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정말 정말 정신없는 한달이었다.
새로운 도시로 이사갈 집을 구해야 했고,
박사연구를 거의 마무리 지었으며,
그와 동시에 지금 있는 대학 일 또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자세가 변했다.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기로 했고, 서서히 내가 좋아했던 걸 되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정신 붙들고 살기 위해서 운동 또한 꾸준히 했고.
그래서 시간이 더 없었다^^

아래엔 12월 중 찾은 내가 좋아하는 걸 하나 하나 사진과 함께 정리해두고자 한다.

먹을 것,

운동 후, 집 근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거하게. 조이풀(Joyfull)이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인데, 도쿄, 간사이에선 본적이 없었다. 큐슈 위주로 활동하는 브랜드 인듯. 단언컨데, 패밀리 레스토랑 중에 제일 났다. 메뉴는 치즈 스테이크 + 사이코로 스테이크 + 샐러드. 특히 저 부쉬맨 빵이 정말 맛있다.
돈키호테에서 구입한 양념치킨. 맛은 소소. 그래도 일본에서 이런 거까지 팔아준 비비고에 경의를 표한다.


모임과 술,

한국 술집 한잔. 일단 한국 술집부터 엄청 다녔다. 난 내가 이렇게 술 좋아하는 사람인지 첨 알았다. 노미호다이(술 무제한) 넣고 1200엔이었나? 교토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물가.
야쿠인 역(薬院駅) 근처, 마당쇠돼지갈비. 여긴 정말 퀄리티가 높았다. 물론 가격도.
삼겹삼겹. 이것저것 시켜먹었더니, 4명이서 가서 한 사람 당 4천엔 정도 나온 듯;
한국 술집 한 잔에서 2차.
모임 멤버. 저렇게 오뎅탕 하나 시켜 놓고, 소주 마실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 가성비도 좋고, 한국적인 분위기도 괜찮았다.
대학 근처에 교자노오쇼가 생겼다길래 반가워서 가봤다. 교토 출신 브랜드라 교토에 있을 땐 자주 갔었다. 다만 먹으면 배가 너무 더부룩해진다는 단점이^^;;
술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술 이름을 알고 마신 적은 없었다. 메이노하마역(姪浜駅) 근처 바에 가서 사장님께 좀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이것저것 추천 받아서 마셔보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요 라프로익. 훈연 냄새가 장난 아닌데, 술 맛이 내 입맛에 너무 잘 맞았다. 나중에 공부를 좀 더 했는데, 훈연 냄새를 피트(peat)라고 한다고 하더라. 이제 덕분에 어디가서 못 알아 듣진 않겠다 ㅎㅎㅎ
아래에 설명한 일(?) 끝나고 회식으로 간 한국식당, 친정.
친정에서 먹은 감자탕. 정말 감자탕이었다!!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야 맛이 좀 약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정말 정말 감동이었다. 일본에서 뭔가 일하고 감자탕 먹는 기분이 정말 신기했다...
텐진 크리스마스 마켓. 하카타와 텐진에서 각각 열리는 크리스마스마켓에서 서로 다른 컵을 준다길래...참을 수 없잖아? 가서 슈톨렌에 뱅쇼 한잔 했다^^
텐진 크리스마스 마켓2. 역쉬 나름 큰 마켓이라고 공연까지!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 시간 잘 보냈다.


목욕탕,

어잌후, 알고보니 집 근처에 큰 목욕탕이 있었지 뭐야. 이런 거도 모르고 이사갈 뻔 했다. 화끈하게 가서 함 지졌더니, 이것저것 생각났다. 생각해보니 도쿄-오사카-교토에 있으면서, 우연히도 주변에 목욕탕이 있어서 자주 가서 생각을 정리하곤 하였다. 출신대학 T교수님도 나한테 조언하곤 하셨었다. 생각이 복잡하면 목욕탕엘 가라고.
목욕 끝나고 마시는 우유 한 잔. 가격은 좀 비싸지만, 타이밍 값이라고 생각하면 납득^^ 정말정말 시원하고 맛있다.


