인이 깔끔하다. 특기 할만한 특징은 별로 없으나, 모서리가 조약돌처럼 둥글둥글하다는 점은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에 삼성에서 나온 MP3 플레이어 중에 "페블"이라는 물건이 있었는데 생각이 나기도 했다. 리퍼비시다보니 이 둥글둥글한 부분에 약간 흠집이 있었다. 상판과 하판의 디자인과 크기가 완벽히 같아 보인다. 상판에 "SAMSUNG"이나 "chrome" 로고가 없었다면 하판과 구분을 못했을 것 같다.
  • 소재: 소재에는 금속감있고, 잘 만들어져있고 단단한 느낌을 받는다. 금속이라면서 플라스틱 같은 LG 그램이나 X1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실제로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크롬북 프로의 건강해보이는 느낌이 더 좋은 것 같다. 맥북 에어와 비교를 하자면, 맥북 에어-크롬북 프로-LG그램 순으로 금속감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 색상: 색은 검은색인데, 맥북이나 아이폰의 검정 같은 회색, 회색 같은 검정이 아닌, 옛날 노트북에서 많이 보던 그냥 검정 같은 검은색이다. 마냥 검은 가운데, 은색으로 된 "SAMSUNG" 로고와 힌지만 눈에 띈다. "Chrome"이라도 조금 색깔을 넣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든다. 그냥 너무 검정이다. 
  • 무게: 놀라운 점은 무게다. 무게는 약 1kg 정도로 매우 가볍다. LG 그램이 생태계를 메차쿠차 망쳐버린 탓에 이제와서는 그렇게 가벼운 것도 아니지만, 가격이 그램의 반값 정도임을 고려하면 삼성에게 갑자기 되게 고마워진다.
  • 배터리 및 충전방법: 무게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요소가 있는데, 배터리 및 충전방법이다. 이것도 LG 그램이 메차쿠차 망쳐버린 탓에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닐 수도 있으나, 하루 종일 사용해도 될 정도로 배터리가 상당히 오래 가서 어댑터를 들고다닐 필요가 없다. 또, 충전방법이 USB-C라서 케이블만 들고 다녀도 어떻게든 된다. 다른 컴퓨터에 꽂아도 되고 원래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충전기에 케이블만 교체하여도 된다. 이 두 가지 모두 은근히 무게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이다.

<액정>

  • 정말 좋다: 나는 액정에 대한 전문지식이 전무하다. 그래도 액정에 대해서는 한 마디 남기고 싶었다. 이건 뭐 너무너무 좋기 때문이다. 맥북 외에 이런 액정은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것 같다.
  • 크기와 화면비율: 12.3인치, 화면비율 3:2. 개인적으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크기와 화면비율을 완벽히 만족시킨다 액정이 크면 좋긴 하지만, 책상 위 공간을 너무 차지하는 것도 곤란하다. 직업상 책이 많아 노트북을 놓을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화면 비율은 요즘 많이 쓰이는 16:9 보다 세로로 길쭉하다. 문서의 많은 부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게 작업하기 참 편하다.
  • 밝기와 색감: 액정 밝기와 색감. 액정이 가격에 비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냥 정말 좋다. 연구실에 나만 빼고 다 있는 최신 맥북 정도 되는 것 같다. 235nit 액정 밝기라고 하는데, 이건 어느 정도 이상이면 의미가 없을 거 같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색감이다. 색감이 참 좋다.

<성능>
  • 인텔 Core m3: 과거 연구실 동료가 서피스를 썼었는데 그때 cpu가 m3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음씨 좋은 동료가 시험삼아 나도 이래저래 쓰게해줬는데 속도에 불만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m3라고 해서 별 걱정을 안했다. 실제로 아직까지는 하등 문제가 없다. 성능이 높고 낮고를 떠나서, 크롬북에서 할 수 있는 게 단순 그 자체라서 그럴 가능성도 있다. 하는 걸로 치면 옛날 넷북과 별 차이가 없다. 그래봤자 크롬 브라우저 돌리는 거니 어쩌면 넷북보다 더 단순할 수도 있다.


