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이, 이걸로 지옥과 같았던 교토의 여름도 끝난 것 같다. 여름도 갔겠다, 올여름을 잘 버틸 수 있도록 도와 준 음식들을 정리해볼까 한다.
아래에 쓰는 내용은 개인적인 맛집 정리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양이 적지 않다보니 <학교 주변>과 <시내>로 나눌 건데, 이번에는 <학교 주변>이다.
학교 근처에서 가장 많이 먹은 건 역시 학식이었다.
학식은 카페테리아 방식인데, 평소에는 5~600엔 정도 나왔던 거 같은데, 요건 943엔. 이 날은 배고파서 이것저것 많이 집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어디 멀리 못갈 때, 자주 갔었다.
그 다음으로 많이 갔던 건 편의점이었던 것 같다. 한국도 많이 괜찮지만, 일본도 편의점 퀄리티가 정말 괜찮은 것 같다.
세븐일레븐 치킨가스 샌드위치, 샐러드 치킨 롤. 가격은 각각 289엔, 298엔. 양에 비해서 가격이 꽤 하는 편이지만, 정말정말 잘 먹었다. 연구실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어서 더운데 어디 멀리 안가고도, 간단한 점심으로 제격이었다.
패밀리마트 커피, 100엔. 학교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지만, 얼마나 더운지 뭘 마시지 않고는 갈 수가 없었다. 덕분에 죽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었다. 덤으로 아침에는 커피 마시는 버릇이 생겼다.
자주 찾아간 학교 맞은 편 프랑스 회관.
항상 먹는 런치. 요리는 자주 바뀌는 듯 한데, 매일 연속으로 가본적은 없어서 자세히 모르겠다. 맛은 대개 상당히 괜찮은 거 같다. 그렇지만 쿠스쿠스가 나오는 런치는 조금 추천하지 않는다. 가격은 900엔. 차와 디저트를 추가할 수 있다.
입구에 프랑스 분들(?)이 서계셨는데, 교과서의 한 장면인 거 같아서 찍어보았다. 진짜 교과서 표지도 이렇게 만들어지는 걸꺼야.
요기는 <미카엔 (味香園)>. 오랜만에 가보니 주인이 바뀌어 있었다. 주인이 바뀌면 맛이 별로 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많이 좋아져 있었다. 사진에 나온 건 내가 좋아하는 '스부타'이다. 탕수육과 비슷해서 중화요리점에서 항상 부탁한다. 일본엔 아쉽게도 탕수육이 없다. 게다가 무조건 부먹이다. 스부타 세트, 가격은 1000엔 정도.
탕수육은 없지만, 스부타도 나름대로 맛있다. 그리고 간장에 찍어먹음 더 맛있어진다!
잘 가는 집으로 빼놓을 수 없는 맥도날드. 저 감자와 케찹 맛이 땡길 때가 있다. 전용 앱에서 항상 쿠폰도 주니까 괜시리 기분도 더 좋아진다. 이건 뭐였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두툼한 베이컨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라멘집 <락락락 (楽楽楽)>. 한국의 국밥 맛과 일본의 라멘 맛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거 같은 느낌이다. 보통 저렇게 먹다가, 나중에 아카미소 (매운 된장)를 풀어 먹는데 국밥에 다대기 양념을 풀어먹는 느낌과 비슷하다. 정말 자주 가는 라멘집. 가격도 마음에 든다. 650엔.
<사이제리야>. 사이제리야인지, 사이제리아인지 항상 헛갈린다. 저렇게 먹고 가격은 한 6~700엔 정도 한 거 같다. 가장 맛있는 건 저 고기도, 샐러드도 아닌, 저 빵이다. 노릇노릇 적당히 잘 구워져 있는 것이, 올리브 유에 찍어 먹음 정말 담백하고 맛있다.
이건 사이제리야에서 컵이 만드는 그림자가 예뻐서 그냥 찍은 사진.
<오쿠다>. 미소카츠집이다. 생각해보니 미소카츠는 신기하다. 돈가스에 된장 소스를 얹었을 뿐인데, 무려 다른 이름이 있다. 나름 유명한 집이라고 가봤는데, 정말 그럴만 했다. 돈가스와 된장 소스가 이렇게 잘 맞을 줄이야.
카라후네야, 카츠오므라이스. 카라후네야는 정말 완벽한 곳이다. 요리도 맛있고, 커피가 참 맛있다. 오래 있어도눈치가 안보이고, 심지어 거의 모든 자리에서 충전도 가능하다. 세트로 시키면 가성비가 좋아서 완전히 싸진 않지만, 괜찮은 정도이다. 정말 대단한 곳이야.
이상. 이번 여름도 정말 잘 먹었구나... 요즘 살쪘다고 느끼는데,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요즘 계절학기 수업 때문에 우리 대학 우지 캠퍼스에 다니고 있다. 셔틀버스로는 한 시간 걸리고, 전철로 가도 삼사십 분은 잡아야 할 정도로 떨어져 있는,
주변 환경도 오지와 같아서 편의점도 학내에 있는 세븐일레븐 하나 밖에 없고, 식당이라곤 2-3군데 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 곳이다.
