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포스트.
사진과 글은 정말 많이 저장해놨건만 완성해서 공개하기까지 시간이 무척이나 많이 걸리고 있다.
일단은 최근 내 안에서 가장 큰 관심사인 차량 구입에 대한 글을 남기고자 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글이 길어질텐데, 여러 글로 나누어서 올리려고 한다.
이번에는 그 시작으로 새로운 차량 구입에 대한 동기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1년전 겨울, 후쿠오카에선 아무래도 차가 필요함을 느꼈던 나는,
출퇴근용(+가끔 여행)으로 가장 저렴한 하이브리드 차를 찾아 헤맸다(링크).
당시 나의 기준은 아래와 같았다.

3-40만엔, 소형차, 하이브리드, (주행거리)10만km 이하, 보증 있음, 매장이 갈만한 거리에 있을 것


당시엔 현재에 집중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몰랐고,
아닌척 하면서도 내심 한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컸다.
좋은 차에 대한 욕심이 없었고, 단순히 유지비가 낮고, 고장나지 않는 차를 고르려는 마음이 컸다.
그런 의미에서 혼다 인사이트는 나름 탁월한 선택이었다.

2020년 6월말인 현재, 1년하고도 3개월 동안 2.5만km를 타고도, 큰 고장 한 번 없었고,
평균 연비는 17km/l 정도를 찍어주었다.
(신호 없이 일정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아직도 무려 20~23km/l 정도가 나온다!)
출퇴근, 여행, 이사(그것도 후쿠오카에서 미에 현까지!), 그리고 연애까지도!
인사이트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차량 대금 380,000엔 (등록세, 중량세, 책임보험 포함), 자동차세 34,500엔/연 (4월30일 청구), 보험 44,000만엔/연 (일시불), 주차장증명등록 3,800엔, 집 주차장 5,000엔/월, 대학 주차장 15,000엔/연, 합계 482,300엔정도가 될듯하다
출처: https://hanmo.tistory.com/341


그런 의미에서 요 482,300엔은 정말 아깝지 않은 돈이 었다.
(그러고보니 지금 보험료가 2만엔 대인데, 저때는 왜 저렇게 많이 나온걸까?)

하지만 1년 후 미에 지역 대학에 임용되어 위치를 옮기게 되었고,
이런 저런 이유로 차량 교체에 대한 동기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나도 이것저것 생각할 겸 이것저것 이유를 정리해봤는데 아래와 같다.

- 차량에 대한 의존도가 극적으로 높아진 점: 나름 대도시라는 후쿠오카에서도 놀랐지만, 미에 현은 후쿠오카 이상으로 시골이기 때문에 전철이나 대중교통은 기대할 수 없다.
- 여행, 데이트 등으로 장거리 운전, 산길 운전이 많아 진 점: 미에현이 남북으로 길쭉하게 뻗어 있는데, 시내 외에는 온통 산인데다가, 데이트로 간사이 갈 일이 많아진 점도 컸다. 간사이 지역과 미에 현 사이에는 크고 높은 산맥이 위치해 있다. 찾아보니 다이코 산맥(台高山脈)이라고 한다.
- 위와 같은 이유로 자연스럽게 보다 높은 안전사양을 원하게 된 점: 에어백이나 긴급정지 기능은 물론, 운전 상황에서 나만 잘못하리라는 법은 없으므로 블랙박스(일본에선 '드라이브레코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 향후 차검 및 자동차 고장에 대한 비용적인 대비: 내년 3월에 차검(일본 자동차검사등록제도) 비용 (7만엔 이상), 곧 차령(車齢) 13년, 주행거리 12만km를 돌파하므로서 생길 갖가지 고장에 들 비용이 아깝게 느껴졌다. '50만엔 짜리 차에 그 비용을 들일 바에야 그 돈을 보태서 아예 차를 바꾸는 게 낫지 않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점은 나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운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논리일 것이다.

위 4가지 정도가 가장 큰 이유였고, 자잘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었던 이유는 아래와 같다.