<그외 잡다한 사용기>

  • 전체적인 활용: 기본적으로 예전에 애용하던 맥북 에어와 비슷하게 사용하고 있다. 가볍고 단단했고, 저렴했고, 즉각적으로 반응했으며 배터리가 오래갔다. 그리고 많은 걸 기대하지 않았다. 많은 걸 기대하지 않았다는 말은, 문서, 발표용 PPT 등 무언가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사용하기 보다는 그때그때 메모, 초안작성, 간단한 동영상 감상 등,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보다는 조금 더 전문적이지만 PC보다는 그렇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의미이다. 크롬북은 이러한 의도에 매우 잘 들어맞는다.
  • 소프트웨어 활용: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걱정을 좀 했었다. 당연하게도 아직까지는 윈도우나 맥에 비해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바로 위에서 언급한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워드, PPT, 동영상 등등 모두 대체제가 다 있고 잘 돌아간다.
  • 즉각적인 부팅: 즉각적으로 켜진다. 위에도 언급한 부분이긴 하나 개인적으로 즉각적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여 조금 더 언급하고 싶다. 맥OS와 같이 부팅이나 슬립에서 깨어나는 시간이 매우 빠르다. 크롬북을 열면 수 초 내에 바로 켜지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상황에서 랩탑을 열고 준비하고 있을 수는 없다. 자다가도 갑자기 일어나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윈도우는 아무리 좋은 스펙이어도 세월아 네월아 시간이 간다. 그리고 그러다 다 잊어버린다. 옛날 윈도우95, 98 때보다야 장족의 발전이겠으나, 가능하면 짧을 수록 좋다. 크롬북은 매우 빠르다.
  • 컨버터블, 펜 그리고 터치: 360도 컨버터블 본체에 펜이 지원된다. 이 둘은 X1 요가를 쓰면서 적어도 내게는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나, 있어서 나쁠 건 없다. 요가는 이 두 가지 기능으 넣느라 무게를 희생하였었는데, 크롬북 프로는 넣고도 1kg니 더 그렇다. 펜도 어설픈 녀석이 아니라서 좋다. 무언가 쓰면 펜을 약간 늦게 따라오는 느낌은 있으나, 필기감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펜이 어디 따로 굴러다니는 것도 아니고 본체 내에 수납이 된다는 점도 훌륭하다. 아 또 하나, 옛날에 실수로 잘못 샀던 스태들러 삼성 전용 펜을 쓸 수 있게 되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터치가 된다. 감도가 스마트폰 정도로 매우 훌륭하다. 그래도 사실 그리 쓸 일은 없는 것 같다.
  • 스피커: 스피커가 은근히 괜찮다. 예전 64화음이네 128화음이네 하는 시대도 아니고, 요즘 포터블 기기에는 그냥 저냥 쓸만한 스피커가 달려서 나오긴 한다. 그래도 그 중에서도 꽤 괜찮은 축에 속하는 것 같다. 적어도 괜찮은 축에 속하는 아이패드 프로 3세대에 달려나오는 것보다 나은 것 같다. 물론 X1 요가에 비하면 훨씬 낫고. X1 요가 스피커 만든 사람은 공인인증서와 일체형 책상 만든 사람과 함께 자신들이 만든 것으로 고문을 좀 당해봐야 한다.
  • 키보드: 구매 전에 해외 리뷰를 좀 읽어 봤는데, 리뷰 사이트에 따라서 키보드에 악평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Cnet에서는 "사용자에게 저렴한 랩탑이란 걸 상기시켜주는 키보드"란다. 직접 써본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모양새도 괜찮고 타건감도 우수하다. 덤으로 소리도 작다. 왜 저렇게 리뷰했는지 잘 모르겠다. 정말 괜찮은 키보드이다. 적어도 X1 요가처럼 손가락 마디를 아프게는 안한다.
  • 터치패드 활용: 두 손가락을 좌우로 쓸어내면 "앞으로" "뒤로", 세 손가락을 위로 쓸어올리면 "실행중인 소프트웨어 전환"이 가능하다.
  • 액정터치 활용: 한 손가락을 좌우로 쓸어내면 "앞으로" "뒤로", 화면 밑에서 위쪽으로 쓸어올리면 "소프트웨어 목록 불러오기"를 활용할 수 있다. 나름 이래저래 잘 생각한듯 싶다.
  • "검색" 키 활용: 크롬북에서는 키보드상에서 "돋보기 (검색)" 가 "Caps Lock"을 대신한다. 맥북에서 "Caps Lock"이 "한/영"이 되어 있는것도 신선하고 쓸모 있었는데, "검색"이 되어 있는 것도 상당히 편하다. 윈도우상의 WOX나 맥북상의 알프레드처럼 파일이나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실행시킬 수도 있다.
  • 구글 드라이브 활용: 200gb를 2년 동안 무료로 제공한다. 구글 드라이브 참 편하긴 하다. 속도도 빠르고 링크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기도 좋고. 구글이 제공하는 문서, ppt 등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면 마치 하드디스크처럼 활용할 수 있다.

