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월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기분전환겸 오랜만에 3월에 있었던 일에 대해 남겨보고자 한다.

3월에는,

9일 자가격리 끝, 

10일 오랜만에 출근, 

13일 이사, 

14일 중고차 계약 (이건 다른 포스트에서 다루었으므로 여기에선 생략; 링크), 

정도가 제일 큰 일이었지 싶다. 

 

3월에는, 4월 이후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했다. 바쁘게 여기저기 움직이다보니 3월은 정말 시간이 금방 간 거 같다.

 

3월 9일. 이미 이사는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가격리 끝나는 날 바로 전출신고부터 하러 갔다.
3월 10일. 오랜만에 출근했다. 내 요청대로 창가 격리된 자리로 자리가 바뀌어 있었다. 짐은 다른 직원 분들께서 옮겨주신 상태. 저 오른쪽 위 아이패드는 복귀하면서 연구비로 구매. 복귀하기로 하고 연구비를 한 번에 쓰느라 고민한 결과가 요 아이패드.
3월 10일. 오랜만에 출근했지만, 바로 이사갈 집을 보러 갔다. 집은 이미 대학 본부에서 지정해주어서 결정된 상태였고 방 구조를 보기 위해서. 방 분위기는 교토 자취방과 어딘지 닮았다. 다타미 방이면 다 거기서 거기라. 독신자용이 아니었던 탓에, 이런 방이 2개 더 있었다. 
3월 10일. 화장실과 욕실. 크기가 세상에. 이 부분만 방 하나 크기보다 컸다. 독신자용이 아니라서 그런지 커도 너무 컸다.
3월 10일. 바깥 풍경. 단지가 전체적으로 많이 낡았다. 그래도 단지내 조경이 참 잘되어 있고 위치도 좋은 편이어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저렴한 방세가 가장 만족스러웠다 (약 2만 4천엔).
3월 10일. 집 근처 닭꼬치 집에서 테이크아웃 해다가 혼술. 오랜만에 출근한 것도 기념하고 또 이사를 며칠 남겨두고 기분이 허해서. 지금까지 뭘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걸까. 아니, 열심히 산 건 맞았을까.
3월 11일. 그 동안 밀려있던 일을 처리하느라 바로 출장. 내 오른쪽 우회전 대기차선이 실선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반대편 차선도 실선이었다. 차가 없도 어두우면 구분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오랜만에 운전해서 도시 고속도로를 안타면 차가 심각하게 막힌다는 걸 잊고 있었다.   
3월 11일. 그렇게 1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다른 캠퍼스. 여긴 학생회관. 같은 대학 다른 캠퍼스일뿐인데 완전히 다른 학교 처럼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다른 대학 캠퍼스에 가면 무슨 여행 온 것 마냥 호기심으로 가득찬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어떻지?
3월 11일. 학생회관 안에 놓여져 있는 전화기. 이건 왜 놓은 걸까. 되긴 하는걸까? 받기 전용인데, 구형이라 누가 훔쳐갈 일이 없으니 놓은 것 같았다.
3월 11일. 다른 캠퍼스 학식. 600엔 정도 그랬나? 양도 맛도 정말 좋았다. 심지어 저 단무지는 무제한.
3월 13일. 이삿날. 이삿짐센터를 쓸 비용은 없어서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힘들 때 도와주신 정말 고마운 분들.
3월 20일. 이사 후 맞는 첫 주말. 집 근처 짬뽕집. 일본식 하얀 짬뽕이었다. 하얀짬뽕이 으레 그렇지만 해산물보다는 고기, 숙주나물, 버섯이 많이 들었다. 그럭저럭 먹을 만하고 위치가 가까워서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근처에선 맛집으로 소문난 모양. 730엔.
3월 20일. 집 근처에 있는 다른 대학 요트부 건물. 대학 차원에서 대학 차원에서 밀어주는 운동부인가 했다. 낡았지만 규모가 상당했다. 심지어 벚꽃나무도 있어.

