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졸업에 앞서 취업이 되어서,
후쿠오카에 있는 한 대학 쪽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예전에 시내 한 가운데 좋은 곳에 있었던 그 대학이,
지금은 어디 산골짜기로 이사를 가있었다.

대학로의 번화함은 비교도 안되지만, 위치만큼은 딱 서울대 느낌이다.
역 느낌마저도 서울대입구역과 비슷해서,
대학에서 무지막지하게 멀다.
한 4킬로미터 정도?

그리고 대학 주변이 나름 신도시인듯,
신축이 많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방값이 비교적 비싸고, 혼자 살기 적당한 크기의 빈방이 부족하다.
즉, 방이 무지막지하게 크면서 비싼 곳 밖에 안 남아 있다.

오래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토가 정말 좋은 곳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적당한 크기였고, 방세도 적당했다.
주변에 목욕탕도 있고,
조금만 찾으면 좋은 카페들이 많고,
차도 적당히 돌아 다니고, 평지이고...
역도 나름 가깝고...

취업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정리하려고 한다.
곧 「2019~현재 후쿠오카」가 추가 될 것 같다.

(2019.6.7)

많이 준비한 덕분에 발표는 거의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질의 응답이었다.

평소 같으면 별로 긴장도 안할텐데, 이건 뭐...
내용도 잘 정리가 안되고,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많이 덧붙인 느낌이 든다.
예의에 어긋나거나, 마음에도 없는 말을 많이 했다.
지식의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어실력, 긴장의 문제였다.

다만, 나의 그게 나의 솔직한 모습이었다.
질의응답시간에 한 실수 조차도, 사실은 나의 일부이니까.
결국 내 역량이 그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
이걸로 기회가 날아가면 무척 슬프긴 하겠지만,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으로선 갚을 방법이 없다.
이 결과를 통해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가능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바란다고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당연히 내 능력에 달린 거니까.
겸허하게 기다려보려고 한다.

30일(목요일)에는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아마 이번주 내로는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아마존에서 주문한 노이즈캔슬링 이어폰 WI-1000X. 쓰다가 벗었을 때, 신칸센이 그렇게 시끄러운지 처음 알았다.

비가 오다 말다 해서 바닥이 촉촉. 촉촉한 바닥에 비치는 빛이 참 예뻤다.

역에서 300보 요코초. 식당이 많이 있었는데, 들어가진 못했고, 근처 벤치에서 샌드위치 먹었다.

오후에는 스타벅스. 준비했다.

이튿날 면접 당일 아침. 같은 스타벅스에 들렀다.

큐슈대 빅 오랜지(?) 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찍은 사진. 캠퍼스가 외지고, 각 건물 앞에서 서는 게, 딱 서울대 생각이 나더라.

자전거가 많았다. 근처에 사람 살 곳이 안보이던데, 대체 어디에서들 오는 걸까?

캠퍼스가 정말 좋았다. 다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훨씬 더 좋아질 듯.

학내에 테이크아웃 코너가 따로 있었다. 좀 특이?

이때 처음으로, 면접이라는 걸 실감했다. 그리고 엄청 긴장했다. 원래 그렇게 긴장하는 편이 아닌데, 면접은 달랐다...

귀경길. 히로시마 야구장.

교토에 도착해서 초밥을 좀 먹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2019.5.30)

다른 대학에 등기우편 보낼 일 있어서 우체국에 다녀왔다.

아무 생각 없이, "이것 보내러 왔습니다"고 하니,
우체국 직원 분이 "래터팩이 싸요, 추적도 되요^^"하시길래 냉큼 전용봉투를 받아서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문득 서류를 받을 대학에서 "간이서류"로 보내라고 명시해놨던 것이 떠올랐다.
무슨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그걸로 보내라고 한 게 아닐 것 같았다.

다시 창구에 돌아가서 "아 죄송합니다. 실은 그쪽에서 간이서류로 보내라고 했었어요..."하니,
우체국 직원이 깜짝 놀라더라.
나도 깜짝 놀랐다.
"간이서류하고 래터팩이 그렇게 달라요?"했더니 많이 다르단다.