<단점>
  • 당연히 단점도 꽤 있다. 완벽한 랩탑이 50만원 일리는 없으니.
  • 비효율적인 파일 관리: 기본 용량이 32gb, 쓸 수 있는 용량은 더 적다. 마이크로 SD가 지원되지만, 소프트웨어와 마이크로 SD를 유기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워드에서 바로 마이크로 SD로 파일을 저장할 수 없다. 내부에 저장하고 마이크로 SD로 옮기는 수고를 반복해야 한다. 왜 이런 정책이 되었는지 알면서도 모를 거 같다. 아무래도 클라우드 밀려는 게 아닐까 싶다. 최근 구글이 통신 서비스도 한다던데, 가까운 미래에는 구글이 데이터에 대한 모든 것, 접속, 보관, 관리, 을 통괄하는 업체가 되어 있지 않을까, 괜히 무서워 진다. 마치 일본의 한큐 전철이 전철을 깔고 신도시를 개발하여 아파트를 분양하는 거 같은 느낌.
  • 낮은 확장성: 단자라곤 usb-c 2개 뿐이다. 이건 뭐 그렇다 치더라도 HDMI 정도 만이라도 넣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미라캐스트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던지. 내 평생 usb-c 허브 같은, 거추장스러운 물건은 사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언젠가 그렇게 될 거 같은 기분이 든다. 향후 세상이 바뀌면, 어쩜 필요한 것만 적절히 잘 달려 있다고 칭송 받을 수도 있다. 허나 아직까진 아닌 것 같다.
  • 키보드 규격: 중요 버튼이 없거나 (딜리트), 짧다 (엔터, 백스페이스). 특정키 (콘트롤, 알트)가 무지막지하게 크며, 한/영 전환 키가 없다. 일단 크기 문제는 4:3 액정에 맞추느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 같고, 한/영 키가 없는 것도 미국에만 출시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몇 가지는 이해가 안간다. 뭔가를 지울때마다 딜리트 대신 "알트+백스페이스"를 눌러야 한다. 딜리트를 넣을 수도 있었던 자리에 굳이 "잠금"버튼을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또, 콘트롤 알트를 조금 더 작게 하고 그 사이에 윈도우 키처럼 무언가 하나 더 넣을 순 없었을까? 안그래도 소프트웨어 목록 불러오는게 불편한데 그 단축키라도. 중간에 뭔가 넣으면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에게 혼나는 걸까? 그래서 찾아봤더니 구글이 만든 픽셀북에는 어시스턴트 버튼이 들어가 있었다. 삼성이 빅스비 버튼을 넣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써야겠다.
  • 싸구려 느낌의 터치패드: Cnet은 "사용자에게 저렴한 랩탑이란 걸 상기시켜주는"이란 표현을 터치패드에도 썼다. 이건 공감한다. 다행히 정확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싸구려 플라스틱 느낌을 지울 순 없다. 크기도 작고, 손가락이 잘 미끄러지지도 않는다. 하드웨어 자체는 예전 넷북 터치패드 그대로인 것 같다.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 블루투스 마우스를 사게 될 것 같다...
  • 열고 닫는 불편함: 크롬북을 열고 닫을 때 맞물리는 끝 부분이 자석으로 붙는다. 생각보다 힘을 많이 주어야 한다. 한번은 열다가 잘못해서 크롬북이 날아갈 뻔 했다. 단가도 더 많이 나올텐데 왜 굳이 자석으로 붙게 만들었을까? 힌지 특징상 잘 닫히지 않고 덜렁덜렁거렸던 걸까? 개발자들이 어떻게 하면 물건을 덜 잘만들 수 있을지 머리를 한데 모아 생각했던 것 같다.
  • 액정 반사: 액정이 켜져 있거나 검은 화면이라도 비치는 순간, 거울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생긴 거라도 괜찮으면 모르겠는데 작업하다가 갑자기 아쉽고 기분이 좀 그렇다. 밝은 야외에서 사용하기에는 약간 힘들어 보인다.
  • 터치패드와 터치액정에 대한 아쉬움: 아직 제스처가 부족하다. 터치패드나 액정 끝에서 쓸어왔을 때라던가 손가락의 개수라던가 아직 추가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바탕화면 보기" "설정 및 알림 창 보여주기"도 있었으면 좋겠고, "소프트웨어 목록 불러오기"는 터치패드 상에서도 가능했음 좋겠다. 개선의 여지가 있다.
  • "검색" 키의 활용성: 활용성은 높지만 아직 "sleep" "shut down" 등 시스템과 관련된 명령은 할 수 없다. 개선의 여지가 있다.
  • 음장 부족: 상술했듯이 스피커는 괜찮은 편인데, 음악을 들을 때에는 조금 아쉽다.
  • 카카오톡, 라인 등 메신저 스마트폰과 동시에 사용 불가 (2019.4.19 추가) : 아무래도 크롬북을 안드로이드로 취급하는 듯 하다. 기존 스마트폰에 사용하던 계정을 그대로 가져오려고 한다. 쓰려면 스마트폰과 크롬북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크롬북 전용 해당 어플리케이션이 나올 때까지 해결은 불가능할 것 같다. 
  • 비효율적인 펜 사용법 문제 (2019.4.19 추가): 펜을 꺼내면 스크린샷을 찍을 수 있는 메모가 나온다. 사용자는 스크린샷을 찍고 그 위에 메모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겠지만 그럴 수 없다. 펜을 사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켜고, 촬영한 스크린샷을 불러와야 한다. 펜 사용이 가능한 삼성 어플리케이션 (art canvas)도 있는데, 왜 굳이 이렇게 한건지는 잘 모르겠다.
  • 낮은 문서호환성 (2019.5.5 추가): 아직 워드 밖에 경험해보지 못하긴 했지만, 이미지가 들어간 문서의 양식이 심각하게 파괴되는 현상을 겪었다. 교수님의 요청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작업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어찌나 화끈 거리던지. 잘 되는 것도 많지만 적어도 문서 작업 만큼은 크롬북으로 한계가 있어 보인다.
  • 허술한 마이크로SD 슬롯 (2019.5.5 추가): 마이크로SD 장착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는 무시못 할 장점이나, 슬롯이 너무 부실하다. 마개에 약간 유격이 있고,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제대로 덮기도 힘들다. 마이크로SD도 잘 꽂혔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괜히 쑥 넣었다가 빼는데 고생한 적도 있다.
  • 다양한 버그 : 지금까지 발견된 버그는 다음과 같다.