- 각종 편의옵션에 대한 욕구: 상시 활용 가능한 에어컨(지금 차량은 정차시 엔진이 멈추면 에어컨도 꺼짐ㅠ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차량이용이 잦아지면서 고속도로/국도 탈 일이 많아지고, 시내 정체 상황이 늚), 블루투스(편의성뿐만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라도 오디오를 핸들로 컨트롤 하고 싶었음), 애플 카 플레이(아이폰12 미니 화면이 너무 조그마함, 그리고 기본 옵션 네비는 불편해서 못쓰겠음!), 오토 하이빔(일본에선 하이빔 사용이 필수인데, 산길 등 커브가 많은 곳에서 하이빔을 켜고 끄는 게 너무 위험하게 느껴졌음), 조수석 거울 조명(화장 고칠 때 편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음)
- 모델로서 더 예쁜 차에 대한 욕구: 나름 사진이 취미인데, 어디 경치 좋은 곳 놀러갔을 때 차 자체가 사진에 예쁘게 나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차는 디자인도 구식이지만 무엇보다도 외관이 낡아서 해서 좀 우중충한 느낌?

큰 고장은 아니었지만, 4월 29일 연휴 첫날에 타이어 펑크로 인한 교체가 있었다. 비용은 4.3만엔 정도. 이때 처음으로 고장 비용에 대한 부담에 대해 깨닫게 된 것 같다.
나름 사진 촬영이 취미. 그 사이 새로 카메라도 샀고 사진에 대한 욕심히 늘어갔던 것 같다.
대학에서 촬영한 석양. 이때 처음으로 차가 지금보다 조금 더 예뻤다면, 하고 바라게 된 것 같다.
와카야마 현, 나치산 세이간토지 여행. 요때도 차가 조금 더 예뻤음 어땠을까? 하고 바랬던 것 같다. 미안해 인사이트...


위와 같은 이유로 2022년 4월 현재, 1년만에 차량 교체를 고려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1년이라는 세월이 금방 흐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22년 8월 23일 추가.
포스트 작성 후 1년 뒤인 현재, 다시 한번 중고차를 구입하였다.
https://hanmo.tistory.com/392

4월 5일, 식목일에 차가 나왔다.

3월 14일에 계약했으니, 20일 정도 걸린 셈이 됐다.

오래 걸린만큼 정비나 청소를 잘해주셨겠지...기대하면서 다녀왔다.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기대에 부합했다.
차는 잘 모르지만 상당히 좋은 상태로 받아왔다.

 

주행해본 감상은, 

구형이고, 하이브리드인 것치고는 기대했던 것보단 잘 나가지만, 

최신 하이브리드나 휘발유 차에 비해선 잘 안나가고, 
실내가 생각보단 넓지만, 승차감은 별로였다.
승차감은 비유가 아니라 솔직히 말해서 차가 달리는 길의 재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정도.

실내 차음도 사실 좋은 점수는 못주겠다.

날씨에 따라 다른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안에 있어도 참 시끄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관용차로 몰면서 이 모든 걸 알고 샀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만족하고 있다.

현재 놀랍도록 편해진 출퇴근 시간을 즐기며, 차 성능도 시험해볼 겸 어딘가 가보려고 벼르고 있다.

 

중고차 구매에 든 비용을 정리해보면, 

차량 대금 380,000엔 (등록세, 중량세, 책임보험 포함), 

자동차세 34,500엔/연 (4월30일 청구),

보험 44,000만엔/연 (일시불), 

주차장증명등록 3,800엔, 

집 주차장 5,000엔/월, 

대학 주차장 15,000엔/연,

합계 482,300엔

정도가 될듯하다.

 

올해 1년을 기준으로 비용을 고려하면, 

집 주차장만 *12개월을 해서, 총액은 537,300엔이다. 

이걸 12개월로 나누면, 한달에 44,750엔 (+휘발유 값+자동차 정비에 드는 비용) 정도.

 

당연하지만 다음 차검까지 걸리는 2년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더 저렴하다.

2년 동안 자동차세, 보험, 주차장비용이 같다고 가정했을때, 
총액은 690,800엔이다.

이걸 그냥 24개월로 나눠서 계산하면, 

한 달에 약 28,783엔(+휘발유 값+자동차 정비에 드는 비용)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12개월이나 24개월 내엔 내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나 있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차를 받고나서 출발 직전에 휘발유를 가득 채웠는데 29리터 들어가더라.