그런데 대체 간이서류가 뭐길래??
우체국 직원 분께 여쭈어보니, 친절하게 잘 대답해주셨다.
우리나라처럼 간단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서류를 보내는 데에도 종류가 여러가지 였고, 각각 서비스가 다른 모양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등기우편이라고 하면, 登記郵便 (registered mail),
즉 등록과 기록(?)을 충실히 하여 추적할 수 있게 된 우편을 의미 한다.
아마 추적이 불가능한 일반우편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당연히 추적이 되고, 익일이면 도착하며, 저렴하고, 무엇보다 종류가 단순하다.

그런데!
이러한 추적이 가능한 등기우편을 기준으로 이곳에는,
일반서류(一般書留),
간이서류(簡易書留),
래터팩(レターパック; 레터팩)
세 가지나 있었다...
(현금을 보낼 수 있는 "현금서류"도 있는데, 이건 일반적인 등기우편과는 조금 거리가 있으므로 제외)


일반과 간이는 우리나라의 등기우편의 고급, 일반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일반이 간이보다 좀 더 세세하게 추적이되고,
일반, 간이 모두 상대방 집적수령을 책임진다고 했다.
찾아보니 간이서류도 어느 우체국에 있는지 정도는 확실하게 보여주는데,
이것보다 세세하면 대체 어느정도 세세한건지 궁금해졌다...
한 편, 래터팩은 우체국 측에서 미리 준비한 규격봉투에 들어가기만 하면 가격이 일괄 510엔인 제도였다. 
(그 규격봉투가 "래터팩"이었다...)

가격으로는, 
일반>간이>래터팩인데, 일반은 모르겠고, 간이, 래터팩 사이만 해도 2배 정도 차이가 났다.

도착 시간은,
일반, 간이는 비슷해서 익일 정도면 도착하고, 익일 오전 옵션을 넣을 수 있었다.
다만, 래터팩은 일반우편에 가까워서, 2-3일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것 같았다.

일본 우체국 공부 끝.
그러고보니 결국 우체국 직원이 왜 이렇게 놀랐는 진 모르겠다.
간이서류와 래터팩이 많이 다른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아직도 이 나라엔 알 수 없는 문화가 참 많다.

내가 쓴 받을 사람, 보낸 사람 주소를 촬영해서 그대로 영수증에 인쇄해준다. 굳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지?

(2019.5.6)

https://www.paypay-corp.co.jp/



어제 한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페이페이(PayPay; 이하, 페이페이)"라는 전자화폐를 써서 결제를 하면,
금액의 20%를 다시 그 전자화페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40 분의 1 확률로 전액을 돌려준단다.
약 500엔이 드는 야후 프리미엄 회원에 가입하면 확률이 20 분의 1로 껑충 뛰고,
소프트뱅크 부가서비스에 가입하면 확률이 10분의 1까지 뛴다.

이 놀라운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 페이페이, 소프트뱅크와 야후가 지분을 반씩 갖고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모든 것의 주인은 바로 손정의 씨다.
손정의 씨...이분 아니면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도입할 수 있겠는가.
정말 대단한 분이다...


이게 끝내주는 점은,
페이페이를 쓸 수 있는 곳이 체인점에서 개인 점포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고,
특히 그 안에는 빅카메라, 코지마, 소프맙 같은 전자제품양판점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 양판점에는 드럭스토어, 자전거 가게 등 없는 게 없으므로 사실상 못사는 물건은 없다.


오늘 (6일) 아침, 바로 달려가 아이패드 프로 두 대를 구입하였다.
한 대는 내 것, 또 한 대는 고등학교 친구의 것이다.
요것까지는 전액은 당첨이 안되고, 20%만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가팅 구입한 펜슬 2개 중 하나가 전액에 당첨되었다. 흐흐...


그 외에도 나는 에어팟과 케이스를 구매하였다.

