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중고차가 우선이었다.
신차를 살 정도로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일부러 신차부터 알아봤다.
이유는 아래와 같았다.
- 낡긴 했지만 인사이트가 마냥 못탈 만한 상태인 것도 아니라 차량 교체로 얻을 수 있는 편익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고,
- 신차와 중고차 간, 그리고 메이커 간 비교를 위해 차량의 퀄리티에 대한 감각을 만들어 놓고 싶었다.
- 그리고 중고차에 비해 신차가 무조건 비싼 건 아니었기 신차 또한 실제로 구입 후보에 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마지막으로 전기차를 체험해보고 싶었다.

이 시점에서 차량 선택의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 가격: 신차라면 연봉 이하일 것, 중고차라면 연봉의 1/2 이하일 것 (이 정도로 설정해야 죄책감 없이 탈 수 있을 것 같아서)
- 활용: 장거리 운전과 산길운전에 적합할 것, (거대한 한국 친구들을 생각해서) 뒷좌석이 넓을 것
- 안전: 안전사양이 풍부할 것 (긴급정지, 블랙박스 등)
- 디자인: 나의 이미지여행지에서 배경과 잘 어울릴 것
- 기간: 위에 제시한 비용, 활용, 안전, 디자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차검(일본 자동차검사등록제도) 기준, 납차 이후 첫번째 차검(2년 뒤) 혹은 두번째 차검(4년) 이상 탈 수 있을 것
- 그 외 기본적인 조건: 전기차 혹은 하이브리드 차(유지비 고려), 해치백 혹은 SUV(활용성 고려)

차량 선택에 대한 조사는 총 3차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그 중 1차와 2차가 신차에 대한 조사였다.

1차 조사 (4월 3일 일요일) - 아우디
일단 우편으로 초대권(?)을 보내온 아우디부터 찾아보았다.
시승한 모델은 e-tron 55 Quattro이었다.
당시 가장 최신에 가장 좋은 전기차 SUV모델이었는데, 2022년 6월 현재는 잘 모르겠다.

시승 결과, 세상에!! 전혀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
차에 대해서도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는데, 딜러분께 가격을 여쭈어보니 무려 1,200만엔이라고 한다.
세상에 내가 1,200만엔 짜리 차에 타보다니!!!
그래도 1년간 충전비는 지원해주시고, 곧 금리 1.99% 프로모션에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무슨 원플러스원 행사를 하더라도 못 살 정도로 비싼 차였지만, 다행히도(?) e-tron에 대해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였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외부 디자인, 실내 디자인, 계기판, 승차감, 편의옵션, 주행성능 등등, 무엇 하나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 백미러가 백미러 영상으로 대체되어 있었는데 엄청나게 보기 불편했다.
- 심지어 1,200만엔!!!

결과적으로 1차 조사 결과, 신차에 대한 욕구가 많이 하락하였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정말 멋잇는 차겠지 싶었다.
계기판이 협소하였고, 네비가 통풍구 밑에 배치되어 있는 점 등, 시에 뒤떨어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핸들 또한, 수갑 같은 부분이 있어서 예뻐보이지는 않았다. 밑이 비어 있어서 손을 올려놓기는 편해보였다.


2차조사 (6월 4일 토요일) - 혼다, 닛산
그 사이 이런 저런 일이 많았고 두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중고차를 포함해서 많은 정보를 얻었고 아우디 시승을 교훈 삼아 비용적으로 감당 가능한 차를 위주로 찾아보기로 했다.
아우디 다음으로는, 일반적인 일본 국산 메이커를 찾아보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나 정도 재정 수준이라면, 차량 유지보수를 위해서라도 일본 국내 메이커가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정적으로 감당 가능한 차량으로,
- 혼다 베젤 e:hev (국내명: HR-V)
- 닛산 노트 오라 를 선정하고,

힘들 수도 있지만 전기차에 대한 욕심으로,

- 닛산 아리야

를 리스트에 추가하였다.



최근에 일이 바빠서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요 세 가지 차 시승을 하루 일정에 모두 넣었다.
심지어 노트 오라와 아리야는 같은 닛산 차임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대리점이 달랐기 때문에,
각각 다른 대리점에서 시승하였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나서 알았는데, 무척이나 힘든 일정이었다.
시승과 상담으로 대리점 당 2~3시간 정도 걸렸기 때문이다.
상상했던 것보다 차량 옵션이 생각보다 세세했고, 구매 옵션(각종 할부 옵션)도 매우 다양했다.
신차를 구체적으로 알아본 건 처음이라, 지금까지 몰랐던 점들이었다.
많은 공부가 된 것 같다. 사진을 담을 여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각 차량의 특징만 간단하게 남기자면 아래와 같다.
메모처럼 남기면 나조차도 알아듣기 힘들까봐 외부 디자인, 내부 디자인, 차량 크기, 주행 성능, 편의 옵션, 총평 정도로 나누어보았다. 후보로 올라간 시점에서 '가격', '안전성', '유지비(연비)' , '편의 옵션' 등을 클리어 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에 대한 평가는 생략하였다.