- 키보드 전환 불가 문제 (2019.4.19 추가): 상당히 높은 확률로 영어 키보드와 INTL (International?) 키보드만 사용가능하게 되고, 한국어나 일본어 키보드는 사용 불가가 된다. 크롬북을 완전히 종료하고 다시 켤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빈도가 높다. 발견 이후, 가능하면 전원관리 시 슬립 기능만 사용하고 있다.

- 워드, 원노트 등 마이크로소프트 계열 어플리케이션에서 자동으로 텍스트가 삭제되는 문제 (2019.4.19 추가): 문서 작성을 하다보면 갑자기 단어를 삭제하기 시작한다. 마치 고정키가 걸린 것 같다. 구글 계열 어플리케이션에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문제이다.

  • 아직까지 생각나는 건 이정도? 써보고 더 추가해 나가야겠다.


4. 결론

  • 이 가격에 이 정도 디바이스는 없다: X1 요가를 쓰면서 손가락에 쥐가 났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노트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다. 하지만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많이 알면 뭐하나? 결국 물건을 사야 되는데. 그럼에도 금전적인 부담에 무게, 배터리 등의 스펙을 타협하고 싶지는 않았다. 크롬북은 절묘하게 그 모두를 만족시켜주었다. 전통적인 랩탑 장점과 새로운 크롬북의 장점이 잘 어우러진 디바이스이다. 맥북 에어를 5년 정도 썼던 것 같다. 크롬북 프로는 고장만 나지 않는다면 그 정도 혹은 그 이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 당연하게도 완벽한 디바이스는 아니다: 각 제조사들은 디바이스가 완벽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나보다. 터치패드 같은 단가 올라가는 건 그렇다 쳐도, 키보드에 딜리트가 없거나 윈도우키와 같은 키가 없는 것은 어느 정도 타협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대체적으로 만족한다. 이제는 고장났지만 차마 버릴 수 없었던 맥북 에어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5. 덧붙이고 싶은 말

