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고 바라던 카메라를 드디어 구입!!
고르고 골라, 소니 최신형 미러리스로. 최신형이면서 다른 기종에 비해 무우우우척이나 저렴한 편이었다.
그렇다고 저렴하진 않았지만 ㅠㅜ (바디+줌렌즈 키트 20만엔...16-35 렌즈는 9만엔....)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하니, 못살 것도 없었다!!!!!

이렇게 나름 깔끔하게(?) 포장돼서 왔다.
상자 샷.
또 상자 내부. 별로 안쓴 중고라고 하더니, 포장상태부터가 정말 거의 새것 같았다.
본체, 쨔잔!! 여어어얼심히 생각해서 실버로 했는데, 정말 잘한 거 같다. 올 검은색 바디보다 훨씬 예쁘다.
이런 식으로 액정을 뒤집어서 쓸 수도 있다. 요 기능을 쓸 일이 있을까...?
줌렌즈킷에 포함된 렌즈. 28-60에 f4-5.6. 꽤나 괜찮다. 그리고 엄청 가벼웠다.
28-60으로는 광각이 좀 아쉬워서, 고르고 골라서 산 16-35. 세상에 9만엔이었다. 레이싱 휠 판 돈을 보태서 샀다.
와 이 세상 예쁜 본체. 정말 렌즈가 반딱반딱....견고하게 정말 잘 만들었다. 소니가 정말 할 땐 하는구나.
바디에 끼워보았다. 렌즈가 바디보다 커서 바닥에 두면 붕 뜬다;

그리고 요 카메라는, 함께 교토에 다녀온 뒤 집에서 주무시다가...,
렌즈는 1월 26일

바디+렌즈 킷은 1월 28일,
결국 다시 판매되었다ㅠㅜ

중고판매 수수료, 필터값까지 해서 2만엔 정도 손해본 거 같다...


미에(三重)로 이사 가야 되는데 현금이 없었다.
집도 구하고 이사비도 내야되서 카메라를 팔아서 거기에 보태기로...

 

스트레스 좀 받았다고 물건 막 사고 하는 게 아니란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이 나이 먹고 이런 이야기하기도 좀 부끄럽지만,
카메라를 보내면서,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된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은 내 분수를 넘는 헛된 물욕은 관두려고 한다.

 

다음에 카메라를 사게 된다면, 10년 전 캐논 바디 정도로 하려고 한다. 

사진 퀄은 별로 변하지 않으면서, 기능의 불편함은 실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그러면서 팔지 않고도 잘 굴릴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인...

반성하자!!

이제 마음 정리, 생각 정리가 어느 정도 된 거 같다.

한국에 참 오래도 있었다. 맘씨 좋은 우리 대학 교직원 분들 덕분이다.

 

나의 2020년은 한 마디로 '허세'였던 것 같다. 
그 동안 아둥바둥 열심히 살던 걸 다 게을리 하고, 이제는 평가 받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타인에게 나를 "교수"라고 소개할 때, 정말 그렇게 불릴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봤어야 했다.

충분한 전문성, 연구실적, 교육실적이 있는지, 무엇보다 안정적인 형태로 고용되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이젠 노력할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다 '허세'였다.

 

난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무엇이든 잘 되지 않았다.

노력은 안하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질투하고 시샘했다. 

깎아 내릴 점을 찾아 집요하게 괴롭혔다.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하찮은 변명을 많이 만들었다.

한국에서 힘들 때엔 나는 일본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라며 아쉬워하지 않았고,  
일본에서 힘들 때엔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 사람이니까라며 아쉬워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실패했다. 

 

다시 무엇이든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올해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평일- 아침 6시 기상, 운동, 식사, 7시까지 출근, 밤9시까지 작업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종일- 휴식, 방청소

일요일- 8시 기상, 9시 출근, 저녁6시까지 작업

한 때 이런 식으로 몇 년만 참으면, 다시 정상적인 루틴으로 돌아가 편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잘 생각해보니 아예 이게 나의 정상적인 루틴인가보다.

나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아가 타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나만의 정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걸, 이 나이 먹고서야 깨달았다.

선천적인 능력을 타고 났으면 모를까, 능력 또한 뛰어난 게 아니었기에, 더 노력했어야 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이미 소중한 것을 너무 많이 잃었지만, 늦었다고 아무것도 안하면 나중엔 지금보다 더 후회될 것 같다.

 

눈이 많이 왔다.

눈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일본에서 눈 보기 힘든 지역에 살아서 그런지, 눈만 봐도 참 기분이 좋다.

 

어째서 한 해 동안 마음이 그리 급하였던가.

어째서 무리해서 많은 일을 시도했던가.

어째서 근면하지 못했던가.

어째서 왜 이렇게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던가.

어째서 밤새 다짐하고 아침이 되면 지키지 않았던가.

어째서 확실한 목표가 보이지 않았던가.

어째서 사람을 믿지 못하였던가.

어째서 남의 단점만을 찾았던가.

어째서 남의 시선에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웠던가.

어째서 겸손하지 못하고 나의 자랑거리만을 찾았던가.


모두 써보고 쭉 읽어보니 구구절절 맞는 말들이라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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