친구는 일본에 있는 사이에 페이페이 전자화폐를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사진 못하였고,
나는 이곳에 있으면 언젠가는 다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필요한 걸 다 사기로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쓴 금액은 이렇게 되었다.
아이패드 97,973엔 (중 20,364엔 환원);
애플 펜슬 15,638엔 (중 9,852엔  환원; 당첨금액을 친구와 반으로 나눔):
합계 113,575엔 (중 30,216엔 환원), 그래서 총 83,359엔을 소비한 것과 같다.


한 편, 조금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일본에 전자화폐가 상당히 유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돈을 넣은 전자화폐만 해도 그 수가 상당하다.
스이카(스마트폰 내장), 스이카(카드), 이코카, 라인 페이, 구글 페이, "교내 페이", 가이카, 그리고 페이페이까지 4가지 정도가 된다.
스이카와 구글 페이는 엮어져 있는 것이고 지불의 편리함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니 일단 제외,
스이카와 이코카에는 일정 금액이 들어가 있으나 지금 바로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일단 제외,
"교내 페이"는 잔액이 0원이니 제외하고 생각해보았다.
가이카는 지금 주로 쓰고 있는 은행에서 반강제로 가입시켜놓은 것. 만 엔 정도가 들어있다. 이건 당분간 건들 수 없다.

그러면, 라인 페이와 페이페이가 남는다.

당분간은 이중 페이페이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Kyash라는 VISA카드에서 만든 가상 신용카드 서비스가 있는데, 2%를 환원해준다.
이걸 페이페이에 연결시키면 페이페이 20% 환원+Kyash 2% 환원해서 기본 22%환원이다.
게다가 위에 언급하였듯이 일정 확률로 페이페이는 100%환원이 된다.
다만, Kyash는 하루 3만엔 상한액이 있다.
(사실, 이 상한액 때문에 아이패드를 구매할 때 잘 활용하지 못하였다)
일상적으로 먹고 입는 것에 소비하면 될 것 같다.


또 하나 페이페이의 흥미로운 점은, 100%환원이 되더라도, 나머지 포인트는 그대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Kyash의 2% 뿐만 아니라 빅카메라의 10% 포인트 적립 등은 그대로 활용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물건을 사는데 무려 돈을 버는 것이다...
이는 빅카메라 등에서 받을 수 있는 포인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벤트 기간은 둘 중 하나를 기준으로 종료된다고 한다.
1. 구매액 100억 엔 달성시; 2. 2019년 3월 31일.
바보가 아닌 이상 자동차 판매점이나 부동산에 가맹을 주지는 않았을테니,
일반 시민들이 소소하게 구매하는 것들만 따진다면 100억 엔이면 액수로서는 거의 무제한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엄청난 이벤트에는 아쉽게도 가입조건이 있다.
일본 국내 휴대전화 인증이 필요하다.
면세까지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단기 체류 외국인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2018. 12. 6)


12월 14일 오전에 편의점에서 커피를 하나 사마셨는데, 포인트가 돌아오지 않더라.
아마도 종료된 모양이다.
3일부터였으니까, 12일 만에 100억원이 쓰인 셈이 된다. 우와.


(2018.12.16 가필)

첫인상


구입처는 일본 애플 공식쇼핑몰.
받는데 2~3주 정도 걸린 듯하다.


간단한 워드 작업, 논문 읽기 용도로 구매했다.
본체 만듦새가 상당히 괜찮다.
가장 기대했던 휴대성이 좋다. 생각했던대로 무게도 가볍고 크기도 적당하다.
미리 준비한 슬리브에 노트 한 권과 아이패드를 넣어 갖고 다니기에 딱 알맞다.


걱정했던 워드 성능은 생각보다 좋다.
원드라이브 동기화가 잘되서 편리했다.
64g와 256g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어차피 클라우드 위주로 쓸거면 신경안써도 될 듯하다.
그래도 왠지 불안해서 256g 가야할 듯하다.
왜 128g가 없는지 모르겠다...딱 좋을 거 같은데.