뭐지? 너무 조금 들어가는 거 아냐? 요걸로 얼마나 탈 수 있는지 한 번 봐야지. 

 

 

 

가는 길이 참 험했다. 전철로 30분, 버스로 1시간 가서, 10분 정도 걸었다. 예전에 살았던 이토시마보다 심한 시골 동네였다.
겨우겨우 중고차 매장 앞에. 한신 타이거즈 느낌 나는 간판을 지나니...(나중에 얘길 했는데, 사장님이 오사카 쪽 대학을 졸업하셨다고 한다.)
쨔잔. 간판 옆 정문에 차가 놓여져 있었다. 이렇게 두면 다른 차가 못지나 다닐텐데 괜찮은거야...? 차 상태도 좋고(사실 볼 줄 모르고) 안팎이 놀라울 정도로 깨끗해져 있었다. 예전에 봤을 때엔 전조등이 참 흐리멍텅했는데 참 맑아져 있었다.
대학에 도착해서 한 장 더. 우측 리어미러 밑에 있던 얼룩이 말끔히 지워진 걸 알 수 있다. 운전은 참 오래 했는데, 내 명의로 된 차는 이게 처음이다. 첫 차를 일본에서 사게 될 줄이야...
뒤는 이렇게 생겼다. 후방 시야가 좁아서 운전에 방해될 줄 알았는데, 저 번호판 바로 위 검은 부분이 차 안에서 보면 투명해서 문제 없었다.
요렇게 조수석에 삼각대를 달아서, 운전하는 영상을 촬영해보기도 했다. 추억 삼아야지.
아침부터 웬지 사람이 많다 했는데, 알고보니 오늘이 대학 입학식이었다. 엊그저께가 졸업식이었다고 한거 같은데, 시간이 참 금방 간다. 차도 생겼으니 올해도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4월 15일 추가)

 

연식이 오래되서 연비가 좀 걱정 되었는데 23~24km/l 정도 나오는 거 같다. 다만 출퇴근길 도로가 막히면 20km/l 이하까지도 떨어진다. 공회전, 서행시 전기모터가 아니라 가솔린엔진을 돌리기 때문인듯.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지금까지는 계획대로다. 참 잘샀다.

 

 

2022년 8월 23일 추가.
포스트 작성 후 1년 뒤인 현재, 다시 한번 중고차를 구입하였다.
https://hanmo.tistory.com/392

 

(4월 1일 업데이트: 차 준비가 드디어 다 되었다고 4월 5일 월요일부터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냉큼 5일 오전에 가겠다고 했다. 차 계약한 게 14일이었으니, 장장 3주 조금 넘게 걸렸다.)

저번 글(링크)에서 정리한 기준을 요약하면,

3-40만엔,
소형차,
하이브리드,
10만 이하,
보증 있음,
매장이 갈만한 거리에 있을 것,

정도가 되겠다.

 

이 정도 기준을 세우니 차 고르기가 쉬웠는데 그 이유는, 

소형차 중에서도 하이브리드는 몇 종류 되지 않고,
또 가격대가 높아서 3-40만엔 정도로 살 수 있는 차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연식도 한없이 내려갔다. 조금 슬프다...)

 

그렇게 해서 고르게 된 후보 차종은,

 

 

 

 

 

도요타 아쿠아.
혼다 피트 하이브리드
혼다 인사이트


요 세 가지 정도가 되었다.

연식은 공통적으로 2009~2012년식 정도. 주행거리는 보통 5만~10만 정도 된 경우가 많았다. 

나온지 10년 이상 되었다는 건데 주행거리가 낮은 걸 바라는 게 오히려 수상한 거 같았다.

그리고 대학 동료에게 물어보니 일본 차는 10만km라도 믿고 살만 하다고 해서 그냥 믿기로 했다.

중요한 가격대는 가격대는 아쿠아>피트≒인사이트 정도. 

 

그 밖에, 마츠다 데미오, 닛산 큐브, 닛산 노트 등 매력적인 소형차가 많았지만, 하이브리드가 아니라서 제외시켰다.