쇼핑,

그 동안 금방 죽을 사람 마냥 필요한 것 조차 사지 않고 있었다. 오랜만에 청바지 두 벌 구입. 같은 거 두 벌을 살 생각이었는데, 같은 건 가격뿐이었다. 이 사진 찍으려고 태그도 다 떼어냈다. 내 정신좀봐^^;;
니토리 이불 커버 구매. 겨울인데 아무런 준비도 안하고 있었다. 정말 그 동안 정신줄 놓고 살았나봐.
그리고 대망의 카메라. 올해 최대 투자인듯. 이거 사느라 레이싱휠이네 뭐네 다 정리했다. 생각보다 너무 퀄이 좋아서 후회는 없어!


선물,

아는 동생이 새로 장사를 시작하는데, 꽃바구니 하나 해주고 싶었다. 여긴 후쿠오카 Effect라고 하는 대형 꽃매장. 정말정말 좋은 매장이었다. 꽃만 파는데 이렇게 대형 매장이 있다고?! 내부도 너무 너무 예쁘게 잘 해놔서 동영상으로 촬영.
Effect 안에 있는, 실내 매장을 또 촬영. 탐험하는 재미가 있는 꽃 매장이었다.
점원 분께 오래가고 관리 쉽고 화사한 것이 좋다고 했더니 시쿠라멘을 추천해주셨다. 그 중에서도 요 사카모토 씨라는 분이 키운 게 좋다고 추천해주셨다. 누구 이름 걸고 파는 꽃은 또 처음이다;; 근데 그만큼 정말 예쁘긴 예뻤다.
저 리본에 글씨는 일본에 없는 문화라고 해서 당황했다. 리본만 500엔 주고 사서 내가 직접 펜으로 썼다. 새삼 양국의 문화가 이렇게 다름을 느꼈다.


일, 봉사활동(?),

아는 동생이 족발 장사를 시작. 팝업 스토어 처럼 족발 도시락을 만들어 팔기로 했다. 날짜는 무려 크리스마스 이브. 별로 중요한 날도 아닌데 잘 됐지 뭐ㅎㅎㅎㅎㅎㅎ
매장은 이런 느낌. 옷+잡화점에서 크리스마스 부대행사처럼 족발 판매를 추진하였던 거라고 했다.
판매중 사진.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이 모였고, 무려 완판됐다;; 매워서 고전할 줄 알았던 불족발 도시락까지도;;;; 족발 사업 시작하려는 동생 분들 나중에 정말 대성할 분들이었다.
판매 한 곳 전경. '하카타 빠삐용 가든'.