이건 뭐, 우지 캠퍼스가 아니라 오지 캠퍼스로 이름을 바꿔야 할 판이다...
일부러 이만큼만 넣은 게 아니다. 정말 이정도만 넣어도 캠퍼스 근처에 있는 모든 상업시설이 포함될 정도다!
수업 첫 날에 그 중 하나인 <오바쿠 식당>에 들어가려고 했었지만 만원이라 들어갈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옆에 있는 곳을 선택하였다. 그런데 그곳이 한줄기 빛과 같은 곳이었을 줄이야...
그곳은 <차임(チャイム)>라는 카페 겸 식당이었다!!
가게의 아름다운 자태. 지붕에는 서까래를 넣은 듯한 형태를 취하여 동양적인 느낌을 내면서도, 건물 정면에는 붉은 벽돌을 사용하여 서양적인 분위기 마저 풍긴다. <차임>이라는 이름은 아마 차임벨이란 뜻이겠지? 그런고로 문을 열면 맑은 종소리가 날 것만 같지만, 별다른 소리가 나진 않았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와 이 센스하며...정말 고풍스러운 느낌이다. 그리고 저 일하시는 아주머니도 굉장히 친절하셨다.
요리는 사실 한 가지 밖에 먹어보지 않았는데, 그것은 바로 마늘과 파 소스로 맛을 낸 치킨가스였다.
너무 맛있어서 3일 있는 수업 중에 이틀을 가서 먹었다.
가격은 810엔.
첫째날 먹은 치킨가스. 이 날은 그정도로 맛있을 거란 생각을 못하고 밥을 조금만 달라고 하였다...
둘째날 먹은 치킨가스. 밑반찬이 톳조림에서 가지조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먹으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이 맛은 흡사... 호식이 두마리 치킨 간장맛과 비슷한 거 같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렇게 입맛에 맞았던 걸까?
아직 수업이 하루 남았는데, 별 일 없으면 한번 더 갈 거 같다... 내가 자주 포스트를 남기는 편은 아니지만, 이곳은 잊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남겨두고 싶었다.
그정도로 정말 개꾸르맛...
(2018.9.7 추가) 그리고 결국 수업 3일 중 3일째 마지막 날도...
반찬이 조금 바뀌어 있다. 고구마줄기 같은 것에 후(麩)가 곁들여져 있었다. 일본에서도 고구마 주기를 먹나?! 하여튼 꾸르맛...
작년부터 도전하고 있는 일본어 작문 경연대회가 있다. 정식 명칭은 '일본어 작문 콩쿨'. 1993년부터 열린 것으로 꽤 역사가 있다. 처음에는 주로 중국 대학에서 일본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모양인데, 요즘에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대회를 주최하는 국제교류연구소는 이름은 거창하지만, 홈페이지를 보니 각각 기자와 공무원 출신인 한 부부가 은퇴후 운영하는 작은 단체인 듯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대회 규모는 절대 무시 못할 정도이다.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는 곳만 하여도, 일본국제교육지원협회, 국제교류기금, 외무성, 문부과학성, 아사히신문사 등, 일본에 있으면서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이름의 단체들이고, 수상자도 수십여 명에 이른다. 이번 대회를 기준으로,
1등상 - 일본 국내에 거주하는 자에게는 30만엔,
일본 국외에 거주하는 자에게는 8일간 일본 여행 각 1명씩
2등상 - 학습장려금 3만엔 10명
3등상 - 학습장려금 1만엔 50명
예전엔 조금 더 규모가 컸고, 무려 입상까지 하였다. 내용은 대강 다음과 같다. 관심있는 분은 더보기!
대부분의 일본의 기업들은 보통 학부과정 중인 대학생들에게 내정을 내주고,
내정을 받은 대학생들은 졸업 후 해당 기업에서 일을 시작한다. 따라서 일본의 대학생들은 보통 3학년 때 취업활동을 시작하며, 4학년 때 내정을 받게 된다.
이러한 채용 제도를 '신졸(新卒)'이라고 하며, 이런 방식으로 취업한 대학생들을 '신졸자'라고 한다.
이러한 '신졸자(新卒者)'가 되지 못한 대학생들은 졸업을 유예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데, 특히 졸업을 유예한 사람에게 있어 많은 불이익이 기다리고 있다고 일컬어 진다.
(사실, 그냥 졸업을 해버린 학생들은...먹고 살기 힘들다고 일컬어질 뿐 잘 알려지지 않아서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한 '신졸'로는 학생들이 대학생활 내에서 다양하고 개성적인 경험을 쌓는 데에 무리가 있다. 특히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취업상의 불이익 때문에 유학을 꺼리고 있다는 앙케이트 조사 결과가 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기업들은 국제적인 안목이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되냐? '신졸(新卒; 새로울 신)'을 재고해야 한다. 학생들을 믿어주는 '신졸(信卒; 믿을 신)'로 바뀌어야 한다.
...는 조금 어처구니 없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어제 마침 이와 비슷한 내용이 일본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경련의 모델 뻘 되는 경단련(経団連)이라는 단체에서, '신졸'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링크; 일본어).