마츠다 데미오
닛산 큐브
닛산 노트

 

또 놀랍게도 아우디 A3 2010년식이 만만한 가격대로 매물로 올라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외제차는 연비도 안좋고, 무엇보다 고급휘발유만 넣어야 하는 등 유지비가 많이 든다고 해서 포기했다.

2010년식인데다 주행거리가 7만 킬로로 짧고 다음 차검까지 2년 남은 등, 이래저래 메리트가 있었지만 내가 세운 다른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으니, 뭐.

처음으로 외제차 한 번 타보나 했다...그냥 보내주었다...

 

이번에 계약하지 않은 A3 프로필. 약 한달이 지난 4월 1일 현재까지도 '아직도 차 구입을 생각하고 계시냐'며 연락이 오는 거 보면 다른 사람들 기준도 비슷비슷한가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혼다 인사이트를 선택하였다.

 

각각 비교한 느낌은 다음과 같다.

먼저 도요타 아쿠아.
장점으로는 메이커에 대한 신뢰(대학 동료가 강력추천), 

매물이 많음, 감가상각이 상대적으로 적음 정도가 있었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단점이 생각보다 컸다. 바로 계기판의 위치였다.

차 자체는 예전에 운전해 본 적도 있고 참 마음에 들었는데, 계기판이 가운데 있다는 점이 참 고민됐다.

계기판은 기본적으로 운전자가 보기 편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많이 팔린 차인데, 내가 너무 보수적인 게 아닌가는 모르겠다.

그 밖에도 인사이트에 비해 차가 조금 작다는 점도 감점이었다 (3995×1695×1445mm). 

도요타 아쿠아. 전통적으로 계기판이 정중앙에 있다.


그 다음은 혼다 피트 하이브리드.

이 친구는 장점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저냥 괜찮은 차 같고, 거리에 많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귀염귀염 하다는 것.

예전에 어디선가 차를 살 때 결국 디자인을 보고 산다는 글을 읽고, 

어휴 차는 실용성을 봐야지 했던 기억이 있는데, 나도 결국 디자인을 보고 있었다...

그 밖에는 차 자체가 아쿠아와 비슷한 크기였다는 점 정도가 단점이었다. 

그리고 작았다 (3900×1695×1525mm). (특이하게도 세 차종 중에 높기는 제일 높다)

혼다 피트 하이브리드. 귀염귀염.

 

마지막으로 혼다 인사이트.

이번에 구매한 차종이다.

장점으로는 그나마 차가 크고 넓고(4,390mm×1,695mm×1,425mm),
디자인이 그나마 낫다는 점,
그리고 대학 관용차로 자주 운전해봐서 익숙하다는 점,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가격의 매물이 있었다는 점 정도가 되겠다.

 

단점은, 혼다 피트는 잘 모르겠으나 도요타 아쿠아에 비해서 차가 잘 안나간다는 점, 
구형이라 옵션이 안좋다는 점, 배터리 위치 때문에 뒷유리 위치가 가파르고 설치 각도가 기파라서 후방 시야가 좋지 않은 점 정도가 있다.

 

차종도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지만, 그냥 내가 건 조건에 맞았던 물건이 있었다는 점이 컸던 것 같다.

매장 딜러가 어딘가 조금 껄렁껄렁한 느낌이 있었지만, 성실하게 대응해주고, 또 매장 보증도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결국 구매한 차 조건은,

38만엔, 
2009년식, 최상위트림(LS),
주행거리 9.4만km,
구입과 동시에 차검(차검 2년 기간을 꽉 채워 차를 쓸 수 있다는 의미), 
네비게이션(업데이트 없음), 후방카메라, ETC(일본 하이패스),
조수석 에어백,
보증(일주일 내 주행과 관련된 모든 고장, 그리고 한달, 1000km까지 엔진, 기어 관련 고장)

정도 였다.

 

블루투스가 없는 게 아쉬웠지만, 2009년식 차에 달린 블루투스가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 

그래도 나름 최상위 트림이라고, 휠이 다른 트림보다 1인치 크고,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고, 또 핸들이 가죽이고..., 뭐 그렇다고 한다.

혼다 인사이트 2009년식 LS 계기판 및 대쉬보드. 잘보면 패들시프트가 빼꼼 나와있다. (이건 새차 사진)

그런데 그런 것보다도 차 자체가 저렴하고 이제 차검 들어가는 게 더 마음에 들었다.
차검 비용이 어마어마 하게 든다는데, 기간이 별로 안남아서는 배보다 배꼽이더 큰 꼴이 되니까.