그리고 다시금 느끼는 후쿠오카 일상,
내가 좋아했던 걸 하나 하나씩 찾아가면서 다시 느끼는 후쿠오카는,
이전보다 훨씬 따뜻하고 좋은 곳처럼 느껴졌다.
여러 경험을 하면서, 내 안에 굳어진 무언가가 녹아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귤과 함께 한 아타고 신사 야경. 마음이 안정되는 곳이다. 얼어죽을 뻔한 거 빼곤.
아타고 신사에서 새로 구입한 카메라로 야경 연습도 해보고.
집 근처 고양이는, 나날이 비대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준호랑이 아닌가?
대학에 눈이 많이 온 날. 이렇게 예쁜 대학인지 2년만에 깨달았지 뭐야? 이전엔 지나갈 때마다 무슨 조건반사마냥 스트레스 호르몬 뿜뿜이었는데.
고등학교 학생들 연구 발표회가 있던 날. 무려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날씨가 참 좋았다. 고등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지 않았을까?
본 회의장. 발표가 생각보다 엄청나서 놀랐다. 식품 생산 중 폐기되는 부산물을 갖고 동물 사료를 만들어서 아예 사업을 벌이는 고등학생 분들이 있었다. 나 좀 써달라고 하고 싶었다.
빛 내림이 아름답던 출근길. (빨간불에 찍은거임)
빛내림이 아름답던 출근길2. 대학 근처에 건물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햇빛과 구름이 정말 예쁠 때가 많다.
빛내림이 아름답던 출근길3. 일찍 일어나서 일찍 출근해본 날이었다. 빛내림이 정말 아름다웠다.
빛내림이 아름다운 대학. 떠나려니 섭섭...까진 하지 않고 얼렁 떠나고 싶지만, 하여튼 나의 커리어를 함께해준 고마운 대학이다. 예쁘게 보였다.
논문 작업. 영원히 끝날거 같지 않았는데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막판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1월 중 제출은 이미 포기했지만 후회는 없다. 왼쪽 뒤에 써있는 건 올해의 목표였는데 "'된다; '안된다'가 아니라 '어떻게 되게 할지' 생각하자"였다. 정말 이 말 한마디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후회 없이 죽어라 한 번 노력해봤다.
나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한 말2. 대충 하늘이 그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하면 일단 괴롭혀서 시험한다는 말. 내가 큰 일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학원 문제로 괴로워 하는 사람 공감 하나는 기똥차게 잘 할 자신이 생겼다.
연구실 크리스마스 파티(?). 케익을 사서 간단하게 연말 모임을 했다. 저 간달프 아저씨는 초콜릿이라곤 하는데, 결국 아무도 드시지 않았다 ㅎㅎㅎㅎㅎ
아는 동생과 차 점검+청소. 차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았는데, 동생이 싹 보고 이것저것 알려주니 완전 신세계였다. 이제 잘 관리해야지.


마지막으로 대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급 교토여행 결정!

12월 31일. 아무리 후쿠오카가 좋아졌다지만 연말연시에는 내가 있고 싶은 곳에 있고 싶어서 급하게 교토 여행을 걸졍했다. 어딘가 가보려고 차에 기름을 가득 넣었는데 아무리 지도를 봐도 큐슈엔 가고 싶은 데가 없어서리.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보낸 곳, 교토로! (근데 출발 시간이 너무 늦어서 요날은 일단 히로시마까지ㅠㅜ)


그리고 이번 포스트의 마무리는 자기 반성
생각해보니 이게 올해의 마지막 자기반성이 되는구나.

- 스스로를 즐겁게 살게 해주자.
그 일을 즐겁게 하지 못하면 인생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박사논문 쓴다고 틀어박힌지 1년이 지났다.
1년이 지나고 가장 놀란 건, 내가 원래 뭘 좋아했는지 다 잊어버리고, 무슨 감정 없는 로봇처럼 된 부분이었다.
나름 되게 밝고 사교적이고 공감능력이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자신을 좋아하는 거도 좀 하게 해주고, 즐겁게 좀 살게 해주자.

- 스스로 학대하지 말자.
2021년 내내, 나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너무 궁지에 몰아 넣은 것 같다.
'이걸 지금 하지 않으면 내 인생 망해!', '난 능력이 안되니까 이렇게 자신을 학대해야해!' 이런 식으로.
근데 다 지나고 나서 되돌이켜보니, 이건 이거대로 일종의 '허세' 아니었을까?
뭐 1년도 안되서 박사논문 본문을 다 집필한 거 보면 효과가 있긴 있는 거 같지만...
그래도 두 번 다시 자기자신을 학대해선 안된다.
불평불만이 많아져서 주변 사람들 다 떠나간다ㅠㅜ


- 타인에게 공감하자.
다른 게 나 자신에 대한 배려였다면, 이건 타인에 대한 배려.
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1년간 그러지 못한 것.
다들 마음 속 한 켠, 공허한 부분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나의 공허함을 어필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허함을 공감해주고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지난 1년간,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다.
반성하고 또 반성하자.

11월 들어 아무 목적 없이 여기저기를 걸어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가방에 노트북이네 연구자료네 이것저것 싸서 들고 다닌다.
쉬고 싶을 땐, 한적한 스타벅스나 카페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노트북도 하고 연구자료도 보곤 한다.
대학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밖에서 하면 웬지 개방감 같은 게 있다.