 

3월 20일. 집 근처는 이렇게 생겼다. 바닷가 근처라 소금기가 많고 바람도 강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평화롭고 경치도 좋았다.
3월 20일. 집 근처 공원. 고양이가 참 많았다. 그 길로 고양이 주려고 메이노하마까지 가서 먹이 사다놨다. 허나 4월 22일 현재, 시간이 별로 없어서 다시 가보지 못했다 (ㅠㅠ).

 

3월 27일. 이사 후 맞는 두 번째 주말. 이상하게 식욕이 많아져서, 집 근처 이치란에서 라멘 한 그릇. 맛은 괜찮은 편인데 이치란은 역시 가성비가 낮다. 24시간으 돌려서 그런가. 교토에서 좋아하던 라멘집이 그립다. 그때그때는 괴로운 때도 많았을텐데, 이곳에 와선 이상하게도 교토에서 했던 모든 것들이 그립게 됐다. 후쿠오카도 언젠가 내게 그런 도시가 될까? 890엔.
3월 27일. 놀랍게도 라멘으로는 부족해서 근처 맥도날드에서 바로 식사를 한 번 더 했다. 팬케이크 세트. 펜케이크는 푸석푸석하고 시럽은 설탕맛만 날거 같았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많이 놀랐다. 500엔.

 

여기서부턴 학식 사진.
3월부터 또 한 가지 변화는, 학교에 거의 살다시피 하게 되면서 학식을 많이 찾게 되었다.

 

식당 입구. 거의 '그날의 메뉴'(日替わり)를 먹고 있는데, 새삼스럽지만 일본 치고는 저렴한 편에 잘 만들어주시는 거 같다. 지금(4월)은 괜찮지만, 이때만해도 영업시간이 매우 짧아서 고생 좀 했다. 360엔(수요일 한정 324엔).
3월 23일. 스튜 메인인데 밥에 미소국. 밥 주는 걸 신기해하며 테이블 쪽으로 가려는데, "학생, 미소국 받아가" 하시길래, 흠칙 놀랐던 기억이 난다.
3월 25일. 닭고기 된장 조림(?)은 괜찮았는데, 저 가츠오부시+오이+쓰유 밑반찬 맛 밸런스가 뭔가 요상했다. 오이를 싫어해서 그런가...아직도 일본 요리에는 이해가 안가는 조합이 좀 있다.
3월 28일. 다 모르겠고, 저 김치가 참 맛있었다. 일본식 스윗한 김치가 아니라 매콤하고 새콤한 진짜 김치였다! 여기가 한국하고 가까워서 그런가 한국요리 잘 아는 사람이 누군가 있나보다.
3월 29일. 저 몬쟈야끼인지, 오코노미야끼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부침개류 반찬. 원래 그런 요리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딘지 질기고 맛도 없었다. 그냥 오코노미야끼 소스 맛으로 먹은 거 같음. 이 날은 조금 실망.
3월 31일. 쏘세지 야채 볶음 같이 생긴 반찬이었다. 소세지는 안들었지만 맛은 그랬다. 요때쯤해서 벚꽃이 만개하기 시작해서 일부러 광각으로.

 

 

그밖에 대학에서만 밥을 먹으니 과일 먹을 일이 없어서, 대학 생협에 가는 일도 잦아졌다.

 

대학 생협. 청과 코너. 기대도 안했는데 정말 저렴하다. 저 안에선 제일 만만한 바나나를 주로 먹게 되는 거 같다. 

 


아침, 저녁으로 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이, 이걸로 지옥과 같았던 교토의 여름도 끝난 것 같다.
여름도 갔겠다, 올여름을 잘 버틸 수 있도록 도와 준 음식들을 정리해볼까 한다.

아래에 쓰는 내용은 개인적인 맛집 정리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양이 적지 않다보니 <학교 주변>과 <시내>로 나눌 건데,
이번에는 <학교 주변>이다.

학교 근처에서 가장 많이 먹은 건 역시 학식이었다.

학식은 카페테리아 방식인데, 평소에는 5~600엔 정도 나왔던 거 같은데, 요건 943엔. 이 날은 배고파서 이것저것 많이 집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어디 멀리 못갈 때, 자주 갔었다.