펜 성능이 끝내준다.
애플 스토어에서 잠깐 잠깐 써봤던 것 이상으로 훌륭하다.
정말 종이에 쓰는 거와 비슷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특유의 손맛이 있다. 이게 참 괜찮다.
적당한 무게, 잡기 좋은 모양. 쓰기 편한 길이 등, 펜의 만듦새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펜 충전 방식이 마음에 든다.


스페이스그레이와 실버 중에 고민을 많이했는데, 개인적으로 실버가 더 나은 것 같다.
애초에 색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카툭튀인지라 케이스가 필수인데, 뒷면을 내가 직접 볼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단점이 있다면,
키보드 폴리오가 생각보다 무거워서 케이스를 장착한 채로 타블렛으로 쓰기가 힘들다.
12.9인치를 고르지 않은 이유도 이것이었다.
사용기를 보면 이걸 추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던데 어떻게 갖고 다니는거지?
아마 차를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아닐까?

키보드가 없는 케이스로 바꾸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갖고 다닐 예정이다.


이어폰 단자가 없는 건 아직까지는 실망스럽다.
무선이어폰을 구매해볼 예정이지만, 둘 다 사용가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애플은 나중엔 스피커 구멍조차 없애고 석판처럼 만들 생각인 것 같다...


멘델레이 싱크기능이 지원이 안된다.
이건 이유를 잘 모르겠다.
틈틈이 논문을 읽으려고 산 거였는데, 논문은 하나도 안들어가있다...


그 밖에는 본체가 휘는 게 걱정된다.

동영상(링크)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무슨 엿가락 마냥 뚝하고 접어질 줄이야...

혹시 모르니, 휴대시에는 플라스틱 보드를 뒤에 덧대서 갖고 다니려고 한다.

(2018. 12. 5)


일주일 사용기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점이 적지 않다.
먼저, 스피커.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서, 방에 음악을 틀어놓곤 한다.
그리고 배터리. 원래 많이 쓰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건 뭐, 며칠은 쓰는 것 같다.
남은 배터리가 붉은 색으로 바뀌어도 별로 걱정하지 않을 정도이다.
배터리 용량이 많은만큼 충전 또한 오래 걸리지만, 잠자는 시간 등 아예 쓸 수 없는 시간에 하면 되므로 문제가 없었다.
다만 실망한 점도 꽤 있었다.


키보드 폴리오와 합친 무게는 아직도 의문이다.
12.9를 추천했던 리뷰어들은 어떤 조건에서 사용하고 있는걸까?
그래서 적당한 블루투스 키보드를 구매하였으나, 이건 또 이것대로 문제였다.
키보드는 상당히 괜찮은 것이었다. 기기 3개까지 멀티페어링도 되고, 휴대하기도 편하다.
윈도우와 안드로이드에서는 완벽하게 작동하는 걸 확인했는데...


다만, 아이패드에서 문제다.
그때그때 접속을 다시 해주어야 하고, 가상키보드가 자동으로 없어지지 않으며, 필수적인 단축키가 잘 안먹힌다.
이중 단축키가 정말 큰데, 커맨드+탭이나, 커맨드+홈, 그리고 두 언어간 전환(Capslock) 등이 안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안그래도 마우스가 없는데, 이것들이 먹히지 않고서는 키보드 사용이 매우 번거롭다.
정말 좋은 키보드라고 생각했는데, 좀 아쉽다...


워드는 생각보다 괜찮다. 그러나 여러 문서를 한 번에 띄울 수 없는 게 문제다.
모두가 불편하다고, 한계가 있다고 했던 멀티태스킹 자체에는 불만이 없다.
다만, 같은 앱을 두 개 이상 띄우는 건 안되는 듯하다.
워드로 되어 있는 문서를 두 개 이상 띄울 일이 적지 않은데, 요건 좀 문제였다.
어차피 생각정리용으로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긴 한데...


마지막으로 항상 인터넷 접속을 필요로 한다.
원드라이브와 더불어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 좋지만,
그것을 쓸 수 없는 환경에서는, 즉 인터넷이 안되는 환경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아이패드 안에 문서를 집어 넣을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용량의 한계나, 그것을 일일히 넣어줘야 한다는 점에 있어 전부다 넣을 수도 없고,
한 문서를 여러 군데 분산시키는 문제가 있어서 그러진 않고 있다.
오히려 전부다 넣고, 원드라이브 동기화를 먹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도 못한다.