그리고 어쩔 때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커피만 홀짝이며 생각에 빠지곤 한다.
요 포스트에는 그럴 때 생각했던 것도 정리할 겸,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해 되짚어 보고자 한다.

집 근처 쇼핑몰에 있는 도시락집. 한국요리 행사 중이었다. 서로 못간지 오래되서 그런지, 이런 작은 동네에도 이런게 가능한가보다. 최근 공항에서도 한국관련 행사가 있었다는데, 한국관련해서 후쿠오카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다…
나카스카와바타 상점가. 중고 카메라를 보러 갔었다. 문득 내 취미가 사진이었던 게 생각나서 요즘 잘 팔리는 바디와 시세를 보러 갔었다. 요 밑으로 이어지는 나카스카와바타-텐진 사진은 다 같은 날 촬영함!
길거리 한가운데에 있는 신사. 저 뒤로 꽤 큰 거 같았다. 후쿠오카도 이런 운치가 있구나. 사실 잘 몰랐다. 난 여기 있는 동안 대체 뭘 한거지?!
이름 모를 강. 이게 나카스카와일까? 교토 카모가와와 다르게 강변에 앉을 수 있는 곳은 없었지만, 그래도 꽤나 운치 있었다. 처음 본 풍경. 나는 후쿠오카에서 대체 뭘 하고 지낸거지?! 
텐진 크리스마스 마켓. 한창 행사 진행중이었다. 이곳 후쿠오카는 코로나 분위기가 좀 풀려서 그런지, 이제 행사도 무난히 열리는 느낌이다. 크리스마스마켓은 뭘 파는 곳일까? 사실 한 번도 못 가봐서 잘 모르겠어...
횡단보도 앞에서 나타난 부산 표시. 상당히 갑작스러웠다. 왜 있는거지?!
텐진 신텐초에 있는, 시계탑. 세상 예쁘다.
케이고 공원. 세상에 텐진 한가운데 이렇게 큰 공원이 있었다. 몰랐어. 여기저기 사람들이 쉬고 있는 모습이 참 여유로워 보이고 좋다. 후쿠오카의 좋은 점은, 도심 내에 이런 쉼터가 큼직큼직하게 잘 마련되어 있다는 점 아닐까? 요기도 그렇고, 오오호리 공원도 그렇고. 아 맞다, 그리고 이 근처를 걷는데, 눈앞에서 차끼리 뺑소니 사고가 있었다(11월 14일 일요일). 흰색 크라운(사고낸 차)이 쥐색 경차를 뒤에서 받아 사고를 내더니, 세상에 인도 전용 도로 펜스를 차로 받아서 치우고, 그쪽으로 도망갔다. 나중에 우연히 도망간 쪽을 지나게 되었는데 도로표지판도 하나 쓰러져 있더라. 정말 눈앞에서 처음 봤다. 딱히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사고 당한 차 운전자 분이 괜찮으신 걸 확인하고, 사고낸 차 번호를 외워서 운전자 분께 알려드렸다. 몸에 문제 없으시길...
한밤 중, 후쿠하쿠데아이바시. 정말 예뻤다. 나만 빼고 크리스마스인가벼. 이 근처 벤치에서 아는 동생과 한잔 했다.
후쿠하쿠데아이바시를 멀리서 찍은 사진. 세상에, 그러고보니 벌써 크리스마스라니 시간 정말 빠르게 간다. 작년 크리스마스엔, 한국에서 자가격리 중이었다...
그리고 후배와 찾은 한 야타이(포장마차). 술 참 맛있게 잘 마셨다. 그러나...여기에서 후배가 진탕 취해서 조금 고생했었다ㅠㅜ
그리고 다니기 시작한 헬스장. '난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바뀔 수 없어!'라는 내 고집을 꺾기 위한 첫걸음.


그리고 내가 나에 대해서 생각해본 반성들.
자조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꼭 지켜나가고 싶은 것들.