 

이왕 혼다 인사이트를 샀으니, 앞으로 연구에 있어서도 '인사이트'를 얻게 되길 바란다.

차가 출고 되면 날 잡아서 차량에 대해 자세히 리뷰해보고 싶다. 

 

차를 사는 것 자체도 처음이지만, 일본에서 차를 사는 건 또 특이한 경험이라,
이 밑으로는 사진 몇 장과 함께 차 구매 과정을 조금 적어볼까 한다.

 

매장에 가니 사실 좀 황당하긴 했다.

 

먼저 딜러의 차림새.

정장까진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평상복이라도 입고 나올 줄 알았는데, 
차를 고치다가 온 느낌이었다.

매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기본 정비사를 하시면서 딜러를 하시는 느낌인듯?

차검을 해서 줄 수 있는 것도 이해가 갔다. 

즉슨, 자신들이 직접 정비해서 중고차를 파는 것이었다.

처음엔 황당했지만 좋은 점도 있었는데,
차 구매과정에서 정비상태에 대한 말씀을 자세하게 많이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야~~악간 껄렁껄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거짓말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말씀은 참 괜찮았다.

 

또 황당했던 점은 매장 위치.

매장 자체도 꽤 외진 곳에 있었지만(후쿠오카 시외), 그래도 편의점도 있고, 파칭코도 있는 곳이었는데, 
차를 보자고 하니, 어디 한적한 야산 같은 곳에 내 일행을 데려 가셨다.

우리는 "손님을 이렇게 유인해서 매물을 늘리신다(?)"는 농담을 하며 따라갔는데, 
그만큼 외진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판매방식.

차 시운전이 안되더라.

창고(?)에 따라가보니 차를 테트리스 하듯이 일렬로 주차해 놓았는데, 때문에 시승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냥 가서 눈으로 보고, 앉아 보고, 엑셀 밟아 보고, 그렇게 구매를 결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또, 절대로 안 깎아주더라.

나는 중고차 가격이든 뭐든 그래도 몇 백 하는 건데 깎는 게 기본인 줄 알았다. 
절대 안 깎아주실 기세이길래, 깎는 건 포기하고 이런저런 옵션을 좀 붙이기로 했는데, 
결국 브레이크패드, 벨트 교체, 그리고 배터리 교체(이건 천엔을 받기로)였다.

나중에 돌아와서 알아보니, 일본에선 중고차 가격을 깎는다는 개념이 별로 없고,
대신 옵션을 붙여서 파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었다. 

그런 의미에선 잘했다면 잘했지만, 조금 더 딜을 해볼 걸 그랬다.

 

하나 더, 너무 오래 걸리더라

차는 시승도 안해보고 게눈 감추듯 결제까지 했건만, 문제는 서류작업이었다.
시청에서 인감등록, 인감증명서 떼고, 경찰서 가서 차고증명신청하고, 차고증명서 떼는데 일주일 정도 걸렸다.
필요서류를 매장에 보냈더니, 정비하는 데 2-3주 정도 걸린다고 했다.
결국 차받는데 3~4주 걸린다는 이야기다.

(이게 말이 되냐? 왕복 교통비만 1020엔씩 들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달 정기권 끊었지ㅠㅜ)

 

중고차를 구입하기까지 겪은 서류준비 등에 대해선 별도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내가 고른 차. 전체적으로 자잘한 흠집은 조금 있으나, 덴트 같은 큰 상처는 없었다. 전조등이 흐리멍텅한 게 좀 아쉬웠다. 어떻게 안되겠냐고 말씀은 드려놨다. 이 사진을 통해 매장이 얼마나 외진 곳인지, 주차 상태가 어떠한지 알 수 있다.
리어 미러 밑에도 물 흐른 자국이 있었다. 전조등과 함께 이 부분도 말씀은 드려놨는데 해주실지 안해주실지는 모르겠다. 인터넷 찾아보니 전조등도 그렇고 이 부분도 그렇고, 약품을 쓰면 지워지긴 하는 모양.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