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음 정리, 생각 정리가 어느 정도 된 거 같다.

한국에 참 오래도 있었다. 맘씨 좋은 우리 대학 교직원 분들 덕분이다.

 

나의 2020년은 한 마디로 '허세'였던 것 같다. 
그 동안 아둥바둥 열심히 살던 걸 다 게을리 하고, 이제는 평가 받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타인에게 나를 "교수"라고 소개할 때, 정말 그렇게 불릴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봤어야 했다.

충분한 전문성, 연구실적, 교육실적이 있는지, 무엇보다 안정적인 형태로 고용되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이젠 노력할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다 '허세'였다.

 

난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무엇이든 잘 되지 않았다.

노력은 안하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질투하고 시샘했다. 

깎아 내릴 점을 찾아 집요하게 괴롭혔다.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하찮은 변명을 많이 만들었다.

한국에서 힘들 때엔 나는 일본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라며 아쉬워하지 않았고,  
일본에서 힘들 때엔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 사람이니까라며 아쉬워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실패했다. 

 

다시 무엇이든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올해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평일- 아침 6시 기상, 운동, 식사, 7시까지 출근, 밤9시까지 작업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종일- 휴식, 방청소

일요일- 8시 기상, 9시 출근, 저녁6시까지 작업

한 때 이런 식으로 몇 년만 참으면, 다시 정상적인 루틴으로 돌아가 편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잘 생각해보니 아예 이게 나의 정상적인 루틴인가보다.

나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아가 타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나만의 정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걸, 이 나이 먹고서야 깨달았다.

선천적인 능력을 타고 났으면 모를까, 능력 또한 뛰어난 게 아니었기에, 더 노력했어야 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이미 소중한 것을 너무 많이 잃었지만, 늦었다고 아무것도 안하면 나중엔 지금보다 더 후회될 것 같다.

 

눈이 많이 왔다.

눈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일본에서 눈 보기 힘든 지역에 살아서 그런지, 눈만 봐도 참 기분이 좋다.

 

한동안 너무 바빠서 블로그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다 일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고, 즐거운 일도 많이 있었다.
한 구독자님으로부터 업데이트 요청도 받았겠다, 시간이 좀 나서 정리를 해볼까 한다.

2월 15일~25일
설 휴가로 한국에 다녀왔다.
노트북 어댑터를 잊고 간 탓에 작업을 전혀 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다녀오자마자 정말 심한 감기에 걸려서 2월의 반을 거의 통째로 날려 먹은 듯.
이때 막힌 일 때문에 아직까지 고생 중이다.
특히 2월 말 마감 논문을 못낸 건 타격이 컸다.

그래도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온 건 좋은 선택이었다.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밖에도 드디어 내 폰을 만들었다.
네이버 페이네 카카오 페이네도 가입해서 이제 한국 인터넷에서 손쉽게 물건을 살 수 있다!

덤으로 평창올림픽 관련 아르바이트도 하고 왔다.
소소하지만 용돈벌이로 나쁘지 않았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이 한창이었다.


2월 28일 (~3월 23일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조금 더)
이때부터 한국에서 오신 교수님의 일본정착을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는 부동산 일만 이틀 정도 도와드릴 계획이었는데, 일본에 정착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벌써 한 달 정도 되었는데, 아직도 더 도와드려야 할 것 같다.
일본은 정말 정착하기 힘든 사회인 거 같다.
어느새 어느 정도 일본어를 할 수 있게 되서 내가 잊고 있었을 뿐이지.
다른 나라도 이런 걸까?


3월 9일~13일

대만 여행에 다녀왔다.
오래전부터 꼼꼼히 계획해서 그런지, 그만큼 알차게 잘 다녀온 듯하다.
통신, 교통 같은 인프라가 잘되어있어서, 거의 모든 게 계획대로 되었다.
1일 3밀크티는 정말 행복했다. 교토에 돌아와서 밀크티를 마셔봤는데, 대만 밀크티와는 전혀 달랐다.
그리고 또 한가지 드디어 대만 짜장을 구했다. 눈물 나는 줄...
물가에 대한 부담이 적어서 기회가 되면 좀 더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나라이다.

드디어 구한 대만 짜장. 예전에 갖고 오려다가 실패하고 다음에 대만에 가면 꼭 사오리라 마음 먹었었다.



3월 23일 현재

2월에 마무리 못한 일이 많았던 탓에 3월도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다.

먼저 3월 말까지 내야하는 논문, 그리고 논문 요지 등이 있다.
특히 논문 요지는 나의 박사 연구에 관련된 것으로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우선순위로는 이게 1순위인데, 아래의 작업들에 밀려 손을 대기가 참 힘들다.

그리고 1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연구실의 프로젝트에 참가 중이다.
온라인 강의를 만드는 일인데 이게 생각보다 부담이 크다.
설마 설마 했는데, 강의 내 출연 요청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또 한가지, 다른 스태프들과 다르게 나는 온라인 강의의 설계의 측면에서 본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온라인 강의 설계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을 쌓고 그것을 곧바로 실천해보고자 한다.
생각해보니 요건 내가 자진해서 바빠진 거다...

또 뭔가 행사가 참 많다.
바로 직전에 학회가 있었고, 우리 연구실이 개최하는 것인 만큼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다.
뭐 즐겁다면 즐거웠지만, 다른 일들이 너무 많아서 역시 부담스러웠다.
학회가 끝나곤 뒷풀이 겸 송별회가 있었다. 요것도 참가를 안할 수가 없어서...
이번달 말에는 아는 형이 놀러온다고 해서, 그 전에 작업을 다 끝내놓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떠나 보내야 하는 사람이 있다.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데, 뭘 해주어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이런 먹먹한 마음이 해소가 안되니 마음이 참 그렇다.

온라인 강의 촬영 장소. 보람은 있는데, 잘만들어진 다른 온라인 강의를 보면 좀 위축이 된다. 우리는 그리고 나는 잘할 수 있을까?

학회 중 심포지움 풍경. 나는 PA실에서 일하였다. PA란 Public Adress의 약자란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음향, 조명, 촬영 장비를 콘트롤하는 곳이다.

반다비와 수호랑.




2012년 4월 2일부터 2013년 2월 25일까지 나의 보금자리였던 스이타유학생회관 212B호실이다.

사진은 2013년 2월 24일 촬영, 귀국 하루 전 날이었다. 방이 좁은 것은 아니었지만, 새로로 길어서 가구배치가 불편하였다. 가을 쯤에 결국에 이렇게 배치를 바꾸고 돌아올 때까지 이대로 살았다.

당시 내 방은 기숙사 친구들 사이에서 사랑방처럼 쓰였으나, 귀국 할 때가 가까워지자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져서 침대를 가운데 놓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놓자는 취지였다.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저 조그마한 TV로 친구들과 함께 일본 방송을 보면서 어떤 내용인지 알려주며 같이 웃거나, 일본 방송에 대한 비판을 하곤 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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