- 소중한 사람과의 어긋남에 대해서
누구나 장점과 단점은 있다. 굳이 누군가를 미화해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사이가 멀어진 다음, '이렇게 맞추면 됐겠구나'라는 후회는 아무 소용 없다.
혹여나 내가 그렇게 맞췄더라도, 어긋났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 사람이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무언가 끈이 이어져있을 수록,
그 순간의 선택에 대해 매우 신중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것이 무언가를 검증하는 질문이나 반응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나는 이러한 점에 있어 너무너무 어리고 미숙했던 것 같다.
마음은 급하고, 뭐든지 빠른 결론을 내려고 했다.
소중한 사람에게 나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만약에, 정말 만약에 다시 기회가 오면, 그땐 내가 크게 바뀌어 있어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소중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다.

- 타인의 삶에 대한 나의 태도에 대해서
나는 어쩌면 후쿠오카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최근 상심이 커서 외로움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후쿠오카에서 알고 지낸 사람들에게 한명씩 인사 겸 잡담을 나누러 돌아다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잘 살고 있니?"라는 질문을 했을 때였다.
문득, 내가 다른 사람의 삶을, 내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정적인 것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최악인 점은, 그 사람의 삶의 재미와 고통에 공감해주지 못하고 이러한 평가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어제 (11월 15일), 대학원 친구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는 "그럼 니가 원하는 삶은 뭔데?"라고 되물어왔다.
세상에, 대답을 못하겠더라. 나 조차 내가 어떻게 살길 바라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타인의 삶을 내 잣대로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나는 타인에게, 그러한 삶의 형태에 대한 나의 불안감을 이야기하곤 했었다.
나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테니 오히려 불편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신뢰하고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은 어땠을까? 그런 사람일 수록, 나의 말을 귀담아 듣고,
나의 이러한 말이 불편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내가 잘못 살고 있나?'며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태도로는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을 것이다.

- 내 고집을 꺾기 위한 나의 노력에 대해서
헬스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가 나에게 운동을 권해도, '이 정도 몸매면...', '너무 바빠서...'라며,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다.
나는 이 고집부터 꺾기로 했다.
나를 일부러 고통스럽게 만들고, 나 자신을 바꾸는 것에 대한 희열을, 나 자신에게 선물 해보기로 했다.
물론 연구 시간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신체능력을 높임으로써, 연구 시간에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타인의 희노애락에 잘 공감하는 사람이었다.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다망함(多忙함)과 나이를 먼저 운운하는 고집불통이 되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시련을 주고 싶다.
그래서 나 자신을 한번 무너뜨려보고 싶다.
이는 무언가를 다시 쌓아나갈 기회가될 것임에 틀림 없다.

백신 접종 맞은 지는 꽤 됐는데, 기분전환도 할 겸 오랜만에 근황 업데이트.

백신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론 이야기도 없다가,
6월 19일: 대학측에서 모든 교원, 학내 해외출국예정자를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한단 연락
6월 22일: 접종 희망 접수, (급조한 것 같은) Q&A 배포
6월 30일: 접종

갑자기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접종일: 6월 29일, 30일 중 하루였다. 나는 30일 15시로 잡혔다. 2회차 일정도 한번에 나왔는데, 단순 계산으로 4주 뒤, 즉 8월 3일이었다.

접종회장: 우리 대학 병원 캠퍼스였다. 회사에서 맞춰주는 분들은 어디 쇼핑몰 같은 데서도 맞는다던데, 대학 병원에서 해준다니 조금 더 믿음이 갔다.

백신 종류: '타케다 모데루나'라고 써있어서 이게 뭔지 찾아보기까지 했는데,
알고보니 모더나 백신 얘기였다. '타케다 제약이 수입했나보다. 근데 왜 굳이 이름에?', '모데루나라고 읽는구나. 영언데 왜 '모다-나-'가 아니라 '모데루나'라고 읽는거여?'라며 여러 번 놀란 기억이 있다.