하여튼 다시 대회 이야기로 넘어가서,
저번 대회보다 상금 규모가 약간 줄어들긴 한거 같지만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닌 것 같다.
이 경연대회의 가장 좋은 점은 주제가 간단하고 그렇게 많은 분량을 요구하지 않는단 것이다. 이번 주제는 '일본 혹은 일본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비판, 의문, 주문, 기대)'이고, 분량은 500자에서 1000자이다.
혹시 관심있는 분들은 도전해보시길! 마감은 10월 1일이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주제: '일본 혹은 일본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비판, 의문, 주문, 기대)'
한참 바빠서 블로그에 신경을 못썼더니, 그 사이에 블로그가 휴면 상태가 되어있었다. 딱히 의무적으로 글을 쓰는 곳은 아니지만, 즐기기 위한 글쓰기를 한 지도 참 됐구나 싶어서 괜히 아쉽다.
최근 3개월 동안 뭐가 뭔지 모르게 지나갔다.
5월, 교토은행 기숙사 좌절: 입사 예정이었던, 교토은행 기숙사 건은 결국 좌절 되었다 (링크). 기숙사의 조건 자체는 나쁘지 않다. 기숙사에 살며 방세를 내야하는 대신에, 행원 분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는데, 이 수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수입이 문제였다. 이 수입이 적지 않기 때문에, 현재 받고 있는 장학금이나 앞으로 응모해야하는 장학금에 있어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 살 방과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장점이었으나, 아무래도 시간적인 자유와 장학금에 비할 바는 못되었다. 어쩔 수 없이 양해를 구하고 입사를 취소하였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신 교토은행 직원 분들에게 정말 감사 드린다.
6월, 논문 투고: 이전에 한국 학회 쪽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논문을 투고한 적은 있었지만, 내 연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다. 이번 논문 투고는 처음으로 내 연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녀석으로, 그런 의미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1달 정도 체크리스트 점검 과정을 거쳐, 이번 달 초(7월)에서야 드디어 리뷰어 들에게 전달되었다고 한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7월, 논문 투고 준비중: 다른 박사과정생들보다 진도가 많이 늦어서, 바로 또 다른 논문을 준비중이다. 저번 것을 내고 한 달만에 써서 내는 건 당연히 아니고, 6월에 낸 논문의 준비과정이 7월에 낼 것의 기초 내용이란 생각이 들어서, 겸사겸사 병행해서 준비해온 것이다. 6월 것 까지는 일단 잘 됐고, 이제 7월 것만 남았다. 마감이 며칠 안남아서 분발중이다.
이곳 날씨가 매우 덥다. 한낮에는 37도 정도까지 올라가는데, 체감온도는 그 이상을 웃돈다. 그럼에도 여름 휴가 시즌이라 그런지, 기온 마쓰리가 있어서 그런지, 놀러 온 사람들이 참 많다... 나도 빨리 할 일 끝내고, 쉬면서 여기저기 좀 놀러다니고 그래야지.
이번에 학부시절 동기 형의 결혼식 참석차 대전에 다녀오게 되었는데, 인천이나 김포로 들어가는 것보다 대구로 들어가는 게 더 편하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구 국제 공항을 써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 공항...꽤 편리하다.
1. 시내에서 가깝고 교통편이 좋다. 공항이 주변에 아파트가 즐비한 곳에 위치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동대구역까지 버스로는 20여분, 택시로는 그 이하의 거리이다. 따라서 목적지가 고속철도로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생각보다 많이 편하다. 특히 대전 같은 곳은 40분이면 닿기 때문에 이번에 덕 좀 봤다. 공항에서 동대구역까지 20분, 동대구역에서 대전역까지 40분으로, 총 1시간 약간 넘게 걸렸다.
2. 의외로 항공편수가 많다. 오사카-대구 편의 가격도 저렴하고, 편수도 적지 않다. 티웨이 항공, 에어 부산 두 항공사가 취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
대구 공항 생각보다 꽤 편하다. 그렇지만 쓸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대전, 경상북도 일원을 다니지 않는 한 대구 공항을 활용하지는 못할 것 같기 때문. 국내 교통의 용이함 때문에 서울, 전라도는 인천이나 김포로 들어가는 게 더 편하고, 부산, 경상남도는 부산으로 들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끝.
마지막으로 공항 사진.
아담하지만, 깔끔하다.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공항 앞에 거대한 연이 있다. 줄감개 부분만...
에어 부산 체크인 창구. 항공편이 2시간 넘게 연기 되었다... 그러고보니 이런 경우 지상직 직원이나 스튜어디스 분들도 하릴 없이 기다려야 되는 건가?
국제선 출발과, 국내선 출발이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정말 자그마한 공항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심하게 붐비거나, 내부 시설이 불편하진 않았다. 비성수기라서 그런걸까?
출발 층 풍경이다. 우측 편에 보이는 dal.comm 카페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자꾸 "○○항공사 ○○편 탑승수속을 곧 시작합니다.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란 방송이 나와서 어색하게 느껴졌다. 다름 아니라 "앉아서 기다리라"는 부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