(2018. 12. 14 가필 및 수정)


풋살 모임에 다녀왔다.

지칠 정도로 힘든 운동을 하고 싶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과 할 수 있는 운동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인 유학생 축구 모임에 참가하기로 했다.
실은 저번에도 갈 순 있었는데 숙취 때문에 가지 못하였다.


출발하려는데 자전거 뒷바퀴 바람이 빠져있었다.
가까스로 역 근처에 있는 저전거포에서 바람을 넣고 출발을하는데,
한 5분을 가지 못한 거 같다.
다시 그 자전거포에 돌아가 수리를 맡기고, 렌터사이클을 받아 다시 출발.


가는데만도 자전거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10시 시작이었는데, 한 시간 정도 늦었다.
도착한 곳은 MK택시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뮤즈먼트 시설이었다.
시설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놀랐다.
볼링장, 탁구장, 오락실 등이 있었는데,
특히 오락실의 게임들이 거의 다 최신인 점이 놀라웠다.
1층에는 뷔페 식당도 있었는데 꽤 괜찮아보였다.


풋살장은 4층 PARQUE라는 곳에 있었다.
준비해온 렌즈를 끼우느라 시간이 좀 더 걸렸다.
오랜만이라서 잘 들어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다른 쪽 눈을 감았었던 모양이다.
렌즈를 끼울 때엔 두 눈을 모두 뜨고 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꽤 있었다.
3팀 정도가 만들어지는 것 같았고,
한국인 외에도 다른 국적 사람들이 소수 있었다.


룰은 간단했다.
기본적으로 축구와 같았다.
한 팀에 5명. 경기시간은 10분.
돌아가면서 골키퍼를 맡는데 두 팀 중 어느쪽이든 골을 넣으면 교체.
즉 상대편이던 우리편이던 골이 나오면 키퍼가 교체된다.
천장에는 그물이 걸려있는데, 그곳에 공이 닿으면 아웃.


풋살이기 때문에 경기장은 크지 않았다.

힘들지 않다면 힘들지 않은데 절대 그렇지 않았다.
한 경기에 10분이라는 게 밑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에 지치고 싶어서 참가해봤다고 하였는데,
그 목적만큼은 정말 제대로 달성한 느낌이었다.


뛰면서 내 자리를 찾는 게 힘들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생각을 잘 하지 못했던 것도 있고,
그냥 축구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도 하였다.
공격 타이밍에 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많았고,
수비 타이밍에 어느새 상대편 선수 뒤에 있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 컨트롤도 문제였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못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 였고,
개인기가 없으니 돌파가 힘들었다.
나를 맡고 들어간 자살골도 두 골이나 있었다.

기술과 체력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참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였다.
수영과 런닝으로 다져진 기초체력과,
신장과 힘, 그리고 끈기?

다음에 한 번 더 참가해보고자 한다.
모임 안에서나 경기 안에서나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력이 늘어나면 재미 있을 것 같다.


축구가 끝나고 향한 곳은 LOBUTA였다.
12월 1일 오늘부터 점심영업을 시작한 곳이었다.
유학생 출신인 분이 경영하는 곳인데, 축구멤버들과도 꽤 친분이 있는 것 같았다.

요리 종류는 불고기 백반과 순두부 찌개 백반.
순두부 찌개 백반의 종류가 다양해서, 해물, 돼지고기, 돼지고기치즈 등이 있었다.
돼지고기치즈가 신선하긴 했지만 그렇게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고, 돼지고기를 택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해물이 더 나았을 뻔하긴 했지만.


한국에서 먹었다면 평범했을 맛인데 먹는 순간에는 정말 맛있게 느껴졌다.
매운 한국 요리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운동에 지쳐서 그런 것이리라.
김치도 어찌보면 평범한 맛인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가격은 850엔인데 일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거 같고,
오늘은 100엔 할인까지 해주셨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맡겼던 자전거를 찾아왔다.
5300엔을 받아 가더라, 와...