대부분 장소에서 촬영금지라서 사진을 많이 찍진 못했지만, 대충 찍은 것만이라도 정리해보았다.

대학 병원 캠퍼스 지하철 역. 부작용이 걱정되서 지하철로 갔다. 세상에 역과 병원이 직결이었다!! 본캠은 어디 유배 보내놓고 병원 캠만 시내 한 가운데서 지하철과 직결이라니. 오사카대학병원 모노레일이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일본에 병원-전철/지하철 직결 케이스가 얼마나 될까?
100주년 강당 내부. 구획을 정해놓고 사람들을 앉히고 순서에 따라 입장했다. 모든 교원을 한번에 맞히다보니 사람 수가 상당했다. 대기 시간도 1시간 정도 걸렸다. 대학에 교원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예진표. 그룹 번호를 불리고 4~50명이 우루루 나가서 한명씩 의사 선생님 면담했다. 구두로만 끝내기 때문에 이 과정은 금방 지났던 것 같다.


요 직후가 접종인데, 접종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구역은 대개 사진 촬영이 금지라 담지 못했다.

그냥 담을것도 없이 그냥 평범했다.
넓은 체육관으로 이동→그곳에 칸막이로 방이 대여섯개 정도 만들어져 있었는데, 줄 서서 한명씩 들어감
→주사→15분 대기(아나필락시스 대비)→퇴장

집에 가는 길. 원내에 이국적인 집이 있어서 촬영. 마침 비행기도 한 대 보였다. 공항-시내 거리가 정말 장난 아니게 가깝다. 요 근처에 사는 분들은 불편하지 않을까?


요 담에는 오랜만에 시내까지 간 김에, 안경도 고치고, 한국 치킨도 먹으러.

공차. 세상에 시내엔 공차가 있다. 아쉽게 갈 길이 바빠서 사먹진 못했다ㅠㅜ 다음에 꼭...
안경 체인점 ZOFF. 예~~전에 교토에서 산 안경이 있었는데, 안경대 나사가 쏙 바져서 없어졌다. 혹시나 해서 가져 가봤는데, 친절하게 잘 고쳐주셨다. 층이 여성층이라 남자 혼자서 돌아다닐 수가 없어서 심심했던 기억이 난다.
치킨집 가는 길. 하카타에도 시부야처럼 스크램블이 있었다. 되게 심심하게 생긴.
네네치킨. 조금 가격대가 비쌌지만, 상상 이상으로 한국치킨 맛 그대로였다!! 또 가고 싶다. 근데 앞으로 시내에 갈 일이 있을까?ㅠㅜ 그리고 치킨사진 남기는 걸 잊었다. 세상에 먹는 데만 집중하느라 치킨 사진이 없어...짬뽕도 먹었는데...짬뽕 사진도 없어...ㅠㅜ


<백신 후기>
맞기까지 과정이 조금 복잡하고 길었지, 맞는 과정 그 자체는 평범한 백신 주사와 같았다.
그나저나 내가 알기로 대학 교원이 2천여명 정도 된다.
단 이틀 동안 모든 준비를 마치고, 당일 진행을 맡은 우리 대학 직원 분들,
2천 여명 접종하시고 혹시나 부작용있을까봐 긴장타고 대기하셨을 의료진 분들,
아마 나 같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고생하셨을 것이다.
정말 감사한 마음 뿐이다.

부작용은 없었다. 근육주사라 그런건가? 나중에 팔이 타박상 입은 것처럼 아픈 정도?
살짝 부었었는데, 그조차도 하루 이틀에 다 없어졌다.
부작용 심할지도 모른다고, 대학에서 특별 휴가도 하루 준다고 했었는데 좀 실망스럽다ㅎㅎ;;

<추가>

7월 3일. 한 발 늦게 백신 접종 쿠폰이 도착했다. 단체 접종과 타이밍상 별 차이가 없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이걸로 하면 화이자였을거다. 단체는 모더나, 개인(쿠폰이용)은 화이자라고 들었어서.