그 다음으로 많이 갔던 건 편의점이었던 것 같다.
한국도 많이 괜찮지만, 일본도 편의점 퀄리티가 정말 괜찮은 것 같다.

세븐일레븐 치킨가스 샌드위치, 샐러드 치킨 롤. 가격은 각각 289엔, 298엔. 양에 비해서 가격이 꽤 하는 편이지만, 정말정말 잘 먹었다. 연구실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어서 더운데 어디 멀리 안가고도, 간단한 점심으로 제격이었다.

패밀리마트 커피, 100엔. 학교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지만, 얼마나 더운지 뭘 마시지 않고는 갈 수가 없었다. 덕분에 죽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었다. 덤으로 아침에는 커피 마시는 버릇이 생겼다.


자주 찾아간 학교 맞은 편 프랑스 회관.

항상 먹는 런치. 요리는 자주 바뀌는 듯 한데, 매일 연속으로 가본적은 없어서 자세히 모르겠다. 맛은 대개 상당히 괜찮은 거 같다. 그렇지만 쿠스쿠스가 나오는 런치는 조금 추천하지 않는다. 가격은 900엔. 차와 디저트를 추가할 수 있다.

입구에 프랑스 분들(?)이 서계셨는데, 교과서의 한 장면인 거 같아서 찍어보았다. 진짜 교과서 표지도 이렇게 만들어지는 걸꺼야.


요기는 <미카엔 (味香園)>. 오랜만에 가보니 주인이 바뀌어 있었다. 주인이 바뀌면 맛이 별로 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많이 좋아져 있었다. 사진에 나온 건 내가 좋아하는 '스부타'이다. 탕수육과 비슷해서 중화요리점에서 항상 부탁한다. 일본엔 아쉽게도 탕수육이 없다. 게다가 무조건 부먹이다. 스부타 세트, 가격은 1000엔 정도.

탕수육은 없지만, 스부타도 나름대로 맛있다. 그리고 간장에 찍어먹음 더 맛있어진다!


잘 가는 집으로 빼놓을 수 없는 맥도날드. 저 감자와 케찹 맛이 땡길 때가 있다. 전용 앱에서 항상 쿠폰도 주니까 괜시리 기분도 더 좋아진다. 이건 뭐였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두툼한 베이컨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라멘집 <락락락 (楽楽楽)>. 한국의 국밥 맛과 일본의 라멘 맛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거 같은 느낌이다. 보통 저렇게 먹다가, 나중에 아카미소 (매운 된장)를 풀어 먹는데 국밥에 다대기 양념을 풀어먹는 느낌과 비슷하다. 정말 자주 가는 라멘집. 가격도 마음에 든다. 650엔.

<사이제리야>. 사이제리야인지, 사이제리아인지 항상 헛갈린다. 저렇게 먹고 가격은 한 6~700엔 정도 한 거 같다. 가장 맛있는 건 저 고기도, 샐러드도 아닌, 저 빵이다. 노릇노릇 적당히 잘 구워져 있는 것이, 올리브 유에 찍어 먹음 정말 담백하고 맛있다.

이건 사이제리야에서 컵이 만드는 그림자가 예뻐서 그냥 찍은 사진.


<오쿠다>. 미소카츠집이다. 생각해보니 미소카츠는 신기하다. 돈가스에 된장 소스를 얹었을 뿐인데, 무려 다른 이름이 있다. 나름 유명한 집이라고 가봤는데, 정말 그럴만 했다. 돈가스와 된장 소스가 이렇게 잘 맞을 줄이야.

카라후네야, 카츠오므라이스. 카라후네야는 정말 완벽한 곳이다. 요리도 맛있고, 커피가 참 맛있다. 오래 있어도눈치가 안보이고, 심지어 거의 모든 자리에서 충전도 가능하다. 세트로 시키면 가성비가 좋아서 완전히 싸진 않지만, 괜찮은 정도이다. 정말 대단한 곳이야.


이상.
이번 여름도 정말 잘 먹었구나...
요즘 살쪘다고 느끼는데,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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