자전거포에서 빌려준 자전거. 얘를 타고 다니느라 더 힘들었던 것 같다.

4층 PARQUE에 있는 오락실. 넓직넓직하고 시설이 정말 좋다. 이런 외진 곳에 이런 시설이...

UFO 머신도 시내에 비하면 귀여운 애들이 적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수준은 아니었다.

작은 도라에몽 인형들. 갖가지 도구를 갖고 있는 컨셉이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이런 버전은 처음 봤다.

풋살장. 깔끔했다. 인조잔디에 쓸린 곳이 아직도 아프다.

마지막으로 먹은 밥.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반찬도 괜찮았고. 다만, 돼지고기와 순두부 찌개가 그렇게 어울린다고는 못할 것 같았고 밥에 조금 더 수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18. 12. 1)

오후 3시 쯤 갑자기 한국 쪽 신용카드사에서 메일이 왔다.
해외거래를 정지하겠다는 것이다.
내용은 이러 했다.


안녕하십니까! 〇〇카드()입니다.
저희 〇〇카드를 이용해 주시는 고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객님의 〇〇카드 해외 승인 내역 中, 부정사용으로 우려되는 거래가 있어,
당사에 등록된 유선전화로 연락을 드렸으나, 연결이 되지 않아 사고 예방을 위해
해외거래에 한하여 일시 정지 조치 하였습니다.

[일시정지 관련 회원약관]
 
7 1 6
  -
카드에 의한 거래가 부정사용 또는 비정상거래로 판단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처음에 몇몇 거래는 승인이 되었으나,
그 다음부터는 뭔가 의심쩍게 생각한 카드사에서 거래를 정지하였다는 것이었다.
이메일에는 거래 시도 내역이 담겨 있었는데,
처음에는 액수가 적더니 나중에는 수백 달러 이상이 되어 있었다.
일단 피해를 최소화 한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먼저 든 생각은, '이거 사기 아냐?'였다.

정보가 누출될만한 곳에서 한국 카드를 쓴 적이 없고,
저번에 한 번 KLOOK(클룩)이라는 여행업체에서 정보가 누출되었다고 하여,
카드를 재발급 받은 후였다. 보안에는 약간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메일 주소에 속임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나에게서 무언가 뜯어낼만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지 않았다.


다음에 든 생각은, '만약에 사실이라면 어디서 누출된걸까?'였다.

먼저 의심이 간 건 내 앞에 있는 중국산 노트북이다.
소름이 확 돋았다.
그렇다고 한다면 거의 모든 정보가 누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것은 오해이거나 혹은 그들이 아직 내 정보를 악용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길로 집에 돌아와 한국 폰을 확인하니,
마침 전화가 걸려왔다.
"카카오톡 메시지 또한 보냈었다"고 하시길래,
"그럼 카톡으로 전화를 드려도 되느냐"고 여쭈어보자, 그렇다고 하셨다.
그래서 냉큼 끊고, 공유기를 켰다.
로밍 전화는 받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요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와이파이를 연결시키고 다시 확인해보니,
전화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몇 개씩이나 와있었다.
카톡으로 다시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원인은 KLOOK(클룩)이라고 하셨다.
이때 깨달았다.

예전에 KLOOK에서 결제한 카드가 한국 쪽 카드였다는 것을.
그때 재발급 받은 카드는 일본 쪽 카드였던 것이다.
KLOOK 홈페이지에는 결제에 쓰인 카드나 내역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일본 쪽 카드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직원 분은 덧붙여서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하셨다.
체크카드이기 때문에 승인과 동시에 돈이 빠져나갔지만,
"이의 제기 신청"을 통해 어느 정도 돌려받을 수 있고, 30일 정도 걸린다고 하셨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았지만,

이 시점에서 어느 정도 마음을 쓸어내렸다.
일단 통장에 있는 대부분의 돈이 빠져나갔지만,
처음부터 많은 돈이 들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해외에 있음에도 이렇게 국내 은행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음에,
약간은 감동을 받았다.
거래를 정지하여 준 것과 전화, 메일, 카톡까지.
일본이었으면 같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었을까?
특히 카톡은 아니었을 것 같다.



