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날이 바뀌지 않은 새벽, 산책겸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는데 눈이 오고 있었다.



불편해도 괜찮아

저자
김두식 지음
출판사
창비 | 2010-07-09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인권 재단 선정, 2010년 올해의 인권책김두식, 이번에는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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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현상을 저자 특유의 영화에 대한 해석을 곁들여 재미있게 풀어낸 책.


학업을 지속하기 위하여 대학원 진학을 예정하고 있는 나는 아직까지도 내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이 많았다특히 얼마 전 있었던 수능 시험 즈음해서 8년 전에 나를 괴롭혔던 수능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고등학교 이후 오랜만에 졸업을 맛보게 된 다는 것과 취업이 아닌 상위 학교로 진학하게 되는 이 상황이 절묘하게 그 당시의 데자뷰를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적에 대한 나의 열등의식이, 도리어 책 안에서 나오는, 절묘하게 자신의 출신 고교를 밝힐 이야깃거리를 찾는 엘리뜨들처럼 자신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 타인의 약점을 찾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려운 가정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온 입지전적 인물, 전교 100위권에서 단숨에 10위권으로 성적을 올린 대기만성형 인물, 명문대에 갈 수 있었으나 드라마틱하게 수능에 실패한 비운의 인물, 장학금으로 일본 유학을 다녀온 성공한 인물 등으로 보이길 원하였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의 무용담을 들려주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였지만, 이중에 어떤게 진짜 나란말인가. 진짜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타인이 감탄해 마지 않는 나를 연출하기 위해서 나를 보여주고자 하였던 것은 아닌가. 그리고 이를 위해서 타인이 나보다 못한 점을 찾기 위해 은연중에 얼마나 눈치를 보았는가.


단순한 비교를 통하여 우위를 논하기에 나는 아직 모자라지만, 한 편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내가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지 말자.

항상 겸손하자. 그리고 노력하자.

2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샀는데 학교 컴퓨터에 번들로 나오는 만 원 짜리보다 못한 것 같다. 

왜 이리 키감이 부드럽지 못하고 딱딱할까? 

쓸데 없이 매끈한 표면은 먼지가 눈에 띄기 딱 좋기만하다. 

원래 키보드란 이런 것인가? 아니면 속단하기는 좀 이르고 쓰면 쓸 수록 부드러워지는 것인걸까.



본가에서 우연히 예전에 쓰던 삼성 키보드를 발견하였다. 옛 생각이 나서 몇 번 두들겨보니 감촉이 이보다 좋을 수 없어서 저렴한 같은 방식의 키보드를 찾고 있다.


갑자기 타짜가 생각나서 살려고 알아보니 애장판 조차 절판된지 오래였다.


손은령 교수님을 시작으로 

박수정 교수님의 사인을 받고

천세영 교수님의 서명을 받음으로써 졸업논문 제출에 필요한 조건이 만족되었다. 


천세영 교수님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 유성구청 근처에 있다는 어느 국밥집을 찾았다.

알고보니 그곳은 박사 졸업학위를 받은 분들을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학사 졸업논문을 서명받는 느낌이 각별했다.


오후 6시 조금 넘어서 학과사무실에 제출하고 오는데

달콤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12월 11일 일본어 문어문법 시험을 끝으로 졸업전 모든 학교 일정이 종료되었다. 과제 몇 개는 아직 남아 있지만.

12월 12일 그렇게 질질 끌어오던 졸업 논문을 완성하였다. 하지만 교수님 심사가 아직 남아있다.

12월 13일 이 글을 쓰고 있다.


내 인생 처음으로 내가 선택하고 내가 끝내는 최초의 학교 생활이 이제 끝을 맺으려 한다.

시간을 너무 많이 끈 것 같아서

학교 안에서 아직 해보지 못한 것이 많아서

더 잘 보낼 수 있었는데, 미련이 남아서

속시원하면서도 쓸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많은 것을 이룬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무엇하나 마침표를 찍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알았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거쳐간 사람들에 대해 존경심이 생긴다.


앞으로 더 많고 대단한 일들이 남아 있다.

나라면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14년 1월 1일부터는 매일 일기 같은 글을 쓰기 시작해야겠다.




 분주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대학에 들어오고 벌써 여러번 보는 풍경인데, 이번만큼은 매우 특별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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