대학이서 지정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왔다.
지정병원이 후쿠오카 시내 한 가운데인데, 나가는데 한 참이 걸리더라.
시골에 살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행사가 있었는지(혹은 앞으로 있는지), 상점가가 알록달록하고 참 예뻤다. 오랜만에 사람을 많이 봐서 참 어질어질 했다.

후쿠오카 가부키좌(座). 가부키좌가 무슨 웬만한 고층 빌딩급이었다. 세상에...

바로 앞에 있는 후쿠오카 은행 빌딩. 본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엄청 크더라. 세상에...

후쿠오카 은행 빌딩 1층에 있는 로손.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로손보다 이것저것 참 많이 판매하고 있었다. 세상에...

지정 병원으로 가는 길. 길을 몰라서 약간 돌아갔는데, 근처에 예쁜 공원이 있었다. 사람들이 앉아서 강아지랑 놀고 있더라. 내가 사는 동네엔 벼 밖에 없는데, 세상에...

지정병원에 도착.

입구.

번호표를 받았다. 이른 시간이었는데, 꽤 뒷번호 였다. 그래서 그런지 한참을 기다렸다.

서류를 작성하는데, 가장 위에 소속 캠퍼스를 체크하는 곳을 보고 놀랐다. 이렇게 캠퍼스가 많은 대학이었어? 이것도 세상에...

청각 테스트 실(?). 저 안에 들어가면, 양손에 버튼이 달린 봉을 하나씩 쥐어주고, 말도 안되게 작은 소리를 들려준다. 정말 말도 안되게 작은 소리였다...


검진실. 이곳에서 의사선생님과 구두로 상담을 받은 뒤에 검진 끝. 대기 시간까지 2시간 좀 덜 걸린 것 같다.

나오자마자 발견한 거리 이름. Doi-dori. 그냥 재미있어서 남겨 봄.

신기하게 생긴 가게. 가까이갈 용기가 안나서 무얼 하는 가게인지 확인을 못했다. 세상에...

가부키좌 건물 1층 식당. 갑자기 미소카츠가 먹고 싶어져서 구글맵을 찾아보니. 근처 장어 덮밥 집이 검색 되더라. 거짓말은 아니었다. 비싸지만 맛있었음.

시내에 나온 김에, 근처 돈키호테에 가보기로 했다. 다리를 건너서...

건너다가 한 장. 교토에도 있는 강과 다리인데, 이곳의 강과 다리는 무언가 참 어색하다. 교토처럼 강변에 술집이 있거나 하진 않아 보였다 (카와도코).

아이스 와치. 예전에 선물로 한 적이 있었는데, 반값으로 팔리고 있었다. 세상에...

프링글스가 세금까지 200엔도 안해. 세상에...


"신라면의 맛이 그립지 않나요?" 나한테 물어보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나저나 일본에 놀러온 한국 사람들한테 팔려고 한 거야? 세상에...그리고 "뜨거운 물만"이라고 하기엔, 그냥 "뜨거운 물"이 아닐텐데...부글부글 끓는...에잇 관두자!

다 보고 출구 찾는데 20분 더 걸렸다. 그렇게 크지 않은 거 같은데, 출구 찾는 게 왜 이렇게 어려워??

대양영화극장. 길가다 발견했다. 교토도 아니고 이런 시내 한 가운데에 이런 극장이 아직도 있단 말야? 세상에...

이치란 본점. 이곳에서 하루에 팔리는 면의 길이를 다 합치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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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코시 백화점. 걸어서 텐진까지 갔더니 나왔다. 세상에 저렇게 길쭉한 백화점이. 건물 중간으로 전철도 다니더라. 세상에...

목적지는 로프트. 살짝 둘러보고 나왔다.

텐진 지하 상점가에 있는 칼디. 입구에서 나눠주는 아이스 커피가 너무 많있어서, 칼디를 끊을 수가 없다. 한바퀴 돌고 바로 돌아갔다.


(201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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