1. 혼다 베젤 e:hev
- 외부 디자인: ★★★★☆
- 내부 디자인: ★★★★★
- 차량 크기: ★★★★☆
- 주행 성능: ★★★★☆
- 총평: 밸런스가 매우 잘 잡힌 차. 먼저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소형 SUV로, SUV 치고는 약간 작지만, 일본 운전/주차 환경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소형이지만 뒷좌석 및 트렁크 공간은 왠만한 중/대형 SUV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넓은 점도 큰 장점이었다. 단점으로는,
・장점에서 차량의 전체적으로 '적합한 크기'를 들었으나, 반대로 운전석 공간에는 문제가 많았다.
・차고가 생각보다 낮은지, 오르고 내릴 때 불편했던 점
・탑승 후에도 머리 위 공간이 너무 아슬아슬하게 남는 점
・정숙성이 떨어지는 점(로드노이즈) 등이 있었다.


당시 받은 견적서. 350만엔. 20만엔 정도 할인을 넣어준다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한 가격이다.

2. 닛산 노트 오라
- 외부 디자인: ★★★★☆
- 내부 디자인: ★★★★★
- 차량 크기: ★★★☆☆
- 주행 성능: ★★★★★
- 총평: 밸런스가 매우 잘 잡힌 작은 차. 초고급형 경차. 먼저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내부 디자인이나 계기판, 네비 등 실내 디자인이 지금껏 본 일본 차 중에 가장 현대적이었다는 점이다.
・물리 버튼과 터치 버튼(네비 등)을 적절하게 채용해서 사용하기도 매우 편리했다.
・보스 스피커라서 그런지, 지금껏 타본 차 중에 가장 소리가 좋았다. (헤드레스트에도 스피커가 달렸는데, 엄청났다!!)
・쾌적한 주행 성능(닛산 차는 「자동차 엔진(동력/발전 겸용), 전기모터(동력 전용)→바퀴」가 아닌, 「자동차 엔진(발전 전용)→전기 모터(동력 전용)→바퀴」방식을 채용해서 주행성능이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소문대로 가속이 빠르고 정숙했다. 정말 쾌적했다.

다만 단점으로는,
・차 자체가 생각보다 매우 작았던 점. 경차보다 한 치수 큰 정도? 뒷좌석과 트렁크는 내 인사이트보다도 좁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고 내리는 데에는 베젤보다 나았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이지만)
・생각보다 정숙성이 떨어진 점. 로드 노이즈가 상당했다. (이 시점에서 일본 차에 정숙성을 바라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다른 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 할부수수료를 포함하면 400만엔에 달하는데, 이 작은 차에 그 돈을 태우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경차와 같은 목적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 차인 것 같았다. 3. 닛산 아리야
- 외부 디자인: ★★★★★
- 내부 디자인: ★★★★★
- 차량 크기: ★★★★☆
- 주행 성능: ★★★★★
- 총평: 완벽했지만, 언제 받을지 모르는, 아직 안전하지 못한 차. 장점으로는,
・차로서 완벽하게 느껴졌다. 아우디 e-tron에 비해, 외부 디자인, 실내 디자인, 계기판, 승차감, 편의옵션, 주행성능 등등 모든 부분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차량 크기도 적당했다. 베젤보다 조금 더 크지만, 너무 큰 SUV는 아니었다. 단점으로는,
・배터리 성능이 의심스러운 점 (완충시 400km 정도 주행 가능하다고 했음)
・언제 받을지 모른다는 점
・아직 미에 현내에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 (대부분 완속충전이라고 들음)
・무엇보다 전기차 안전이 의심스러운 점 (각종 화재 사건 다발)
・마지막에 들은 안전만으로도 후보에서 일단 제외하기로 했다. 사실 이 정보를 안 시점에서 전기차 자체를 후보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나 자신의 자동차에 대한 취향, 목적, 철학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간단하게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 자동차에 대한 욕심히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 (편하게, 안전하게, 조용히 이동 가능하면 됨)
- 내 취향은 혼다 차에 적합하다는 점 (주행성능, 디자인, 안전성, 옵션, 크기, 가격, 인사이트를 통해 쌓은 신뢰감 등)
- 내게 있어 타인들에게 나와 나의 자동차가 "어떻게 보이는지"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점 (크기, 디자인, 깨끗함 등)
- 아리야 시승 후, 언젠가 전기차 시대가 오겠다 싶었다는 점

그리고 조금 허무할지도 모르지만 신차에 대한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
역시나 중고차로 넘어가기로 했다.
일단은 신차 중에 가장 괜찮았던 혼다 베젤을 위주로 알아보기로 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