이런 카톡이 와있었다. 이 밑으로 대화가 이어진다.


잘 보면 엄청 평범한 곳들에서, 엄청나게 빠른 시간 내로 결제한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결제한 다음에는 그걸 어떻게 하는거지? 저렇게 물건을 마구잡이로 결제한 다음에 장물로 어딘가에 팔아넘기는 걸까? 가장 밑에 두 건을 포함하여, 총 세 건이 인출되었다.


통장에 돈이 많았으면 난리 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여러 번도 시도하였다. 담당자 분께서 보내주신 것은 사실 일부에 불과하였을 것이다.


(2018. 11. 22)

포스터
지휘자 소개 (일본어, 한국어)

날씨가 참 좋았다. 강변에 놀고 계신 분들이 참 많았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정겨운 풍경. 언젠가 교토를 뒤로하게 되더라도,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지구 온난화 탓인지 가을이 짧아진 탓에 벌써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버스 정거징 위에 붉은 잎이 조금 남아있었다.

교토 콘서트 홀. 난 늦었다고 생각해서 허겁지겁 서둘렀는데, 주변 사람들은 매우 여유가 있었다. 이때부터 조금씩 '어, 어째 늦지 않은 거 같다?'는 느낌이 왔다.


세번째 교토시향콘서트 감상.

2시 시작이었다.
나도 늦은데다가 버스도 늦었지만 다행히 시작 13분 전에 잘 도착해서 찾아갔다.
그런데 반전. 시작 시간은 정각이 아니라 30분이었던 것.
그러고보니 나 자신이 미덥지 못해서 일정을 30분 일찍 설정해놓았던게 생각났다.
나원참...

빨리 도착해서 여유롭게 기다렸다.

그런데...와!! 이런 공연은 처음이었다.
음반이 아니라, 영상으로 갖고 있고 싶을 정도였다.
지휘자 할아버지의 쇼맨십이 엄청났다.

'이런 지휘도 있구나'

단상에서 무슨 브레이크댄스를 추는줄 알았다.
음악을 지휘하는 게 아니라, 그에게서 음악이 나오는 것만 같았다.
손바닥을 내밀며, '멈춰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네 차례다'
엄지를 치켜세우며, '잘하고 있다'를 이렇게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건 처음 보는 거 같다.
이따금씩 관객석을 돌아보지 않나.
돌아보고선, 새인지 나비인지 날아다니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고.

평소에는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써서,
공연장이나 연주자 한 명 한 명을 관찰하고는 했었는데,
오늘은 그럴 여유가 없을 정도였다.
정말 너무 흥미로웠다.

그러고보니 곡들도 매우 활발하고, 음색이 풍부한 것들 뿐이었는데,
지휘자의 매력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곡은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선정하는 거지?)

이번 콘서트를 계기로 예전에 다녀온 것돌도 어딘가에 정리 해놓아야겠다.


마지막으로 여담

공연이 끝나고는 요도바시카메라에 들려서 노트와 펜을 살 계획이다.
인터넷에서 약간 주문을 했는데, 택배시간이 절묘하게 맞지 않아서 이전건 다음주에나 받게될것 같다.
샤프가 없는 3색, 최대한 얇은 펜도 같이 사려고 한다.
휴대용 노트에는 펜이 잘 맞는다.
샤프는 심이 부러지거나, 번지고 묻어날 수가 있으니까.

그리고 가능하면 얇은 노트에 어울리는 포스트잇도.
이글은 사실 스마트폰으로 작성된 건데, 작성하는 내내 생각은 역시 손으로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가상키보드는 오타도 많이나고 생각의 속도를 잘 따라오지 못한다.
그리고 오타가 날까봐, 키보드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결국 답답해서 못쓰겠다.
역시 노트가 최고다.

(2018. 11. 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