  • 크롬북은 정말 기적 같은 물건이다. 삼성 크롬북 프로 정도의 만듦새, 가격 정도로만 나와주면 랩탑 시장이 재편되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다. 심지어 문서, PPT, 스프레드시트, PDF뷰어, 메모, 달력 등 왠만한 프로그램은 다 무료로 제공 된다. 소프트웨어가 다 연계되어 있어서 유기적으로 활용하기도 좋다. 예를 들면, 구글 캘린더에 공동으로 일정을 정하고 구글 도큐먼트로 공동 문서 작업을 하는 식이다. 딱 그림이 그려지는 건 교실에서의 활용이다. 구글 캘린더로 학사 일정을 기록해놓으면 학부모, 학생 모두다 볼 수 있다. 학생들이 구글 도큐멘트로 숙제를 제출하면, 교사들은 채점도 하고 댓글도 달아준다. 이것들을 뭘로? 저렴하고 튼튼한 크롬북으로. 심지어 교육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유지관리인데, 그것도 AS로 유명한 삼성이 관리해준다고 한다면,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이것들은 내가 처음 생각한 게 아닐 것이다. 벌써 교육 현장에서는 점유율이 무섭게 올라가고 있다고 하니.
  • 장기적으로 모든 분야에 있어 영향력이 클 것이다. 어차피 윈도우PC든 맥이든 사놓고 기능을 100% 쓰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하드웨어가 알게 뭐야. 어디 매니아 사이트 들어가야 amd가 좋아졌네 드래곤이 뭐가 어쩌네 그러지, 어차피 일반인들은 "그램"이라서 사고, "갤럭시" "아이폰"이라서 산다. 물건을 이름으로 산다. 브랜드만 어디서 들어본 거고, 쓰던 것만 잘 돌아가면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런 예는 많이 있다. 어느 누가 축구 선수를 IQ, 단기기억력, 폐활량, 시력, 근육량, 사상으로 판단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흥민"이 "박지성"이 축구 잘하나를 보지. 즉,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구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들이 더 저렴하고 잘 만들어진 기계에서 원활하게 돌아간다면 넘어오는 건 시간문제인 것이다. 위에 썼듯이 교육현장에서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다하니, 그런 미래는 더 빨리 올지도 모른다.
  • 그 속도는 그 집단이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다를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학계에서는 양식 때문에 워드가 아니면 안된다고. 그런데 워드 하나 쓰기 위해 드는 돈을 생각해보면 이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것이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호주머니에선 나온다. 그 지원 주체가 학회든 대학이든 무엇이든 최종적으로는 예산을 집행하는 국가의 손해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한 집단은 특정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벗어날 수 없는 경우는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2019년 현재에도 호출기를 써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구글에게 더 많은 힘이 실어지는 것은 무섭긴하다. 지금도 유투버들이랑 같이 탈세파티 하고 있는 판에. 내가 볼 때 구글 정도 정보력(검색엔진, 개인정보 대 정보기관, 호적) + 정보관리수단(알파고 대 공무원)을 갖고 있으면 이건 뭐 한 국가에 필적한다. 구글에게 세금을 매겨 종속시키지 않고서는 언젠가 도리어 구글에게 세금을 낼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 국가에 태어나는 건 마음대로지만, 일단 태어났으면 세금을 꼬박꼬박 바쳐야 하는 것처럼, 계정을 만드는 것까지는 공짜로 하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 이유를 막론하고 크롬북 생태계가 언젠가 주목을 받을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일단은 카페를 만들어봤다. 카페라곤 한 번도 운영해본 적이 없어서 일단 천천히 메뉴 구성을 생각중이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는지 원하는 주소 만들기가 무지 쉬웠다.


https://cafe.naver.com/chromebook


6. 사진


상판. 지문이나 먼지가 잘 묻는 재질이다.

하판. 무난하다.

오른쪽 측면. 볼륨버튼, 전원버튼, USB-C 단자, 수납된 펜이 보인다.

왼쪽 측면. 이어폰 단자와, USB-C 단자가 보인다. 간단하다.

열린 모습. 길쭉 해보인다. 사진이 그렇게 찍힌 것도 있지만, 3:2 비율이라서 실제로 되게 길쭉하다.

하판 스피커. 왼쪽에도 같은 모양으로 하나 더 있다.

본체에 "SAMSUNG"이 비친다. 본체 재질이 빛 반사를 참 잘한다.

74%에 8시간 41분. 뻥일지도 모르지만 보기만해도 든든하다.



(2019.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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